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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분석(1)

경제 2009. 5. 4. 05:15 |

2008년 봄학기에 들었던 이필상 교수님의 금융론 강의에서 에세이 과제로 작성했던 산업은행 분석에다 최근 바뀐 사정들을 보강해봤습니다. 산업은행 민영화 자체에 대한 찬반 논쟁보다는 민영화로 향하는 길목에서 벌어지는 쟁점 위주로 고찰했습니다. 민영화 자체에 대한 반대도 적잖다는 점을 잘 알고 있지만 이미 주요 법률안이 통과된 마당에 보다 바람직한 민영화를 더듬기 위한 삽질로 여겨주시기 바랍니다. 너더분한 잡설을 싫어하시는 분들이라면 1번, 5번, 9번 목차만 살펴보시면 됩니다. 과제물 작성 당시 자문에 흔쾌히 응해주신 원유태 선배님께 각별한 감사를 표합니다.


1. 산업은행 민영화를 위한 입법

지난 4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국산업은행 민영화를 위한 한국산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처리했다. 이로써 산업은행에서 한국정책금융공사를 분리하는 한국정책금융공사법이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된 것과 더불어 산업은행 민영화를 위한 입법적 조치가 일단락됐다. 산은이 먼저 민영화되어야 그 자금으로 정책금융공사를 설립할 수 있는데 선후가 뒤바뀐 입법인 셈이지만 모양새는 갖추었다. 하지만 정부 여당이 공기업 개혁의 대표로 삼았던 산은 민영화가 이제 궤도에 올랐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4월 30일 밤 자중지란에 빠진 한나라당으로 말미암아 금산분리 완화 관련 법안인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 중에 은행법 개정안만 가결되었다.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이 부결됨에 따라 정부 여당의 계획은 상당부분 차질을 빚게 됐다. 정부 여당의 논리에 따르면 금산분리 완화를 통해 산은 지주회사의 지분 인수에 보다 많은 투자자가 참여하게 되면 몸값이 높아질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산업은행지주회사 산업자본의 금융지주회사 지분소유 한도가 현행 4%로 제한될 경우 투자 매력이 감소해 매수자를 찾기 힘들어진다. 산은 민영화를 위한 입법은 여기저기 지뢰밭이다.


물론 은행법 개정안이 이미 통과된 마당에 금융지주회사법만 그대로 두는 법체계가 오래 유지될 것 같지는 않다. 여당이 다시금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공산이 크다. 이런 가정 하에 이미 통과된 법률에 따른 산은 민영화의 얼개를 고찰해보자. 산은이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게 되면 산업은행 및 대우증권ㆍ산은캐피탈ㆍ산은자산운용 등을 계열사로 거느리게 된다. 정부가 산은지주의 지분 100%를 보유하지만 5년 내에 지분 매각을 시작한다. 정책금융 부문은 정책금융공사로 넘기는데 이를 위해 산은지주의 지분 49%를 정책금융공사에 출자한다. 나머지 지분 51%를 민간에 매각하고 나면 산업은행은 완전한 민간 회사로 탈바꿈한다.


산업은행의 빠른 매각에만 집착할 경우 제대로 된 가치를 평가 받기 어렵다는 염려에 귀 기울여야 한다. 산업은행의 가치를 적절하게 평가하기보다는 정해진 시간에 쫓겨 각종 절차가 허술하게 이행되어서는 곤란하다. 다행히 입법 과정에서 정책금융공사에 출자하는 산은지주 지분 49%의 최초 매각시점을 5년 이내로 잡았다. 처리시한을 다소 유동적으로 명문화함으로써 이런 걱정을 다소 덜었다. 그렇다고 가격을 높게 받기 위해 매각시한을 계속 늦춰 우리은행의 전철을 밟는 것도 피해야 한다. 정부는 대강의 틀을 정하고 구체적인 사항은 새로 임명될 최고경영자에게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것이 정책의 신뢰성과 효율성을 도모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2. 산업은행의 변천사

산업은행은 1954년 4월 세워진 국책은행으로서 산업의 개발과 국민경제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중요산업자금을 공급하고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국산업은행법에 의하여 설립된 법인이다. 산은법은 이를 위해 정부가 전액 출자하고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는 것은 물론 결손까지도 정부가 보전하도록 했다. 실제로 1998년 산은이 5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내자 정부가 2조원 이상의 증자를 단행했다. 이러한 목표 아래 경제발전 단계에 따라 시대적인 요청에 부응해 그 역할을 수행해 왔다. 산은은 개발도상국 단계의 국가에 필수적인 금융기관으로서 출발해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금융 전문은행으로 성장, 발전했다.


