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패장이 말이 많다.
사회 2006/06/01 12:37 |
패장은 말이 없다. 구구한 변명을 늘어놓을 것도 없다. 그간 원칙이니 소신이니 하는 말들을 제법 주절거렸다. 진정한 신념은 설혹 그것이 인기가 없거나 욕을 먹을 때도 꿋꿋이 지켜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인고의 시절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내가 꾸었던 꿈이 아름다웠다면 어떤 실패나 좌절도 담담히 감내하겠다. 사람 사는 세상에 쉬운 일은 없겠지만 그렇다고 힘겹게 밀어 올려도 다시 데굴데굴 굴러 떨어지기만 하는 시지프스의 바위 또한 없다고 믿는다. 스스로 돌아봐서 옳다고 믿는다면 의연하고 당당하게 가자.
1. 인터넷 서점 알라딘 블로그에서 벌어진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에 대한 논쟁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mannerist 선배님이 인용하신 표현을 빌리자면 민주주의의 실현은 절차적 민주주의와 실질적 민주주의로 나누어볼 수 있다. 이는 1인 1표제로 대표되는 절차적 민주주의와 사회 구성원들의 경제적, 사회문화적 평등을 실현하는 실질적 민주주의를 말한다. 물론 절차적 민주주의가 우선이며, 실질적 민주주의는 그 다음에 논의할 문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앞으로 실질적 민주주의를 위한 고민이 더 깊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쳤다가 다시금 1인 1표제가 민주주의의 요체임을 확인한다. 이 불공평하고 불평등한 세상에 1인 1표의 권리는 옹호되어 마땅하다. 한나라당에 건네지는 묻지마 투표가 명백히 부당하다고 하더라도 한 표의 가치는 오롯이 유지된다. 설령 내 자신이 오래도록 누추한 정치적 소수파가 되더라도 결코 이 원칙을 원망하지 않겠다. 끝끝내 유권자들이 향원(鄕愿)같은 사람을 제 대표로 뽑는다고 해도, 화이부실(華而不實)이 득세한다고 해도 내 한 표의 권리를 넘어서지 않는 절제를 지키겠다.
2. 한나라당의 압승은 견제와 균형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내가 그 정당의 정강정책을 달가워하지 않고 인적 구성원을 혐오한다는 사적인 감정도 있겠지만 말이다. 특히 한나라당의 수도권 석권은 충격적이다. 서울의 동북 3성이라 불리는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를 비롯한 강북 지역마저 한나라당이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여서 경악스럽다. 고종석 선생님이 조금 거칠게 말씀하셨듯이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의 권익을 옹호하는 정당에 투표하는 건 너그러움이 아니라 자기 배반이고 자기 모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유권자들이 꼭 자기 이익에 따라 투표하라는 법은 없지만 말이다. 그러나 적어도 서민이라면 한나라당에 덜 너그러웠어야 한다. 내가 한나라당에게 커다란 기대를 하지 않는 이유는 그네들이 단지 차떼기 하고, 매관매직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보다 근본적으로 인간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이 천박하기 때문에 아직도, 당분간도, 앞으로도, 좀처럼 지지하기 힘들 것 같다. 어찌하랴 이제 “차마”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못하는 것도 용기를 가져야 하는 세상이다.
3.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의 낙선이 못내 안타깝다. 서울의 향토사학자 박희님이 2005년 6월 발표한 ‘역대 서울시장 연구’에 따르면 1395년 6월 초대 판한성부사에 성석린이 임명된 이후 현 이명박 시장까지 서울의 수장을 역임한 사람은 1,427명이었고 모두 남자였다. 범위를 좁혀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래로 따져도 지난 60년 동안 서울시장 29명이 모두 남자였다. 이 만한 여성을 다시 기다리는 게 너무 지루할 것 같다. 물론 내가 강금실님을 지지했던 것은 단지 그가 성적 소수파인 여성이기 때문은 아니다. 똑똑하면서 착하고 정직하며, 사회적 약자, 문화적 소수자를 옹호하는 여성 지도자였기 때문이다. 서울에서의 눈부신 예외를 정말 보고 싶었다. 또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려야할지 모르겠지만 머잖아 여성 시장을 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서울시민 여러분의 선택은 언제나 위대하지만, 강금실에게 좀 더 꿈을 투자해주셨더라면 그 위대한 선택이 눈부시게 아름답기까지 했을 것이다. 강금실에게 주어진 108만표의 소중한 정성이 우리 둘레에 좀 더 많은 여성 지도자들을 만드는 밀알이 되길 바란다.
