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발적 금욕을 고민하며
법 2009. 6. 29. 06:50 |나는 성매매를 반대한다(잡글 <성매매특별법을 지지한다> 참조). 다만 성매매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성을 향유할 수 없는 이들을 ‘성 빈곤자’라고 이름 지어 상정하면 가슴이 아프다. 현재 이뤄지는 성매매 가운데 이네들의 비중은 소수라고 친다면 소수자의 문제이기 때문에 더 고심스럽다. 이는 성적 매력이 현저히 모자란 분들 뿐만 아니라 장애인이나 노인 등도 해당한다. 군인은 일단 포함되기 어렵다고 보지만 좀 더 궁리해야겠다.
현행 법체계를 손질해서 성매매를 한 성 빈곤자에 대한 처벌을 가볍게 하거나, 성 빈곤자들에게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성매매까지는 타협할 수 있겠다. 어떻게든 매매는 피하고 싶어 성 빈곤자들끼리 하룻밤의 정사(원 나잇 스탠드)를 나누도록 연계해주는 프로그램도 고안해봤지만 실효성은 없어 보인다. 성 빈곤자들도 (돈을 주고서라도) 기왕이면 성적 매력이 충만한 사람을 찾으려고 할 테니 말이다. 성적 매력이 많으냐 적으냐를 따지는 것도 너무 주관적인 일이라 성 빈곤자를 획정할 기준을 세우는 게 만만치 않은 과제다.
성 빈곤자를 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들에게 한정적으로 성매매를 허용하는 것도 사실 아이디어 수준에 지나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가 비자발적 성매매를 줄이려고 노력하듯이 비자발적 금욕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야 할 듯싶다. 비자발적 금욕에 대해 사회가 도와줄 부분은 없는지 모색해보면 어떨까. 성적 매력이 없어 성적 쾌락을 향유하지 못하는 걸 온전히 그 개인의 탓으로 돌릴 수 없다고 할 때 ‘성 복지’라는 개념을 도입해볼 수 있지 않을까.
성 빈곤자들을 위한 제한적인 공창제(公娼制)의 모습은 무엇일까? 가능한 한 금전의 개입을 피해 성매매 방식을 탈피하는 게 중요하다. 성 빈곤자들이 꽃값(화대)를 지불하는 게 아니라 국가에서 성 노동자를 고용해서 성 빈곤자들에게 제공하는 식의 ‘성 복지’를 생각해 봄직하다. 이 경우 성 판매자와 성 구매자의 관계가 아니라는 장점이 있다. 성 노동자 외에도 국가에서도 돈을 받지 않는 ‘성 자원봉사’ 제도를 마련하고 이 분들에게 세제 혜택이나 교육 지원 등을 주는 방안도 검토해보자. 성 복지병에도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성 노동자도 성매매 종사자와 마찬가지로 자발성에 대한 물음표가 남는다. 자유의지로 선택한 일이라고 해도 그 자유의지에 왜곡은 없는지 따져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성 노동이 자신의 천직이라고 여겨 박봉을 마다하지 않고 일할 분들의 비율이 그리 높을 것 같지는 않다. 또한 우리 사회가 성 노동자를 편견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성 자원봉사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상대적으로 좀 낫지 않겠나 싶으나 대동소이하지 않을까 싶다.
성매매 종사자들의 생업을 걱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비천하게 바라보는 이중성은 쉽게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천시 받는 직업이 될까 염려스럽다. 성욕 해소가 중요하다고 목청을 높이면서도 과연 그 막중한 과업을 수행하는 이들을 사회적 구성원으로서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지 묻고 싶다. 소수자 문제를 해결하겠답시고 또 다른 소수자를 양산하는 셈이다.
지금까지 끼적거린 내용들은 절반 이상 농담으로 한 말이니 너무 무겁게 받아들이지 말아주셨으면 좋겠다. 이런 상상까지 해서라도 성매매 불법화의 원칙은 건사하고 싶다. 사랑으로 맺어진 성행위가 가장 이상적이지만 그게 어렵더라도 이를 대신할 방법이 매매 밖에 없는 건 아닐 게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에 들기 위해 자신을 가꾸는 노력을 몇 푼의 돈으로 대체하려는 사고에 저항해보고 싶다. 형법의 최후수단성을 언급하는 건 옳다. 마찬가지로 성 역시 최후의 가치로 아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 [無棄]
추신 - 2008년 8월에 실시하고 9월에 여성부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성매매가 사회적 범죄행위라는 의견에 79.6%가 지지를 표명했다. 2005년 첫 조사 때의 53.8%에 견주어 높아진 수치다. 특히 남성들의 성매매방지법(조사 문항에서 이렇게 표현함) 지지도가 75.0%에 달해 2005년 48.2%보다 크게 증가했고, 84.2%인 여성들의 지지도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같은 해 9월 30일부터 10월 1일까지 리얼미터가 성매매 합법화에 대한 찬반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반대 48.9%, 찬성 35.3%가 나왔다. 여성은 반대 61.6%, 찬성 19.9%이었던 반면, 남성은 찬성 50.1%, 반대 36.6%였다. 설문의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도 힘들지만 당최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알쏭달쏭하다. 성매매에 대한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앞으로도 이런 식의 조사가 정기적으로 시행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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