1950년대에는 전쟁으로 파괴된 산업시설 복구자금 지원의 역할을 맡았고, 1960~1970년대 고도 성장기에는 중화학공업 등 수출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장기설비금융을 지원했으며, 1980년대에는 설비금융 및 산업합리화에 주력했다. 1990년대에는 국제ㆍ투자금융의 기반을 닦아 국내기업의 해외진출을 도왔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는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기업구조조정, 신용경색 해소 및 시장 안정화 기능을 수행했다. 이 때 당시 산은은 시장 최후의 보루자(Last Resort)로서 대우 계열사 등 상당수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실질적으로 주도해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시스템을 조기 정착시키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다. 2000년대 이후에는 경제 재도약을 위한 미래 성장동력을 육성하여 국가 경쟁력을 확충하고 사회간접자본 확충 등 사회균형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이처럼 산업은행은 시대적 상황에 맞게 산업 개발과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금융지원 분야 및 방식으로 변화했다. 산은법 제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중요산업”의 개념이 계속해서 변화했기 때문이다. 50년대 중요산업이 전력, 시멘트, 석탄 등 기간산업이었다면, 60~70년대 중요산업은 섬유, 철강, 중화학산업이었다. 80년대는 자동차, 전자였으며, 90년대 들어 IT, 반도체가 중요해졌다. 2000년대 이후 방송, 통신, 생명공학 등으로 초점이 이동했다. 금융의 개방화, 자율화 추세에 발맞춰 산은법상 지원범위가 크게 확대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시대의 변화와 관계없이 혁신형 중소ㆍ벤처 기업, 초기 기술사업화 등 금융소외영역 지원을 확대해 국가경제 및 산업발전을 촉진시켜왔다.


산업은행은 취약한 국내 금융산업의 낙후된 분야에서 첨단금융상품을 선도적으로 개발하고 도입하여 새로운 금융시장을 조성함으로써 우리나라 금융산업 발전의 한 축을 담당해 왔다. 1995년 국내 최초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을 취급했고, 기업금융 관련 환ㆍ금리 리스크 헤지 등을 위한 파생상품 업무 강화로 국내 파생상품시장을 개척했다. 또 기업금융 및 구조조정 역량을 토대로 M&A 업무를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2003년부터 컨설팅 업무도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 밖에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사모펀드(PEF)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 진출과 관련해서 국내기업의 외자조달을 주선하고, 선박ㆍ항공기 금융, 해외 PF 등 고부가가치 투자은행 업무로 업무영역을 확장하는 중이다.


3. 산업은행의 정체성 위기

외환위기 이후 금융의 대형화ㆍ겸업화 등으로 인해 4대 시중은행의 자산규모가 확대되면서 자산 규모나 기초 인프라 등에서 산업은행의 지위가 바뀌었다. 1999년 말까지 자산 규모 국내 1위였던 산업은행은 시중은행들이 생존을 위해 합병과 인수를 통해 몸집을 불리면서 2007년 9월 말 기준 국내 5위로 하락했다. 점포 수 및 임직원 수 등 기본적인 인프라도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였다. 또 민간금융기관의 적극적인 업무 확대로 금융시장에서의 산업은행의 주도적 지위는 약화되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정체성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는 산은을 앞장세워 기업금융을 확대하고, 외화자금을 조달하였으며 기업구조조정을 추진해 시장실패를 보완했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체질이 개선되자 산업은행은 민간금융기관과 충돌하게 된다. 기업들의 시설자금 수요가 급감하면서 산은은 시중은행들도 공급이 가능한 운영자금 대출을 확대했다. 전통적인 정책금융 수요가 점진적으로 감소함자 산은은 금융지주회사로 방향을 정하고 대우증권과 옛 서울투자신탁운용을 자회사로 편입하고 민간영역인 프라이빗 뱅킹(Private Banking), 방카슈랑스 등 수익성 사업을 확대했다. 정부의 출자와 지급보증ㆍ손실보전까지 받는 국책은행이 수익성 위주의 사업에 나서자 민간 금융회사들은 시장왜곡 현상이라며 반발했다. 감사원도 설립취지가 퇴색한 산은에 대해 정부 정책과 관련된 투자 및 융자에 특화된 금융기관으로 기능을 조정하도록 권고하기도 했다.