4. 열린우리당의 참패 요인을 어디서부터 분석해야할지 막막하다. 열린우리당의 “무능”이라는 의미가 한나라당의 정책과 차별화되지 못하고 비슷했던 것이 문제인지 아니면 정책 자체가 글러먹었다는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해야 하는지 헷갈린다. 일단 우리당의 무능의 요체는 한나라당과 별반 다를 것 없으면서 개혁을 참칭했기 때문에 비난을 받았다는 데 좀 더 무게중심을 둔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별 차이가 없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은 반례를 몇 개 나열하는 것보다는 그 차이가 얼마나 유의미한가가 더 핵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성적(定性的)인 측면이 강하니 쉽게 결판은 안 나겠다. 정치적, 이념적 측면에서 다소 차이가 있을지언정 경제 정책에서는 한나라당과 거의 흡사하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한다. 아무쪼록 부디 우리당이 창당 초심을 추스르고 다시금 낮은 곳에서부터 출발하길 바란다.
5. 그러나 양당의 차이가 무시해도 좋을 만큼이라는 식의 주장에 동감하지 않는다. 그런 식의 접근은 나처럼 우리당을 지지하는 보수적 유권자도 어떤 면에서는 개혁을 바라고, 상당히 진보적인 정책을 지지하기도 하고, 민노당의 공약에 설렐 수도 있는 여지를 축소해버린다. 열린우리당에 표를 던지는 사람들은 한나라당과 제 자신의 정치적 지향이 적잖은 차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당의 몰락을 통해 민노당의 입지를 넓히려는 입장에 동감하지 않을 충분한 이유가 있다. 다만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참여정부와 우리당의 패착이 개혁진보진영의 영역을 줄였다는 지탄만큼은 가슴 아프게 받아들인다. 강금실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우리당을 선택할 수는 있어도 한나라당을 선택하진 않는다”는 사람들은 결국엔 보수적일지는 몰라도 민주화의 성과와 개혁의 대의를 존경하고 이어받고자 애쓰고 있다. 어차피 자기가 직접 하는 거 아니면 대리인 비용은 불가피하다. 그 대리인 비용은 추산은 개인이 가장 잘할 것이다. 설령 잘 계산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어쩌겠는가. 한 표의 권리는 그러라고 있는 것이다.
6. 나는 이번 지방선거 20대 투표율 30%대 사수를 위해 투표 참여 독려도 하고, 지방선거 전반에 관한 안내를 했다. 당초 걱정보다 전체 투표율이 다소 높아진 만큼 20대 투표율도 조금 높아졌으리라 기대를 해본다. 추후에 정확한 세대별 투표율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이 아름다운 프로젝트에 동감해주시고 격려해주신 많은 분들께 깊은 감사를 표한다.
7. 민주공화국의 나라꼴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국민의 수준만큼 된다. 의회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을 견지하지만 희망은 다수결이 아니다. 혹여 이번 선거 결과가 서운하신 분들도 환멸보다는 희망을 품어주시길 바란다. 우리에게는 저 거대한 블루오션(?)이 있지 않은가.
<세 줄 요약>
1. 한 표의 권리는 늘 언제나 소중합니다. 한나라당 압승에 무조건 승복할게요.
2. 금실누님의 아름다운 승리를 볼 수 없어 아쉬웠어요. 열린우리당이 창당 초심을 찾길 바라요.
3. 민주공화국의 나라꼴은 국민의 수준만큼 됩니다. 투표하신 분들 모두 사랑해요.
