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송두율 교수와 국가보안법 문제, 북한의 북방한계선(NLL) 문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비전향 장기수 민주화 운동 인정 문제를 들먹거리며 국가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노무현 대통령의 이념적 지향을 밝히라느니 하면서 헛소리를 남발하고 있다. 도대체 승복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들이다. 이런 수준의 집단들과 상생을 하려고 생각했던 이들은 지금이라도 마음을 고쳐 먹어야할 것이다.


독일 국적의 교수를 억지로 감옥에 쳐 넣고 흐뭇해하는 나라, 선량한 사람에게 빨갱이 혐의를 뒤집어 씌워 두들겨 패는 나라,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보다는 북한에 대한 적개심으로 먹고사는 군대가 있는 나라, 더러운 친일행각으로 제 잇속만 챙긴 놈들과 군부독재에 기생하며 인권을 유린하던 자들을 그냥 덮어놓고 가는 나라를 만들었고, 앞으로도 만들려는 자들이 감히 국가 정체성을 들먹거릴 수 있단 말인가?


참여정부의 국가 정체성은 헌법 전문에 다 나와있다는 청와대의 대응은 타당하다. 5.16 군사 쿠데타로 4.19 혁명을 압살한 유신체제, 그리고 그 새끼인 5공 정권의 맞은 편에 서있는 것이 참여정부다. 무고한 민중들이 흘린 피에 밥 말아먹던 개발독재시대의 파시스트적 감수성으로는 절대로 진정한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세울 수 없다. 유신시대의 구질구질한 색깔론으로 상대방의 머릿속이 궁금하다는 저열한 시도를 하는 것은 집어치워졌으면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마냥 떳떳한 것은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유신잔당인 김종필과 공조해서 권력을 나눠가졌을 때, 국민의 정부가 그 놈의 영남권 표 좀 얻어보려고 박정희 기념관을 국고보조까지 해가며 지으려고 시도했을 때, 현재의 여권 인사들 상당수가 동조하거나 침묵했던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정부여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과오에 부끄러워해야겠지만 그렇다고 한나라당과 박 대표의 구차한 정치공세에 단호히 대응해야 할 것이다.


국가 정체성을 위태롭게 했던 수구세력들이 국가 정체성을 걱정하는 눈물겨운 애국질에 어안이 벙벙해진다. 박근혜가 애면글면 부인하려고 해도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합법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뒤엎은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씻을 수 없는 원죄이다. 우리는 박정희가 군사 쿠데타 없이, 인권유린이나 국가주의적 사고의 폐해 없이 경제발전을 일구어낼 가능성을 봉쇄해버린 것에 분노해야 한다. 자유주의자들은 아무리 구색 좋은 경제성장이라고 해도 개인의 자유의지가 심각하게 훼손된 것에 가장 큰 문제의식을 느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자유가 걸린 이 싸움에서 절대 물러설 수 없다.


역사의식은 빈곤한데 권력의지만 충만했던 자유주의 세력은 스스로를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뻔뻔스럽게 국가 정체성 운운하는 수구세력과 상생하려는 생각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확실히 버려야 한다. 진짜로 대한민국 헌법을 수호하는 것이 누구인지를 가리는 것은 혼자서도 잘할 수 있다. - [憂弱]  
Posted by 익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새우범생 2004.07.27 17:14 Address Modify/Delete Reply

    박정희 이야기 안 하려고 했는데 결국 하고 말았다. 박근혜 거론하면 도저히 박정희를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별개의 개성을 가진 인격체로 대우하고 싶어도 하는 짓이 아버지와 차이를 발견할 수 없으니 도매금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던 고충을 너그러이 헤아려주시길 바란다(박근혜 자신도 박정희를 가장 위대한 지도자라고 치켜세우는 것을 전혀 주저하지 않는다). 한나라당에서 또 연좌제라며 난리를 칠지 모르겠지만... 연좌제로 숱한 사람들에게서 피눈물을 쥐어짰던 것은 당신들이 아니었던가 반문하고 싶다. 정말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2. mannerist 2004.08.05 22:35 Address Modify/Delete Reply

    고충은 무슨... 박근혜가 재보선에서 무슨 구호를 외치면서 대구에서 당선되었는지 벌써들 잊었나보다. "아버지의 이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