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MBC 대학가요제에서 동률공을 만나서 어찌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김동률은 내가 팬임을 천명한 최초의 가수이자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가수이다. 그는 내가 여느 사람들처럼 누군가의 음악을 좋아하고, 그 사람의 팬이 된다는 보편적인 감정을 나도 느껴볼 수 있게 해준 참으로 고마운 사람이다. 그를 꼭 동률공이라 높여 부르는 것도 이런 나의 호감의 표현이다. 동률공이 KBS 라디오 ‘김동률의 뮤직 아일랜드’ 디제이로 선임되고, MBC TV 수요예술무대 후속으로 ‘김동률의 포유’라는 프로그램의 진행자로도 나서게 된다고 한다. 그간의 적조함이 무색할 만큼 왕성한 활동이다. 반갑다. 죄다 자정 시간대라 수면시간이 좀 줄기는 하겠다만서도.^^;


드디어 개관하는 국립중앙박물관도 참 기쁜 소식이다. 요즘 들어 우리 문화유산과 미술사학 쪽에 부쩍 관심이 높아졌지만 다 둘러보려면 한나절은 족히 걸린다는 그 위용 앞에 조금 주눅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감각과 직관을 자유롭게 열어놓고 그저 유구한 역사를 음미할 수 있다면 무척 좋은 기회일 것 같다. 벼르고 있던 만큼 “유물원정대”를 꾸려서 자주 찾아갈 예정이다. 서로 유물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몰라도 이게 좋았다느니, 이런 느낌을 받았다느니 하면서 도란도란 정담을 나누는 광경을 얼마나 그려왔던가. 국립중앙박물관이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할 때까지 애면글면 노심초사하셨을 많은 분들께 깊은 감사드린다.


떠남이 아쉬운 가을에 이렇게 돌아오는 것들이 있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다. 돌아오는 존재들 덕분에 또 스산해진 마음을 덥혀준다. 돌아옴이 떠남의 아쉬움을 채워주는 용도로만 쓰여서는 곤란하겠지만... 상당부분 그렇게 사용하는 것을 억지로 부인하지는 말자. 이 정도만 해도 고독의 침투에 우아하게 대처할 수 있으리라. 고독 때문에 괴롭다고 한다. 모든 이에게 나름대로 숨겨져 있는 고독을 보자. 고독 위에 사랑을 심자. 다시 돌아오는 모든 것들에 따스한 격려를! - [憂弱]
Posted by 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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