패장은 말이 없다고 해놓고서는 결국 할 말 다했다. 내가 이렇게 어리석다. - [小鮮]
추신 - 화풀이 음주와 통한의 금주 중에 뭐가 더 좋을까요?^-^
1. 인터넷 서점 알라딘 블로그에서 벌어진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에 대한 논쟁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mannerist 선배님이 인용하신 표현을 빌리자면 민주주의의 실현은 절차적 민주주의와 실질적 민주주의로 나누어볼 수 있다. 이는 1인 1표제로 대표되는 절차적 민주주의와 사회 구성원들의 경제적, 사회문화적 평등을 실현하는 실질적 민주주의를 말한다. 물론 절차적 민주주의가 우선이며, 실질적 민주주의는 그 다음에 논의할 문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앞으로 실질적 민주주의를 위한 고민이 더 깊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쳤다가 다시금 1인 1표제가 민주주의의 요체임을 확인한다. 이 불공평하고 불평등한 세상에 1인 1표의 권리는 옹호되어 마땅하다. 한나라당에 건네지는 묻지마 투표가 명백히 부당하다고 하더라도 한 표의 가치는 오롯이 유지된다. 설령 내 자신이 오래도록 누추한 정치적 소수파가 되더라도 결코 이 원칙을 원망하지 않겠다. 끝끝내 유권자들이 향원(鄕愿)같은 사람을 제 대표로 뽑는다고 해도, 화이부실(華而不實)이 득세한다고 해도 내 한 표의 권리를 넘어서지 않는 절제를 지키겠다.
2. 한나라당의 압승은 견제와 균형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내가 그 정당의 정강정책을 달가워하지 않고 인적 구성원을 혐오한다는 사적인 감정도 있겠지만 말이다. 특히 한나라당의 수도권 석권은 충격적이다. 서울의 동북 3성이라 불리는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를 비롯한 강북 지역마저 한나라당이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여서 경악스럽다. 고종석 선생님이 조금 거칠게 말씀하셨듯이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의 권익을 옹호하는 정당에 투표하는 건 너그러움이 아니라 자기 배반이고 자기 모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유권자들이 꼭 자기 이익에 따라 투표하라는 법은 없지만 말이다. 그러나 적어도 서민이라면 한나라당에 덜 너그러웠어야 한다. 내가 한나라당에게 커다란 기대를 하지 않는 이유는 그네들이 단지 차떼기 하고, 매관매직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보다 근본적으로 인간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이 천박하기 때문에 아직도, 당분간도, 앞으로도, 좀처럼 지지하기 힘들 것 같다. 어찌하랴 이제 “차마”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못하는 것도 용기를 가져야 하는 세상이다.
3.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의 낙선이 못내 안타깝다. 서울의 향토사학자 박희님이 2005년 6월 발표한 ‘역대 서울시장 연구’에 따르면 1395년 6월 초대 판한성부사에 성석린이 임명된 이후 현 이명박 시장까지 서울의 수장을 역임한 사람은 1,427명이었고 모두 남자였다. 범위를 좁혀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래로 따져도 지난 60년 동안 서울시장 29명이 모두 남자였다. 이 만한 여성을 다시 기다리는 게 너무 지루할 것 같다. 물론 내가 강금실님을 지지했던 것은 단지 그가 성적 소수파인 여성이기 때문은 아니다. 똑똑하면서 착하고 정직하며, 사회적 약자, 문화적 소수자를 옹호하는 여성 지도자였기 때문이다. 서울에서의 눈부신 예외를 정말 보고 싶었다. 또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려야할지 모르겠지만 머잖아 여성 시장을 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서울시민 여러분의 선택은 언제나 위대하지만, 강금실에게 좀 더 꿈을 투자해주셨더라면 그 위대한 선택이 눈부시게 아름답기까지 했을 것이다. 강금실에게 주어진 108만표의 소중한 정성이 우리 둘레에 좀 더 많은 여성 지도자들을 만드는 밀알이 되길 바란다.
