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이름을 하나씩 갖는 것이 관례지만, 한국인은 전통적으로 여러 개의 이름을 지녔었다. 막 태어나면 막되게 부르는 아명(兒名)을 붙이고, 성인이 되면 문서 같은 데에 정중히 사용할 관명(冠名)을 지었다. 죽은 이에 대해서 말할 땐 관명을 휘(諱)라고 한다. 또 윗사람이 부르는 자(字)와 친구들끼리 쉽게 부른 호(號)가 있었다. 호를 아호(雅號)라고도 한다.
- 고종석 [국어의 풍경들] 230~ 231쪽


그간 익구의 雅號(아호)를 뭘로 할까 고심을 거듭했습니다.
‘호’라고 하니까 엄청 거창해 보이지만 위의 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옛날에는 친구들끼리 쉽게 부르는 이름이었다고 하니까...
뭐 거창한 것이 아니라 거의 인터넷 게시판 상의 필명정도의 수준으로
그냥 재미로 쓰는 것이니 너그러이 양해를...^^


그간 몇 개의 후보를 염두에 두었지만...
“우약(憂弱)”이라는 녀석으로 확정하겠습니다.
이건 여조겸의 [동래박의]의 한 구절에서 따온 것으로...


君子憂我之弱 而不憂敵之强
(군자는 제가 약한 것을 걱정하지 적이 강한 것을 걱정하지 않는다)


"나의 약함을 걱정한다" 정도의 뜻입니다.


언제나 저의 어리석음과 모자람을 인식하자는 뜻이면서도
약한 것, 어려운 것, 힘겨워 하는 것에 대한 관심을 놓지 말자는 뜻이기도 합니다.
갖다 붙인 유려한 의미만큼이나 제 호에 부끄럽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아참 그럼 그전에 익구가 제 멋대로 쓰던 호가 무엇이었는지
혹시라도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과거 호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익구가 최초로 호 비슷한 개념으로 쓴 것은 “낙도(樂道)”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 한문시간에 한자성어들을 배우는 와중에
아무 생각 없이 정하게 된 것인데...


아마 安貧樂道(안빈낙도)에서 따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뭐 이건 잠깐 쓰다가 폐기했기 때문에 그다지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에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부터 고3 5월까지 썼던
익구의 최초의 호라고 할 수 있는 “담혜(澹兮)”가 있습니다.
이건 도덕경 20장에서 따온 것으로서...


澹兮其若海 飂兮若無止
(바다처럼 잠잠하고, 쉬지 않는 바람 같습니다)


“잠잠히 흐르는 모양”“담담하구나!”정도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이후 1년 간은 “소권(疏權)”이라는 녀석을 썼습니다.
'소외 받는 이들의 권리를 위해' 혹은
'소외 받는 권리를 위해' 라는 거창한 뜻을 품었답니다.


그러나 첫인상에서 느낄 수 있듯이...
너무 권력지향적, 이념지향적이라는 자체 반성도 있고 해서 그만 쓰게 되었지만
제 생애 가장 급진적이며 자유로운 생각이 꽃 피웠던 시절이라고 평가합니다.


소권 이후 한참이나 후발 주자를 비워두었지만...
이제 새로운 익구의 호를 선포하고 아껴 쓰려고 합니다.
앞으로 익구의 애칭인 우약도 많이들 아껴주시고...
늘 부끄럽지 않은 벗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6(^.^)9
Posted by 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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