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37대 경영대 학생회장으로서의 한해를 마무리 지은 익구의 퇴임인사 "37대 경짱 이제 물러갑니다^^" 전문이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경영대 학우 여러분!

37대 경영대 학생회장 경영학과 02학번 최익구입니다. 제가 학생회장으로서 학우 여러분들을 대하는 것이 이제 마지막이 되었습니다. 한 해 동안 제게 맡겨진 책임의 무거움을 이제 덜어놓게 되었습니다. 너무 부족한 점이 많아 죄송스러운 마음이 가득하고, 아직도 아쉬움이 이만저만 아니지만 제 미천한 역량을 다해서 경영대의 살림을 챙겼습니다. 이제 다음 사람에게 넘기는 것으로 실현되는 의회 민주주의 이어달리기 선수로서의 제 역할이 다했습니다.


그간 못난 학생회장의 잔소리 들으며 이런저런 잡무에 시달리신 학생회 일꾼과 각 반 일꾼을 비롯한 많은 후배님들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어찌 보면 엄청 귀찮고 짜증나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늘 관심 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각종 행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제 학생회 일꾼에서 물러납니다. 혹여 제 불찰로 걱정을 끼쳐 드리거나 제 게으름으로 불편하게 해드린 점이 있다면 이 자리를 빌어 깊은 사과를 드립니다.


저는 대학 새내기 입학 전에 학생회 일꾼 생활을 시작했으니 학생회 일꾼 생활만 3년째입니다. 그동안 제가 가졌던 의문들과 불만들을 해결해보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였지만 제 역량의 부족으로 많은 것을 실현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학생활의 재미와 보람을 학우 여러분을 위해 작은 보탬이 되는 것에서 찾았다는 점은 늘 감사히 간직할 것입니다. 늘 일하기 바쁘다는 핑계로 고마운 분들과 좋은 관계를 맺을 넉넉한 여유를 가지지 못했습니다. 앞으로도 살갑게 인사하며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경영대 학우 여러분!

떠나는 자리에서 특히 제가 책임지고 준비했던 2004 새터의 주인공이었던 04학번 여러분들이 특히 생각납니다. 대학 새내기로서 즐기는 이런저런 행사들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것 같아 늘 죄송스런 마음뿐입니다. 04학번 여러분들의 입학을 축원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이제 선배가 될 준비를 하는 여러분들을 보며 반갑고 고맙습니다. 04학번 여러분들 모두가 늘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03학번 여러분 이런저런 악조건 속에서도 못난 사람 도와주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우리 경영대는 대학 새내기 위주로 모든 반활동이 진행되고, 바로 윗학번만 되도 일선에서 물러나 행사의 준비나 조직에는 참여를 안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많은 학우들이 반활동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에 아랑곳하지 않고 04학번 후배들을 챙기고 선배님들과의 가교 역할을 든든히 해준 여러분들이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또한 제 임기가 끝날 때까지 제 곁에서 도와준 열려있고 쉽고 낮은 37대 경영대 학생회 일꾼들에게 깊은 고마움을 표합니다. 모자란 저를 도와주느라 본의 아니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빼앗아 정말 미안하고 고마울 따름입니다. 이 빚은 어떻게 다 갚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울러 제가 맡은 첫 행사였고 가장 걱정도 많이 했던 2004 새터의 주역이신 2004 새터준비위원 여러분 모두 고맙습니다. 또한 04년도에 반일을 맡으셨거나 맡고 계신 여러 대표님들께도 머리 숙여 감사 인사드립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경영대 학우 여러분!