사실 업무중첩 문제는 산은이 민간영역을 의도적으로 침해했다기보다 SOC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ㆍ성장동력 벤처투자 등 산은이 선도적으로 개척한 분야에 민간금융기관의 진출이 확대되면서 발생한 경우가 많다. 공공적 역할로 인한 낮은 수익성을 만회하기 위한 자체 수익기반 확보 노력은 그 자체로 험담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산은의 정책금융 업무가 최근 전체 업무의 5% 이하로 줄었음은 주목할 대목이다. 산은 역할을 대신할 민간부문이 그만큼 성장했다는 방증이다. 2008년 말 국내 M&A 주선 시장에서 산은의 시장점유율은 70.8%였다. 국책은행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민간은행의 영역을 잠식한다는 주장이 점점 힘을 얻는 이유다.


산업은행이 2004년부터 조 단위의 이익을 낸 것도 대규모 유가증권 평가 및 처분이익 등의 발생에 기인한 것으로 과다한 수익성이라 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산은의 높은 임금 수준은 사회적 질시를 받기 충분하다. 총자산인건비율이 시중은행에 비해 낮고, 고급인력을 유치해 1인당 당기순이익과 1인당 부가가치가 시중은행에 비해 높다는 항변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2008년 산업은행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9,270만원으로 공공기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산은의 과도한 인건비와 성과급은 여러 차례 지적되었지만 단지 이 때문에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 산업은행이 방만한 경영을 했기 때문에 변화를 요구한다기보다는 금융환경 변화에 걸맞은 역할을 부여한다는 의미에서 혁신을 탐색해야 한다.


4. 민영화 방안에 대한 논쟁

1990년대 이후 국제 금융질서가 바뀌면서 정부 소유 은행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정책금융이 축소되자 국책은행이 상업금융 분야로 업무영역을 넓혀가면서 국책은행의 설립목적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또 국책은행이 은행 간 경쟁을 위축시키면서 예대마진을 확대하고 여신을 대기업에만 집중시키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우리도 개발금융의 필요성이 감소하고 있으며 새로운 진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공감대를 얻어 산업은행의 개편을 준비하게 되었다.


2006년 6월 산업은행경제연구소 기업금융연구센터가 펴낸 ‘주요국 정부계 은행의 발전사례 분석’에 따르면 정부계 은행의 변화유형의 선택은 각국의 경제발전 단계, 정책방향, 개별은행의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정부계 은행은 업무범위 제약, 점포 및 자회사 설치 제한 등 경영 및 영업 측면에서 많은 제약을 받아왔으므로 단계적, 체제적인 체제변화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금융공기업 개편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으나 특수은행 체제를 유지하되 상업부문과 공공부문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방안과 민영화와 기능전환을 통해 일반은행으로 변모하는 방안으로 나눠볼 수 있다.


현재 산은의 상업금융은 민간으로 이관하고 정책금융의 공적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싱가포르 개발은행과 대만 교통은행과 같은 민영화 성공 사례도 있지만, 실패 사례 역시 존재한다. 필리핀국립은행은 무리하게 민영화를 추진했다가 다시 국유화가 되었고 일본 정책투자은행(DBJ)은 비효율적인 경영과 방만한 지출로 문제가 되자 DBJ를 주식회사로 만들고 2015년까지 완전 민영화하겠다는 법을 만들었다. DBJ는 2005년 민영화를 선언하고 2007년 관련 법안을 만들었지만 지분 매각은 아직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산은 민영화 역시 적잖은 시간이 걸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애초에 금융위원회는 산업은행 단독 민영화 방안을 추구했으나 산업은행과 우리금융지주, 기업은행을 합친 다음에 민영화하자는 ‘메가뱅크’안의 불씨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산은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순차적으로 추가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대형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아 메가뱅크가 추진될 여지를 남겼다. 기획재정부는 자산규모 500조원, 세계 30위권의 대규모 은행이 탄생되게 금융의 대형화를 꾀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메가뱅크안을 내놓은바 있다. 현재 대다수 은행들이 기존 M&A의 홍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자생적으로 대형 투자은행이 등장하기 어려운 구조다. 초대형 은행의 등장시켜 민간의 합병을 유도하자는 재정부의 고충을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그 매물을 감당할 만한 인수 주체가 과연 있겠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잖다. 매각이 어려운 것은 물론 별개로 매각하는 방식에 비해 가격이 떨어질 우려도 크다. 자발적인 대형화가 아닌데다 국민은행의 자산규모보다 2배 이상 큰 메가뱅크 경영이 비효율적일 경우 국민경제에 미칠 위험은 심대하다. 다만 산업은행을 따로 매각하더라도 투자은행 업무 중심의 구조조정이 동반되기 때문에 나머지 사업부문을 다른 은행과 합치는 메가뱅크안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지 않는 모양이다. 향후 우리금융지주와 기업은행이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은행 간 M&A를 통해 메가뱅크가 출현할 수도 있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이후 연기금이나 사모투자펀드(PEF)가 유사 금융주력자로 분류돼 은행을 직접 인수할 수 있기 때문에 마땅한 매수세력이 존재하지 않으리라 단정하기도 성급하다.