4. 열린우리당의 참패 요인을 어디서부터 분석해야할지 막막하다. 열린우리당의 “무능”이라는 의미가 한나라당의 정책과 차별화되지 못하고 비슷했던 것이 문제인지 아니면 정책 자체가 글러먹었다는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해야 하는지 헷갈린다. 일단 우리당의 무능의 요체는 한나라당과 별반 다를 것 없으면서 개혁을 참칭했기 때문에 비난을 받았다는 데 좀 더 무게중심을 둔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별 차이가 없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은 반례를 몇 개 나열하는 것보다는 그 차이가 얼마나 유의미한가가 더 핵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성적(定性的)인 측면이 강하니 쉽게 결판은 안 나겠다. 정치적, 이념적 측면에서 다소 차이가 있을지언정 경제 정책에서는 한나라당과 거의 흡사하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한다. 아무쪼록 부디 우리당이 창당 초심을 추스르고 다시금 낮은 곳에서부터 출발하길 바란다.
5. 그러나 양당의 차이가 무시해도 좋을 만큼이라는 식의 주장에 동감하지 않는다. 그런 식의 접근은 나처럼 우리당을 지지하는 보수적 유권자도 어떤 면에서는 개혁을 바라고, 상당히 진보적인 정책을 지지하기도 하고, 민노당의 공약에 설렐 수도 있는 여지를 축소해버린다. 열린우리당에 표를 던지는 사람들은 한나라당과 제 자신의 정치적 지향이 적잖은 차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당의 몰락을 통해 민노당의 입지를 넓히려는 입장에 동감하지 않을 충분한 이유가 있다. 다만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참여정부와 우리당의 패착이 개혁진보진영의 영역을 줄였다는 지탄만큼은 가슴 아프게 받아들인다. 강금실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우리당을 선택할 수는 있어도 한나라당을 선택하진 않는다”는 사람들은 결국엔 보수적일지는 몰라도 민주화의 성과와 개혁의 대의를 존경하고 이어받고자 애쓰고 있다. 어차피 자기가 직접 하는 거 아니면 대리인 비용은 불가피하다. 그 대리인 비용은 추산은 개인이 가장 잘할 것이다. 설령 잘 계산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어쩌겠는가. 한 표의 권리는 그러라고 있는 것이다.
6. 나는 이번 지방선거 20대 투표율 30%대 사수를 위해 투표 참여 독려도 하고, 지방선거 전반에 관한 안내를 했다. 당초 걱정보다 전체 투표율이 다소 높아진 만큼 20대 투표율도 조금 높아졌으리라 기대를 해본다. 추후에 정확한 세대별 투표율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이 아름다운 프로젝트에 동감해주시고 격려해주신 많은 분들께 깊은 감사를 표한다.
7. 민주공화국의 나라꼴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국민의 수준만큼 된다. 의회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을 견지하지만 희망은 다수결이 아니다. 혹여 이번 선거 결과가 서운하신 분들도 환멸보다는 희망을 품어주시길 바란다. 우리에게는 저 거대한 블루오션(?)이 있지 않은가.
<세 줄 요약>
1. 한 표의 권리는 늘 언제나 소중합니다. 한나라당 압승에 무조건 승복할게요.
2. 금실누님의 아름다운 승리를 볼 수 없어 아쉬웠어요. 열린우리당이 창당 초심을 찾길 바라요.
3. 민주공화국의 나라꼴은 국민의 수준만큼 됩니다. 투표하신 분들 모두 사랑해요.
패장은 말이 없다고 해놓고서는 결국 할 말 다했다. 내가 이렇게 어리석다. - [小鮮]
추신 - 화풀이 음주와 통한의 금주 중에 뭐가 더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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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에 특히 공감합니다. 그리고 금실누님의 패배는 저 역시 아쉽습니다. 그리고 갠적으로는 금주가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음주를 하는 건 선거패배를 빌미로 통음하고자 하는 욕구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앗 이런 딱 들켜버렸어요. 통음... 이 단어가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지 뭡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