다소 감상적이 될 수밖에 없는 고별의 인사에서 지난 3년 간의 학생회 일꾼생활을 걸고 간곡한 청을 하나 드리고자 합니다. 아무쪼록 국가보안법 폐지를 지지해주시기를 호소합니다. 저는 자유주의자입니다.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만이 북한의 폭압정권을 궁극적으로 이기는 길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것은 옳은 일입니다. 저는 확신을 가지고 여러분들께서 국가보안법 폐지에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지난 암울했던 시기에 억지 혐의를 뒤집어 씌워 끌고 간 뒤 칠성판에 눕혀 고춧가루 물을 먹이고, 성기 끝에 전기줄을 연결해 온몸을 지져대고, 알몸으로 바닥을 기며 살려달라고 애원하기를 강제했던 인권유린의 기억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 때 많은 이들을 범죄자로 만들기 위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렸던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서 진정한 민주국가, 인권국가로서의 우리나라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입으로는 자유민주주의를 들먹거리면서 인권을 유린하고 호의호식했던 자들이 국가정체성을 들먹이고, 색깔론적인 공세를 할 때에도 국가보안법 폐지가 옳은 일임을 흔들림 없이 견지해주시기 바랍니다. 군부독재에 기생하고 민주주의 열망을 탄압했던 자들이 다시는 역사의 주무대에 서지 못하도록 힘을 모아 주십시오. 지난 3년 동안 비운동권 학생회 일꾼을 자처했고,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 불개입을 원칙으로 했던 37대 경영대 학생회이지만 마지막으로 이 말씀만은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너그러이 양해 바랍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경영대 학우 여러분!

저는 35대 총학생회, 36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36대 경영대 학생회, 37대 경영대 학생회, 38대 경영대 선거관리위원회로 이어진 지난 3년 간의 학생회 일꾼 생활을 이제 접고 또 다른 인생의 보람거리를 찾는 중입니다. 우선 하고 싶은 것으로 연애(소개팅 환영!)와 역사기행, 독서 등이 떠오릅니다. 비록 저는 물러가지만 제가 맺은 소중한 인연들은 절대 잊지 않겠으며 앞으로도 계속 이어나가기를 바랍니다. 혹시 온라인 상이나마 저와 교류하시려면 www.ikgu.com이나 www.cyworld.com/liberal 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그 간의 일들을 마무리하는 내내 도덕경 2장의 功成而弗居(공성이불거)란 구절을 떠올렸습니다. “공이 이루어져도 그 공 속에서 살지 않는다”, 즉, “공을 쌓아도 그 공을 주장해서 무언가를 얻으려 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제 임기 중에 쥐꼬리만큼 이룬 것들이 있더라도 그것이 마치 저만의 공인 것처럼 자랑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떠나는 마당에 자꾸 제가 한 일을 들먹이며 뿌듯해 하기보다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해주신 분들에게 참 고마웠다며 충심 어린 감사 인사를 나누고, 정을 담은 술 한잔을 건네야겠습니다.


이제 저는 물러갑니다. 저란 녀석이야 금세 잊혀지는 것이 지극히 정상이지만 제 작은 노력이 여러분들의 대학생활에 자그마한 도움이 되었다면 그것으로 대성공입니다. 선배님, 동기들, 후배님들이 알콩달콩 재미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며 괜히 침 흘리지 말고, 하나둘 저란 녀석을 잊어가도 기꺼이 받아들이겠습니다. 서서히 지워지는 저를 발견하며 고독 속에서 저를 되돌아볼 여유를 가져봐야겠습니다. 버려서 가벼워지고, 가벼워져서 자유로운 모습으로 학우 여러분들을 만나겠습니다.


어쩌다가 이렇게 무능한 녀석이 경영대 한 해 살림을 맡았습니다. 늘 부족했지만 열려있고 쉽고 낮은 37대 경영대 학생회에 대한 학우 여러분들의 격려와 성원에 힘입어 조금씩 채워나갈 수 있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가슴 깊이 고마웠습니다. 함께 해서 정말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딛고 있는 자리에서 치열하시고, 자유로우시길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 [憂弱]


열려있고 쉽고 낮은 37대 경영대 학생회 물러갑니다.^^

딛고 있는 곳에서 치열하시고 자유로우시길!

Posted by 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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