정부는 산업은행 민영화 과정에서 우리은행, 기업은행 중 한 곳을 자회사로 두는 것도 검토했다.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자산규모가 커지고 기능면에서도 기업금융 뿐 아니라 소매금융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어 시장에서 높은 값을 받으려는 의도다. 더욱이 지난해 산은이 벤치마킹한 투자은행들의 잇따른 몰락으로 말미암아 민영화 연착륙을 위한 타 은행과의 합병이 계속 주장되는 실정이다. 이 경우에도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기보다는 전략적 투자자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방식으로 매각가치를 높여야 한다. 산업은행 개편은 우리 경제 및 금융여건에 대한 세밀한 검토와 더불어 비슷한 기능을 담당하는 공공기관 전반의 재정립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


5. 정책금융공사가 갈 길

정부는 산업은행 민영화를 통해 금융공기업 민영화와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한다. 산은지주 지분 51%는 일단 정부가 보유하고, 49%는 정책금융공사로 현물 출자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기능을 수행할 한국정책금융공사(KPBC)는 원래 한국개발펀드(KDF)라는 이름이 붙었다. 금융위의 설명에 따르면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단순히 이름만 바뀌었다기보다는 성격에도 변화가 생겼음을 감지할 수 있다. 한국개발펀드는 시장원리를 강조하면서 정책금융의 수익성과 안전성을 부각시킬 태세였다면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정책금융의 본래 기능에 방점을 찍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정책금융공사 역시 직접 금융지원을 하는 기존 방식에서 민간금융회사를 통한 간접지원 방식으로의 전환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는 독일의 부흥은행(KfW)을 모델로 삼는다. 소유는 정부가 운영은 민간이 함으로써 직접 정책금융방식에서 간접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일컫는다. Kfw는 독일 정부가 상환을 보증하는 채권을 발행해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중소기업 지원 등 공공 목적으로 사용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KfW의 대출은 금융기관을 경유하는 간접대출이어서 중소기업은 먼저 거래 금융기관에 대출신청을 해야 한다. 대출신청을 받은 금융기관은 KfW에 해당 금액만큼 대출자금을 신청하고 KfW에 대해 지급하는 금리에 마진을 추가하여 중소기업에 대출한다.


이처럼 정책금융공사가 민간금융기관에 중소기업 자금을 배분하고 민간금융기관이 기업들에 대출해 주는 ‘전대방식(On-lending)’이 활용될 예정이다. 정부가 정책금융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은 설정하지만 기업 선정 등 구체적인 사업집행은 민간금융기관이 위탁하는 방식이다. 전대방식은 시장친화적이라는 이점이 있으나 대출과 투자에 따른 책임을 민간금융기관이 지기 때문에 영세기업이나 소상공인은 성장 가능성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심사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소지가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유럽과 우리의 금융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자금 수요자와 은행이 오랜 기간 관계를 유지하는 주거래은행제도가 활성화된 유럽과는 달리 우리는 단기거리에 편중된 상황이다. 기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은행으로서는 전도유망한 기업을 가름할 역량이 부족해 담보나 보증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정책금융 기능이 시장에만 맡겨질 경우 일부 우량 중소기업에만 대출이 몰릴 공산이 크다. 실제로 정책금융기관을 민영화한 일본은 Kfw 방식을 따르지 않았다. 정부의 직접 지원이 아쉬운 금융위기 시대에 전대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중소기업이 자금 경색을 겪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반응도 보인다. 몇몇 기업에 지원이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중개한 금융기관의 마진폭을 신용 등급별로 차등화하고 낮은 신용등급에는 최대 50%의 보증이 이뤄질 방침이라고는 하지만 정책금융의 부실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민간금융위원회에서 금융기관들이 중소기업을 제대로 판별하기 위해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정보를 제공하는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이 먼저 필요하다고 제안한 내용을 새겨볼만 하다.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공적자금 투여나 재정투자 확대 같은 흐름과 전대방식이 어울리기 힘든 측면이 있는 만큼 미세조정에 더 신경 써야 할 것이다.


