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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3.10.23 미국의 신경제 논쟁 횡설수설 1
22일 수요일날 중간고사가 있는 통상정책과 정치학원론의 방대한 학습분량 앞에서 잠시 넋을 놓고 있을 때 후배님께서 이번 세계경제와 기업 과목의 시험문제인 ‘미국의 신경제 논쟁이 우리의 부동산 열기에 주는 시사점을 논하라’ 비슷한 물음을 들고 왔다. 세상에나 무늬만 경영학도로 악명이 높은 나에게 질문을 던지다니...^^; 다행스레 나도 작년에 똑같은 교수님께 같은 강의를 들었던 터라 그 때의 기억들을 쥐어 짜내 몇 마디 던져주었다. 뒤늦게 옛날 공책을 찾아보니 그 때 썼던 필기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이걸 진작에 발견해서 후배님들께 전수했으면 좋았을 것을 안타깝게 되었다. (후배님들 시험 잘 치르셨기를...^^)


작년에 들었던 세계경제와 기업 강의의 중간고사 문제 중의 하나가 ‘90년대 후반이 논란이 된 신경제론에 대해 설명하라’였다. 당시에 다음과 같은 모범답안을 작성해 놓은 것을 달달 외워 토씨 몇 개만 빼놓고 그대로 옮겨 적었다.^^


미국의 신경제(New Economy)란 지식의 축적, 기술 변화의 가속화 등 노동, 자본이 아닌 새로운 생산요소에 의해 고성장, 저실업, 저물가를 동시에 유지한 것을 말한다. 전통적 필립스 곡선에 대한 이론이 90년대 미국 경제에서 깨어지게 된 것이다. 90년대 미국은 획기적인 과학기술의 발달이 막대한 수익을 가져옴으로써 혁신에 대한 투자를 더욱더 가속화시키게 된다. 이로 말미암아 기존 금융시장에서 다루기 힘들었던 High risk, High return 산업을 위한 자본을 형성하기 위한 금융기술 역시 맞물려 발달하였고, 이는 전세계의 자본이 미국으로 몰려드는 계기를 만들었다. 또한 제품을 생산함에 있어서 세계를 상대로 판매하기 시작하는 세계화의 흐름까지 맞물려 이것들이 다시 새로운 혁신과 고생산성을 낳게 된다. 즉, 기술혁신, 금융개혁, 세계화는 신경제의 3대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경기가 좋다는 것은 투자와 소비가 높다, 즉 수요가 많기 때문에 외국에서 물품을 수입해 오게 되고 수출보다 수입이 많아져 경상수지가 악화된다. 미국의 신경제 또한 경상수지 악화라는 아킬레스건이 존재했고, 자산효과로 말미암은 거품이 2000년대 경제불황을 어느 정도 유발했다고 볼 수 있다.



‘필립스 곡선’은 실업률이 일정수준 이하로 내려가면 임금이 오름을 보여주는 그래프로 임금상승률은 물가에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은 반비례의 관계에 있다는 설명이다. ‘High risk, High return 산업을 위한 자본을 형성하기 위한 금융기술’이란 한마디로 벤처캐피털을 의미한다. 벤처캐피털은 벤처기업의 기술과 아이디어, 장래성만을 믿고 담보 없이 투자하는 기업이나 그러한 기업의 자본을 말한다. 무담보이기 때문에 실패하면 한푼도 건지지 못하지만, 기업이 성공할 경우 투자 원금의 수십 배까지도 건질 수 있는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의 원리를 따르는 사업인 것이다.


또한 ‘경상수지’는 흔히 ‘무역수지’와 혼동해서 잘 쓰이는데, 무역수지는 상품의 수출입에 의한 외환이동의 차액을 나타내는 수지이며, 경상수지는 무역수지를 포함한 기타 모든 외환의 이동을 고려하여 그 차액을 나타내는 수지이다. 만일 수출입에서 흑자가 나더라도 무역외수지의 하나인 해외여행비 지출로 인한 적자가 그 차액보다 큰 적자를 보았다면 무역수지는 흑자가 되지만, 경상수지는 적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국제수지’라는 것도 있는데 이는 경상수지와 자본수지 등으로 구성된다. 경상수지는 앞서 말했듯이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대외교역 즉 수출입 차액을 나타내는 수치이며 자본수지는 경상수지 외에 직접투자와 간접투자 등에 의한 대외투자금액의 차액을 나타내는 수치이다. 하여간 정리하면 ‘국제수지 > 경상수지 > 무역수지’의 관계가 된다. 에구에구...^^;


