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기간 단축을 포함한 병역제도개선안이 내년 상반기 중에 공개될 예정이다. 국방부와 병무청에서는 병역자원 부족을 들어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나오지 않았지만 국방개혁법의 병력 감축 계획을 반영해 현역병의 복무 기간이 단계적으로 단축될 전망이다.


군대 문제 나오면 이성을 잠시 반납하는 누리꾼들의 악플을 보는 건 이제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하지만 “제가 얼마 전에 전역을 했지만...”으로 시작해서 이야기를 꺼내는 분들 가운데 상당수가 군 복무기간 단축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아버지 세대가 우리들의 군 복무 부담이 경감되는 것을 환영해주셨듯이 내 동생, 후배들이 우리보다 적은 기간을 소요할 수 있다면 환영할 일이다.


물론 단축에 찬성하는 입장의 논거가 마냥 탄탄한 것은 아니다. 사실 군사안보 문제 관련해서는 정보가 상당 부분 가려져 있어서 추정치들도 난무하고 보통 사람들이 판단하기 어려운 감이 있다. 기간을 줄이지 않으면서 사병 복무의 부담을 더는 방안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저출산 때문에 더 줄이기 곤란하다고 말하는 그 반대로 앞으로도 저출산이 계속될 텐데 한창 경제활동을 해야할 사람들을 오랜 기간 징병하는 게 얼마나 더 유리한지에 대한 의구심이 생긴다.


더 잃을 것도 없는 정부의 선심용 정책이라고 폄하할 수도 있다. 미디어 평론가 변정수님의 <정치와 밥그릇, 정치 토론을 하는 법>이라는 칼럼에서 “어느 정당이 정치적으로 우세할 때 내게 돌아올 이익이 무엇인가를 숙고하고 나서, 그렇기 때문에 그 정당을 지지한다고 떳떳하게 말하라”는 대목이 떠올랐다. 가령 내 나이 또래 가운데 군 복무가 늦어진 친구가 이번 군 복무기간 단축 검토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건 그리 구박할 일이 아니다. 제 이득을 잘 따지는 게 민주공화국 주인의식의 기초일 것이다. 국가 지도자들이 국민의 부담을 덜기 위해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건 환영할 일이다.


여하간 단축 반대를 외치는 쪽에서는 병역자원이 부족하다며 건성으로 대답하지 말기를 바란다. 그 많은 재원을 쏟아 붓고도 왜 여전히 군대에 대한 인식이 그리 고깝지 않은지, 북한군을 확고히 제압할 군사력을 갖추지 못했는지 책임자들이 해명해야 한다. 이 땅의 소중한 자식들을 부려먹으려면 그 정도 성실성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가령 국방부에서는 군대 내 폭력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는데 왜 내 주위에는 맞았다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가. 자신들의 직무유기를 왜 애국심 부족으로 돌리는가. 애국은 누가 독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적어도 우리나라 징병제의 구조적 모순을 안타까워했던 적이 있는 사람이 갑자기 분단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말하는 건 좀 곤혹스럽다. 물론 사람은 변하게 마련이지만 그 변화는 이해관계에 따라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분단 모순 때문에 징병제 모순을 극복할 수 없다는 건 무책임한 자세다. 우리는 분단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징병제의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얼마든지 궁리할 수 있다. 이 나라 국민으로 살아야 할 짐을 합리적으로 덜어주는 게 국방부와 병무청의 일차 업무다. 화두가 던져진 만큼 군 복무기간 단축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 [無棄]

Posted by 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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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민 2006.12.29 18:28 Address Modify/Delete Reply

    선심성으로 발표된 게 문제 같습니다...

  2. 익구 2006.12.31 03:05 Address Modify/Delete Reply

    선심성 의혹은 제 잡글에서 대강 말씀드린 거 같고요. 저는 보다 근본적으로 노동시간 진입을 앞당겨 생애 총 근로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많이 동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