아울러 현재 중소기업 관련 기관은 중소기업청,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등 10곳이 넘고 지원자금 규모도 60조원을 넘는다. 여기에 정책금융공사까지 등장할 경우 중소기업 금융지원에 대한 업무분담과 역할정리가 절실하다. 정책금융공사의 역할을 정책금융 업무를 조정하는 교통정리 기관 정도로 국한하자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중소기업 지원 외에 수출입금융과 개도국 지원 등의 역할을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에 대한 검토도 요구되는데 정책금융공사를 만드는 대신 해당 기능을 수출입은행에 통폐합하자는 주장도 나온 바 있다. 반면에 정책금융공사에 중소기업 지원 역할과 기업 구조조정, 부실기업 회생 작업 따위의 금융시장 안전판 역할을 광범위하게 포괄하자는 견해도 나온 만큼 정책금융공사에 대한 명확한 방향 설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산은 민영화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암초가 될 것을 걱정한다. 한미 FTA 협상에서 양측은 국책금융기관의 정책금융 지원은 지속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정책금융 지원 기관을 산업은행ㆍ기업은행ㆍ주택금융공사ㆍ농협ㆍ수협 등으로 명문화했는데 당시 존재하지 않았던 정책금융공사는 당연히 언급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통상마찰 등을 피하기 위해 정책금융공사를 전대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이지만 미국 측이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금융위는 정책금융공사가 산은 매각 대금으로 설립되는 데다 민간금융기관과 경쟁하지 않는 공적 역할을 담당하므로 별 문제 없다는 입장이지만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야 한다. 만약 정책금융공사를 미국 측이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서면 정책금융 기능이 큰 위기를 맞을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응전략을 마련하길 바란다.

Posted by 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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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분석(2)

경제 2009. 5. 4. 05:08 |

7번, 8번 목차에서 투자은행에 대한 설명이 장황하게 이어지는데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인 2008년 상반기에 정리한 내용이라 시의성이 떨어집니다. 다만 투자은행 관련 개념들을 짜깁기해둔 만큼 논의의 흐름을 짚어보는데 필요할 듯싶어 쳐내지 않고 살려뒀습니다.


6. 수신기반의 확보

산업은행 민영화의 당초 목표가 글로벌 투자은행 육성이라고 하지만 IB사업의 상당부문이 개인고객 기반 없이는 성립이 어렵다. 따라서 현재의 기업금융 전문에서 소매금융까지의 영역 확대는 불가피하다. 산업은행은 예대마진이 아니라 투자수익에 의존해 왔기 때문에 순이자마진(NIM)은 2007년 말 0.2%에도 못 미쳤다. 수신기반이 취약한 데다 대출의 상당액이 5bp 내외의 유명무실한 마진을 받고 공급하는 저수익 여신이 많았다. 저수익 여신 비중을 줄여나간 결과 2008년 말 NIM은 0.73%로 개선되었지만 시중은행에 비해 많이 모자란 수치다.


산업은행은 예대마진이 아니라 투자수익에 의존해 왔다. 앞으로 산업금융채권(산금채)을 발행에 바탕을 둔 자금조달 방식은 기대할 수 없으므로 안정적인 수신기반을 마련해야 궁극적으로 IB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소매금융기관과의 제휴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하며 수신기능과 전국적인 네트워크가 형성된 우체국 금융부문과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싱가포르 개발은행(DBS)는 민영화 과정에서 정부가 떼어 준 우정사업본부를 M&A해 출발하자마자 싱가포르 국내 수신의 60%를 보유한 상태였다.


실제로 산업은행은 민영화를 대비해 개인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민간은행의 적금과 경쟁하기 위해 2008년 5월부터 ‘ⓤbest 자유적금’을 판매하여 정기예금 수준의 금리를 적용 받도록 했다. 우리은행과 제휴해 우리은행 지점에서 산업은행 계좌의 입ㆍ출금, 통장정리, 통장이월, 조회 거래 등이 가능하도록 해 지점이 40여 개의 불과하다는 단점을 보완했다. 지난해 고액자산가들을 유치하려는 목적으로 PB전문인력을 채용한 것도 민영화를 대비한 포석이다. 이처럼 취약한 수신기반을 넓히기 위해 시중은행과의 M&A 역시 검토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외환은행과의 짝짓기설도 들린다.