마지막으로 ‘자산효과(Wealth Effect)’란 서류상 이익으로 부유하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 효과를 말한다. 자산이란 미래의 경제적 효익을 가져다 주는 재화로서 주식, 부동산이 그 대표적인 것들이다. 자산효과란 갑자기 집 값, 주식 값이 오르면 소득은 변화가 없어도 상대적으로 소비, 지출을 많이 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가령 자기가 사는 집 값이 오르면 부동산 가격 상승 분이 현금으로 굴러 들어온 것도 아닌데 돈을 벌었다는 느낌을 가지면서 소비를 늘리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실질소득은 변화가 없는데 소비가 증가하는 거품현상인 것이다. (나처럼 경제원론의 악몽에 시달렸던 기억이 있으시거나 경제 분야에 지식이 잘 없으신 분들을 위해 용어들을 설명했다)


하여간 미국의 신경제를 한 쪽에서는 거품이라고 폄하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최근 들어 미국 경제가 주춤거리고 있지만 미국은 정보혁명의 파급효과를 경제전반의 생산성 향상 및 효율 증대로 연계시켜 성과를 거둬 성장잠재력 제고에도 크게 이바지했다. 여전히 풍부한 지적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경제 근본구조의 저력은 무시할 수 없다. 신경제 논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아마도 미국 경제의 향방이 어느 한쪽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잘되면 충신, 못되면 역적’이라는 세상이치를 경제상황을 분석하고 이를 진단해서 내놓는 경제학에서는 참 잘 써먹기 때문이다.


신경제 예찬론자들은 장기간 호황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은 전통 경제학의 틀 속에 갇힌 고루한 분석일 뿐이라고 말한다. 성장과 침체를 반복하는 경기변동의 개념도 사라졌으며 생산성 향상에 바탕을 둔 고성장인만큼 물가상승이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한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비틀거리면서 비판론자들은 신경제 역시 성장과 침체를 반복하는 전통 경제학의 틀을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미국은 이전에도  신경제 현상과 비슷한 높은 생산성 증가율이 있었다는 선례들을 들어 아직까지 신경제가 일시적인 현상인지, 획기적으로 새로운 현상인지는 결론 내릴 수 없다고 외친다. 아무래도 미국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고 하는 만큼 거품론에 무게중심이 쏠리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미 강한 달러정책을 포기한지 오래인 미국은 어쩌면 신경제의 일정정도의 거품을 스스로 시인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1995년 역플라자 합의를 통해 구축된 강한 달러 가치는 미국으로 해외자본이 유입되게 해주었고 이로 말미암아 미국 주가상승과 금리하락을 낳았다. 이렇게 경기가 좋아지자 자산효과로 인한 소비증가와 투자증가로 이어졌고 이러한 수요 증가에 따라 수입이 늘어나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되게 되었다. 이를 통한 세계의 동반 성장이 미국이 말하는 금융중심의 성장 패러다임이었는데 이것을 미국이 포기한 것이다. 여기서 역플라자 합의란 ‘플라자 합의’의 반대되는 성격이 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플라자합의란 80년대 엔화대비 달러 가치가 치솟자 선진국 재무장관들이 1985년 달러 약세를 용인하게 된 합의를 말한다.


플라자 합의로 인해 엔화가치는 절상되고 이것이 일본경제의 운명을 바꾸어 놓고 말았다. 일본은 급격한 엔화 강세로 수출이 침체되자, 이를 만회하고 불황에 대응하기 위해 초저금리의 극단적인 통화팽창정책과 공공투자 확대 등의 경기부양조치를 실시한다. 그러나 상당기간 금융 및 재정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함에 따라 부동산과 주식에 돈이 몰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기업과 가계는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하여 주식과 부동산을 사들였고 거품을 우려한 일본 정부는 90년대 들어 금리를 인상하고 부동산 관련 대출을 규제하기 시작한다. 이로 인해 주식, 부동산의 값이 큰 폭으로 하락하게 된다.


