고연전을 신나게 즐기다
- 헌내기의 공허감 채울 대책 마련 부심할 듯

익구는 26, 27일 치러졌던 고연전에서 농구, 야구, 축구를 관람했다. 익구는 이번 고연전에서 극적인 장면들만 골라서 놓쳤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첫째 날은 완패를 했던 농구를 끝까지 지켜보느라 야구 경기의 역적광경을 놓쳤으며, 둘째 날은 지난해 완승했던 축구만 보기로 하고 경기장을 늦게 찾았으나 럭비 경기의 종료 직전 짜릿한 역전승을 놓친 것으로 뒤늦게 판명되었다. 이번 고연전은 경기의 묘미는 별로 즐기지 못하고 늦바람 분 응원만 실컷 즐겼다는 평이다.


모든 경기가 끝나고 관중석에서 운동장으로 내려가 응원을 즐겼던 익구는 새내기 못지 않은 왕성한 기운을 뽐낸 것으로 전해진다. 평소 응원을 그리 즐기지 않았고, 열심히 배우지도 않아 아는 것도 별로 없었던 익구이지만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모종의 감정이 솟구쳐 응원에 열중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보다는 그토록 ‘고대’에 열광하고 응원을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을 한 번 느껴보고 싶어서 의식적으로 응원을 끝까지 남아서 격렬하게 했다는 것이 더 타당한 분석일 것이다. 익구는 응원을 하면서 자기가 싫어하는 것을 무작정 배척하지 말라는 지난날의 학원 국어선생님의 가르침을 떠올렸고, 생각보다 내가 다니고 있는 대학교를 좋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후기를 밝혔다.


한바탕의 응원이 끝나고 간 신촌으로 향한 익구는 지난해 참가하지 못했던 기차놀이를 잠시 따라다녔다. 기차 후미에서 엉거주춤 거리면서 고학번 선배님들과 03학번 후배님들이 얻어온 전리품(?) 얻어먹기에 급급했다고 한다. 전리품으로는 생맥주, 과일소주, 병맥주, 오징어, 음료수 등이 있었다. 그러나 상도덕 바로 세우기 운동을 추진하고 있는 익구로서는 1년에 한 번 있는 흥겨운 축제의 대미인 기차놀이가 영 마뜩잖은 눈치였다. 게다가 여러 상점들의 입갑판까지 들고 다니는 어지러운 현장에서 소심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결국 익구는 이래저래 모인 전리품들을 싸들고 연대 잔디밭을 향하는 행렬에서 조용히 빠져나와 노원으로 향했다.


그러나 본디 날밤 새기로 결의했던 고연전을 이대로 마치기는 아쉬웠는지 자정이 다 된 시점에서 고등학교, 대학교 친구인 청원이를 불러 고깃집에서 곡주를 나눴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친구들 이야기, 진로 이야기 등을 하며 음료수 사들고 놀이터 벤치로 이어진 2차까지 이야기꽃을 피웠다. 익구는 집단주의를 무척 싫어하는 친구의 모습에서 개인주의의 동지를 만났다며 호들갑을 떨기도 했으며, “나는 아웃사이더도, 인사이더도 못되고 어설프게 그 중간을 헤매고 있다”는 난감함을 털어놓기도 했다. 두 친구의 대화를 면면히 감싸고 돌았던 것은 무언가 잘 풀리지 않는다는 답답함이었다. 그러나 익구는 대화마당이 무척이나 즐거웠고 이런 양자회담을 자주 갖도록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고연전이 끝남으로써 사실상 한해의 학교 행사가 모두 끝나게 되었다. 새내기의 입장에서도 이제 무미건조한 대학생활이 펼쳐지게 될 마당에 헌내기로서는 더욱더 공허감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이 공허감을 무엇으로 채워나갈 것인지 대응책 마련이 기대된다. - [憂弱]
Posted by 새우범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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