또한 국내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다이렉트 뱅킹’ 방식의 예금을 준비했다. 다이렉트 뱅킹이란 금융사가 지점을 거치지 않고 인터넷과 콜센터를 통해서만 예금과 대출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작년 하반기 즈음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인 ‘kdb 다이렉트예금(가칭)’을 출시한다고 했으나 실제로 성사되었는지는 관련 기사가 보이지 않아 확인하지 못했다. 머잖아 인터넷전문은행이 도입된다면 이를 설립할 것을 예고하는 산은의 태도로 보아 실제로 상품이 출시되지는 않은 듯싶다. 인터넷은행은 인건비 및 운영비가 덜 드는 만큼 비교적 높은 금리와 낮은 수수료를 제공할 수 있으리라 내다본다.


국책은행이라는 타이틀을 반납하는 순간 채권 발행금리가 10~20bp는 오를 것으로 예상돼 자금조달비용이 늘어날 것이 자명한 만큼 개인고객 예금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산업은행 독자생존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민영화 논의가 한창이던 2008년 5월 무디스(Moody's)는 산은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민영화 과정에서 산은 신용등급이 현재의 국가 신용등급보다 낮아지는 건 어느 정도 예상되는 일이다. 올해 2월에는 다른 은행은 모두 ‘안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산은만 계속 ‘부정적’이라는 등급전망을 유지했다. 수신기반을 확보하는 노력은 산은의 불확실한 미래를 눅이는 지름길이다.


7. 투자은행으로의 변화

2008년 하반기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까지 투자은행은 한국의 금융환경을 개선할 백마 타고 올 초인이었다. 투자은행에 대한 열망을 키운 원인은 여러 가지다. 우선 금융의 탈중개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기존의 은행 중심의 간접금융에서 직접금융 비중이 확대되었다. 은행의 수익성은 악화되어 2005년 2.8%대이던 순이자마진(NIM)이 2007년에는 2.4%대로 하락했다. 증권사도 위탁매매 중심 수익구조에서 벗어난 다변화된 수익구조를 물색했다.  여기에다 기업들이 투자, R&D보다 현금보유비중 높이는 자본과잉 현상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퍼졌다. 가계는 은행 저축보다는 펀드 같은 금융상품을 통한 투자를 선호하면서 금융이 새로운 성장동력산업으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고 그 중심에 투자은행이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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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록, 『Investment Banking』, 교보문고, 2008. 참조/함께 과제했던 애후배 용철 작성>

