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멸보다는 희망을!

사회 2006/06/03 23:48 |

지방선거 결과를 보고 희망은 가난한 자의 빵이라는 말을 주절거렸지만 내심 아픈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러던 차에 서울 어느 구청장 선거 낙선자의 낙선사례 현수막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낙선에 울지 않고 국민의 성원에 웁니다"라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사실 어느 정도 상투적 문구이기는 하지만 의기소침하던 내게 큰 힘을 주었다. 패배에 상심하지 말고 더 부끄러워하고 더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심야에 찾아간 친구네 집에서 새벽까지 토론하고 넋두리한 뒤에 꺼내든 책에 정현종의 『대학시절을 향하여』라는 글이 보였다. 퀭한 눈으로 읽다가 "우리의 열망과 꿈이 정당한 것이라면 정당한 것일수록 스며드는 아픔도 클 것이다"라는 구절에서 콧잔등이 시큰해졌다. 점점 자신은 없어지지만 다시금 다짐한다. 외로워서 적당히 타협하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눈치껏 영악해지더라도 끝끝내 내 영혼마저 팔지 않기를. 지조나 소신도 좋지만 잘 먹고 잘 살고 싶다는 욕심은 얼마나 근원적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마 구차하게 살지 말기를.

이겼을 때보다 졌을 때, 잘나갈 때보다 어려울 때 그 사람의 진짜 됨됨이가 나온다. 성마르지 않고 의연하게 분발해야겠다. 세상을 세련되게 욕하기는 쉽지만 티끌만큼 바꾸기는 어렵다. 강자와 기득권의 편을 드는 건 쉽지만 이네들을 거스르기는 두렵다. 나는 얼마만큼 늦게까지 내 자리를 지키며 부귀에 누추하게 빌지 않고, 권세에 욕보이지 않을 수 있을까. 세상에 버릴 사람은 하나도 없고 어느 누구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내 자신도 함부로 지치지 않고 헛되이 팽개치지 않겠다.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 선거캠프 해단식에서 강금실님이 부른 "지금은 헤어져도"를 듣는다. 희망은 결국 낮은 곳에서부터 자잘한 감동에서부터 시시한 실천에서부터 시작한다. - [小鮮]

우리가 지금은 헤어져도 하나도 아프지 않아요
그저 뒷모습이 보였을 뿐 우린 다시 만날 테니까

아무런 약속은 없어도 서로가 기다려지겠지요
행여 소식이 들려올까 마음이 묶이겠지요

어쩌면 영원히 못 만날까 한번쯤 절망도 하겠지만
화초를 키우듯 설레이며 그 날을 기다리겠죠

- 해바라기, 『지금은 헤어져도』

Posted by 새우범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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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민 2006/06/05 15:26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안녕하세요 새우범생님
    님의 서재소개를 쫓아 오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멋진 홈피를 꾸미고 계시는군요.
    앞으로 자주 찾아뵙고 가르침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꾸벅.
    마태 드림

  2. 익구 2006/06/05 21:48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이쿠 이런 제가 이 누추한 집구석까지 들러주시다니요. 폐가가 되지 않도록 여기저기 홍보해놓은 것이 이럴 때는 독이 되는군요. 더욱더 가열찬 자기검열을 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저야말로 마태우스님을 알게 되어 반갑고 많이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익혀서 써먹는 건 잘 못하지만... 배우는 건 자신 있어요.^-^

  3. 오아시스 2006/06/07 03:27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이재석님의 홈페이지를 타고 왔습니다.
    조심히 살펴보니 저와 같은 연배이신데 배울점이 무궁한 것 같군요.
    텅빈 머리로 살아가는 제가 부끄러워집니다.
    앞으로 자주 들러 이 부끄러움 조금이나마 거두어나가겠습니다.

    어디든 다녀간 비린내는 남겨야겠는데 남길 곳이 마뜩치 않아 여기에 쓰고 서둘러 내뺍니다^^;;.

  4. 익구 2006/06/07 14:57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야말로 텅 빈 수레가 요란한 걸 괜히 절집의 풍경소리인 듯 포장하느라 찔리는 녀석에 불과합니다. 정말 부끄러워하는 마음,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이 얼마나 소중한지 요즘 느끼고 있어요. 누추한 공간에 들러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