거품의 후유증은 무서운 것이었다. 기업과 가계는 거품경제기에 늘어난 부채의 상환을 위해 소비 및 투자지출을 축소했다. 이와 같이 기업의 부채극소화 노력과 가계의 높은 저축수준 지속은 기업과 가계의 입장에서는 최선의 선택이었으나 경제 전체로는 구성의 오류를 초래하게 되었다. 이를 ‘대차대조표 불황(Balance Sheet Recession)’이라고도 하는데 부채를 줄여 건실한 대차대조표를 만들려는 노력이 투자 축소로 이어져 거시경제 전체의 불황을 가져오는 현상을 말한다. 결국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일본정부는 제로 금리까지 내려 소비와 투자를 촉진시키려고 했지만 소비와 투자는 이루어지지 않고 오늘날까지 일본의 장기적인 불황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일본의 고민은 자산가격이 거품 붕괴로 돌아가서 모두가 부채 걱정이 없어지지 않고서는 이 난국의 해법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우리나라도 현재 부동산 시장 과열로 사회가 혼란스럽다. 거품은 언젠가는 빠지게 되어있다. 부동산 가격이 급락할 경우 우리도 일본과 같은 전철을 밟을 우려는 얼마든지 있다. 일본정부가 최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12년 간 부동산값이 하락으로 공중분해된 돈이 1천조엔, 우리 돈으로 1경원에 달한다고 한다. 물론 일본경제 규모는 우리의 10배에 달하고 돈 가치도 10배가 높은 것을 감안해 1천조엔의 10분의 1인 1천조원의 재앙은 상상할 수가 없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일본의 전례 덕분인지는 몰라도 거품 붕괴가 미칠 악영향에 대한 공감대가 많이 형성되어 정책당국의 대응도 과거 일본에 비해서는 상당히 빨리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거품 붕괴로 인한 금융기관 부실에 대비한 가계대출 억제나 금융기관의 대손충당금(대차대조표에 자산으로 기재되는 받을어음, 외상매출금, 대출금 등의 채권(債權)에 대한 공제의 형식으로 계상되는 회수불능 추산액) 적립 수준을 제고시켜온 정책 등이 앞으로도 더 개발되고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플라자 합의가 나와서 이야기가 딴 데로 새버렸는데 다시 돌아오자면...^^; 물론 미국은 달러화의 가치를 점진적으로 절하시키려고 할 것이다. 달러화의 폭락은 세계경제에 또 한 번의 공황을 불러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위안화, 일본 엔화 절상 압력과 더불어 우리 원화도 절상의 압박을 받고 있다. 자칫 하다가는 달러 거품을 우리가 떠맡게 될 수도 있음이다. 내수 부진이 여전한데 원화 절상으로 수출마저 활력을 잃는 것은 가뜩이나 경제가 침체되어 있는 상황에서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재선을 앞둔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강한 달러정책으로 기업 경쟁력이 약화되어 울상이었던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의 제조업 분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일본, 중국 등에 대한 통화 절상압력을 당분간 계속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결국 달러 약세는 꽤 지속될 것이고 환율전쟁이 벌어질 것에 대비해 완충 조치를 마련해 두어야 할 것이다.


하여간 부시 대통령은 밉다 밉다하니깐 더 미운 짓만 골라서 하고 있다. ᅳ.ᅳ; 부시 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을 한답시고 침략전쟁이나 해대면서 군비를 확충하고 전후 복구를 위해 엄청난 정부 예산을 쏟아 붇고 있다. 이와 함께 고소득층을 위한 감세 정책도 경기회복에 도움이 못되었고 주식시장 부진에 따른 자본이득세(유가증권 및 부동산 차익과세)의 감소 등으로 재정적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다가 지난 강한 달러정책으로 누적된 경상수지 적자액까지 합쳐져 난리도 아닌 모양이다. 그러나 이는 일차적으로 미국의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이 실패한 결과인데 이를 너무 싼 아시아 통화 때문이라며 칭얼거리는 것이 영 밉살스럽다.


신경제 이야기를 하려다 한바탕 횡설수설했다. 아무래도 다 연관관계가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신경제를 외치며 우쭐거리던 미국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는 것은 조금은 고소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른 의미로 고소(苦笑, 쓴웃음)를 짓게 하는 일은 미국경제의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내 나라의 현실을 마냥 외면할 수만도 없기 때문이다. 대미의존도를 줄이는 노력은 정치, 군사적인 측면만큼이나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이 기침을 하면, 감기에 걸린다는 한국 경제가 언젠가 미국의 헛기침에 하품으로 응수하는 날은 아련한 꿈이려나. 절제된 자유무역과 다자통상체제로 말미암은 경제적 다극화가 제대로 이루어진다면야... 아무튼 아직은 경제, 경영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기가 영 어색하고 서툴다. 더 많이 배우고 익혀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 [憂弱]
Posted by 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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