투자은행은 주식ㆍ채권 등의 직접증권을 인수하고 판매하는 은행을 말한다. 즉 IB란 자본시장을 통해 기업과 투자자를 연결해 주는 중개기능을 맡는 은행이다. 상업은행이 고객들에게 확정금리에 따라 이자를 주는데 반해 투자은행은 투자 성과에 따라 고객에게 수익을 돌려준다. 국내은행의 IB업무 수익비중은 글로벌 은행에 비해 극히 낮은 수준임은 여러 차례 지적되어 왔다. IB는 전통적으로 기업 및 프로젝트의 자금조달을 위하여 증권인수 및 기업공개(IPO)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각종 투자형태를 망라하는데 최근에는 인수합병(M&A), 자기자본투자(PI), 신용파생거래 등을 통해 큰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요즘 국내에서 투자은행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대상은 중소기업, 벤처 파이낸싱, 프로젝트 파이낸싱, M&A 등이며 이 가운데 특히 중소기업과 M&A를 위한 투자은행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애초에 금융당국은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계기로 우리나라에도 골드만삭스 같은 대형 IB 탄생을 기대했다. 경제규모가 커지고 교역규모는 세계 10위권에 근접했지만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이름을 대면 알만한 IB 하나 없는 게 우리 금융산업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회사들이 건전성 확보에 주력하면서 리스크가 큰 IB부문에 주력할 수 없어 벌어진 현실이지만 자통법 시행으로 IB쪽 환경이 우호적으로 변했다. IB업무 관련 글로벌 시장에서는 과점형태로 소수의 금융회사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며 일정 부분 규모의 경제로 인한 진입장벽도 존재한다. 따라서 국내 금융회사는 무작정 백화점식으로 IB업무를 벌이기보다는 자신의 경쟁력을 십분 발휘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IB업무는 고수익, 고위험 업무로서 수익의 변동성이 매우 높아 금융회사의 대형화가 필요하며 역사적으로 미국 등 선진국에서 수많은 투자은행들이 경쟁에서 도태되고 현재 몇 개 대형 투자은행만이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IB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해외 선진 IB에 대응하여 국내 IB산업 발전을 선도할 역량을 보유했다고 판단된다. 토종 IB 성립을 위해 산은은 대우증권 등 금융자회사와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노리겠다고 밝혔다. 산은은 광범위한 기업고객 네트워크, 채권시장업무(DCM) 관련 IB업무를 근간으로 기업금융전문은행으로 특화하고 대우증권은 주식시장업무(ECM) 관련 IB업무를 토대로 금융투자회사로 특화한다는 그림이다. 이를 통해 기업금융 중심 투자은행(CIB, Corporate Banking + Investment Banking)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그런데 산업은행에서 정책금융 기능을 제외한 부문을 모두 IB로 볼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산은의 기업금융부문, 즉 일반 상업금융부문이 여전히 남기 때문에 산은지주회사는 내부에 IB부문을 포괄하는 상업은행과 별도 증권사 등을 보유한 우리금융, 신한금융 등 기존 은행지주회사가 별반 차이가 없어질 가능성이 있다. 당초의 원대한 목표에 못 미치는 또 하나의 은행지주회사만 만들어지는 셈이다. 산은지주회사가 다른 은행지주회사보다 IB부문에서 강점을 가진다는 주장은 설득력 있지만 민간은행 기업금융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지는 미지수다. 특별법의 적용을 받아왔던 국책은행이라는 장벽이 걷힐 때 IB부문의 강점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8. 투자은행 경쟁력 향상 방안

IB업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금융 전문인력의 양성, 선진형 보상체계 정착, 적극적 위험관리, 국내외 네트워크 확충, 조직의 유연성 제고, 규모의 대형화, 자본력 확보 등의 과제들이 손꼽힌다. 특히 중요한 것은 해외진출전략의 이행이다. 산업은행은 해외금융시장을 선도적으로 개척하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국내은행의 해외진출은 외환위기 직후 크게 위축됐으나 2002년 이후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활성화되었다. 아시아에 편중된 국내은행 해외진출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영업거점의 해외 네트워크 확대가 필요하다. 진정한 의미의 해외영업 확대란 기존의 수익창출 구조 외에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는 것으로 IB업무에서 나온 수수료수익 등 비이자부문의 수익창출 능력을 키워야 한다.


글로벌 IB들의 발전경로를 살펴보면 자국영업에서 출발하여 지역영업으로 확장하고, 진출지역을 하나씩 늘리면서 발전하는 모습은 보인다. 가령 1869년 설립된 골드만삭스는 미국에서 기업어음과 IPO 등의 투자은행 업무를 영위하다, 1970년 유럽지역으로의 진출을 위해 런던에 첫 해외지점을 개설했다. 유럽시장에서 M&A 재무자문 등으로 성공한 골드만삭스는 1974년 도쿄지점과 1984년 홍콩지점을 개설하면서 아시아지역으로 진출하여 공기업들의 민영화에 참여했다. 아시아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중동지역으로 진출한 골드만삭스는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에서만 전체 IPO 수입의 43%를 거두는 등 전세계에서 고른 실적을 거뒀다. 이러한 국내->영국->유럽->아시아로의 단계적 해외진출 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현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


