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근무를 시작하기 전에 열린우리당을 탈당하면서 써본 글이다. 들어갈 때는 별 말 없었는데 나갈 때는 왜 이리 할 말이 많은지 모르겠다.^^;)

안녕하세요. 열린우리당 학생당원입니다. 제가 이번 유월부터 공익근무를 시작하게 됩니다. 행정관서요원으로 일하게 되어 공무원 신분인지라 당원자격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정들었던 우리당을 잠시 떠날까 합니다. 2004년 1월말 고심 끝에 당원이 된 이후 1년 4개월 간의 짧았던 당원생활을 접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말하고 다녔던 그 순간, 우리당에 기대한다며 수줍게 웃던 그 순간에 이렇게 힘들고 마음 아픈 일인지 몰랐습니다. 제 사상과 양심에 비춘 편들기를 마다하지 않는 편파적인 놈이 되기로 결심했지만 오해받는 두려움이 달콤했던 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편견과 낙인에 가려 저란 녀석이 곡해되더라도 섭섭해할 생각은 없지만 가끔 찾아드는 스산함마저 어찌할 수는 없었습니다.


우리당을 위해 한 일이라고는 당비 2000원 좀 내고, 우리당을 거드는 말글을 내뱉은 것이 전부이지만 참으로 즐거운 기억이었습니다. 제 인생에 처음으로 지지하고 당원까지 되어본 정당, 첫 투표권을 행사하는 설렘을 안게 해줬던 정당,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가슴 벅차게 해준 정당으로서 길이 남을 것입니다.


처음 우리당원이 되기로 했을 때 제가 믿는 것의 아슬아슬함을 반성하고, 못난 점을 질타하기를 다짐했습니다. 우리당이 못할 때 저도 회초리를 들었지만 실상 그 매질은 고스란히 제 가슴을 내리쳤습니다. 여전히 많은 분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이런 선의들을 갉아먹으며 기생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우리당의 실정을 보는 만큼이나 우리당 지지자들의 선량한 마음들이 상처 입고 눈물짓는 것이 비통합니다.


우리당이 자유주의 정당으로서, 개혁적 보수로서의 면모를 다잡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 바랍니다. 진보인척 하면서 표를 구걸하고 입을 닦는 파렴치한 수법은 이제 더 이상 쓸 수 없습니다. 그러나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보안법의 폐지나 천민자본주의와 극단적 시장만능주의에 대한 경계 같은 자유주의 미감을 구현할 짐은 지고 있습니다. 꽤 그럴듯한 보수가 되는 것이 우리당의 소임일 것입니다. 독선과 오만을 버리는 것만큼이나 과욕을 버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 한나라당은 눈부신 변신으로 우리를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이제 한나라당을 향해 함부로 극우파니, 수구냉전세력이라고 부르기 힘들어질지 모릅니다. 그만큼 저들의 변화는 참신하고 혁신적입니다. 또한 민주노동당은 우리 사회에 부족했던 진보적 담론을 생산하고 서민의 생활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가면서 진보 정당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해나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만만치 않은 경쟁자들을 인정하면서도 우리 또한 뼈를 깎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우리당 의원님들께서는 우리당에 한 표를 얹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많은 이들을 늘 간직하시기 바랍니다. 못난 것 투성이인 우리당을 위해 굽실거리고 생채기 나야했던 이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당신들이 떵떵거리고 기름지게 지낼 수 있는 것은 다 지지자들이 허리 아프게 굽히고, 손바닥 열나게 비비고, 발바닥 저리게 뛰어다닌 덕분입니다. 기호 3번 시절의 초심을 잃지 말고 남의 잘못보다 제 잘난 점으로 승부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랍니다. 과반수일 때 하지 못한 일을 해내려면 몇 배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떠나는 마음은 착잡하지만 절망 속에서 희망을 노래한 순수했던 분노를 기억합니다. 믿음도 산산이 부서질 때가 오고, 눈물도 마를 때가 오며, 사랑도 식을 때가 오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그 믿음, 그 눈물, 그 사랑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습니다. 사랑한만큼 많이 따가웠지만 그래도 열린우리당원으로서의 짧은 시간은 행복했습니다. "너를 봐서라도 우리당을 믿어보기로 하자"는 소리를 못 들어본 것은 못내 아쉽네요.^^;


우리당을 지지하시는 분들, 미워하시는 분들, 관심 없으신 분들 모두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언제든 힘을 합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 모두 "동원의 대상"이 아닌 "참여의 주체"가 됩시다. 멀리서나마 마음 속으로 응원하겠습니다. 늘 건승하시고 재미나세요. 고맙습니다.^^ - [憂弱]
Posted by 익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새우범생 2005.05.25 23:55 Address Modify/Delete Reply

    민망하게도 이 미천한 잡글이 열린우리당 당원게시판 베스트뷰와 서프라이즈 대문글에 올랐다. 평소에는 해준 것도 없다가 정작 잠시 떠나 있을 때 이런 격려 말을 듣는 것이 참 부끄럽다. 국법의 엄정함을 거스를 생각은 없기에 우리당에 대한 안쓰런 애정을 가슴에 꾹꾹 눌러 담고 있어야겠다. 애달프지만 이제 잠시 떠나있을 시간이다.ㅜ.ㅜ

  2. 고성호 2005.07.27 23:08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익구안녕? 오랫만에 와봤다 ㅋㅋ 열린우리당 당원이었구나 유후 너도 맥아더 동상 때려부쉬고 싶니? 그건 아니지? 하하하

  3. 새우범생 2005.07.28 22:49 Address Modify/Delete Reply

    맥아더 동상과 우리당과는 거의 연관관계가 없는 걸로 보이던데... 이 무슨 뜬금없는 소리란 말인가.^^; 동상 철거 문제는 법과 절차에 따라 처리해야할 것을 일부 시위대가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니까 동감은 못 얻고 구박만 받는 형국인 거 같더만. 역사에 대한 해석이야 차이나는 것이 당연하고 그 자유를 존중해줘야 하지만 그런 식의 방식은 좀 곤란하겠지. 나는 일단 동상을 직접 보고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를 살펴볼 것 같다. 조잡한 동상들이 너무 많은 듯... 푸하하

  4. 똘똘이아빠 2005.09.14 23:50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이런... 당원이셨었군요...
    당게 베뷰는 뭐 대단하지 않지만, 서프 대문은 그래도 밸류를 인정(?)해 준다고 생각하심 됩니다.^^
    공익 무사히 잘 마치시구, 당게에서 글 섞을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참, 전 당게 아뒤는 똘똘이아빠가 아닙니다. 다른 분이 선점해 놔서...
    서프에선 같은 아뒤 쓰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