진출한 국가의 문화, 제도 및 환경에 최적화된 전산 및 리스크관리 시스템, 인력 등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여 해당 국가 및 글로벌 투자가에게 공급해야 한다. 여기에는 금융개방의 정도나 선진 금융기관의 진출 정도 등을 면밀히 분석하여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포함된다. 선진 금융기관이 아직 진출하지 않은 아시아 지역의 성장잠재력이 높은 시장을 선점하는 타이밍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즉 진출한 국가를 거점으로 인접한 시장에 대한 정보 수집 및 교류를 통한 지역별 허브전략을 통해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조성해 신흥국가에 대한 정보 취득의 어려움을 보완할 수 있다. 산은은 국내기업 M&A 자문에서 보여준 업무성과를 바탕으로 국경간 인수(Cross-border M&A) 및 지분 참여를 이용해 현지 국가의 차별적 규제를 회피하고 신뢰 및 평판을 높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글로벌 IB들이 특정업무의 전문화를 기반으로 단계적으로 성장한 역사적 사실을 감안하여 국내 IB도 단기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특정업무의 전문화를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 산은도 기업규모(중소기업/대기업), 산업(특정 산업/모든 산업), 업무(특정 업무/모든 업무), 지역(국내/지역/글로벌) 등의 특화 가운데 어디에 선택과 집중을 할지 명확히 해야 한다. 아시아 시장에 진출함과 동시에 전략적 영업거점의 해외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지역 특화를 꾀할 만하다. 또한 M&A, 구조화금융(SF)과 PF, PEF, 파생상품 업무에 집중하는 업무 특화 역시 단기적 목표로 삼을 만하다. 세분화된 목표시장을 선정해 강한 업무부문에 집중하면서도 절대적 우위로 삼을 만한 부문을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다.


9. 투자은행의 실패를 징검다리 삼아야

산업은행 민영화는 경쟁력을 갖춘 동북아 투자은행을 만들어 국부를 창출하겠다는 포부에서 출발했다. 가장 잠재력 있다고 여겨지는 산업은행을 국내 IB의 선도주자로 나서게 함으로써 동북아 금융시장을 이끄는 지역 IB로 발돋움하려는 웅지를 품었다. 2008년 하반기 불거진 금융위기 국면에서 주요 투자은행들도 휘청거리는 만큼 산은의 민영화 전략이 온당하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IB 육성이라는 경영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들린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IB 노하우를 가장 많이 축적한 산은에 대한 애정을 거두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 리먼브라더스와 같은 독립계 IB가 아닌 상업은행을 기반으로 한 투자은행(CIB)을 지향하기 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다독인다. 산은도 은행을 기반으로 하는 도이체방크식 IB를 본받겠다고 안심시킨다. 사실 CIB에 대한 개념 정의도 명확하지 않다. 당초 산은이 내세웠던 기업금융 중심 투자은행(Corporate and Investment Bank)과 지금 말하는 상업은행 기반 투자은행(Commercial and Investment Bank)은 그 정신이 비슷하지만 완전히 포개지는 것 같지는 않다. 여하간 과감한 위험 감수와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상징되는 IB가 아닌 보수적인 자산운용으로 대표되는 CB를 접목하겠다는 구상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 담보대출) 사태는 IB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이 재앙을 빗겨간 CB를 재조명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고수익을 얻지 못한다고 구박받던 CB의 안전성이 재평가되면서 CIB나 UB(Universal Bank) 모델이 부상했다. CIB가 금융지주회사 밑에 CB와 IB를 운영하는 형태라면 UB는 CB 내에 부서를 설치해 IB업무를 수행한다. UB는 IB업무만을 담당하는 자회사를 두지 않고 CB가 IB업무를 병행한다는 점에서 CIB와 대별된다. 유럽에서는 전통적으로 CB와 IB를 분리하지 않은 UB를 운영해왔고 미국은 CIB 형태가 발달했다. CIB와 UB는 크게 차이난다기보다는 미국과 유럽의 금융법과 관련해 나온 산물일 따름이다. 두 유형 모두 IB가 부실해질 때 CB영역까지 전이될 위험이 엄존한다.


CIB가 상대적으로 안전할 수는 있지만 만병통치약이 아님은 또렷하다. CIB인 씨티그룹도 서브프라임 사태로 막대한 손실을 입고 곤욕을 치렀다. 단순히 외국의 어느 모델을 따르느냐 하는 주판알을 굴리기보다는 안전성과 수익성의 적정 비율과 알맞은 조합을 궁리하고 우리의 금융 관리ㆍ감독체제를 점검해보자. 『삼국지연의』에 비유하자면 군세를 자랑하던 IB군은 적벽에서 참담한 패배를 당한 형국이다. 산은은 IB의 긍정적 유산을 수습해 화용도로 퇴각해야 한다. 화용도의 관우는 자애로웠지만 오늘의 패잔병들이 맞닥뜨릴 ‘탐욕’이란 장수는 별로 푸근하지 않을 테니 퇴로는 험난하겠지만 말이다. 극단적 성과주의의 파국을 목격한 산업은행이 자본주의 사회의 절제를 고민하길 희망한다. - [無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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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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