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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6.23 구국의 처음처럼, 불패의 참이슬 3

인터넷 서점 알라딘 서재에서 알게된 마태우스님의 술 일기를 읽다가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사연을 만났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김여정님의 이야기다. 술을 마실 때마다 "경제를 살려야 해!"라고 말씀하시고, 마태우스님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경제 살리고 있어요!"라며 자긍심을 내비치시는 분이다. 예전에 강준만 선생님이 "독립된 사람들끼리의 연대는 의외로 무서운 것"이라고 인물과 사상에서 써놓으셨던 문구가 떠오른다. 정말 마태우스님이나 여정님의 존안을 뵌 적도 없고, 술 한 잔 나눠본 적도 없고, 경제에 대한 고견을 청해본 적도 없지만 이 땅의 어디선가 같은 뜻을 품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기쁜 일이다.


2004년 4.18 구국대장정에 대한 중앙운영위원회가 있던 날 올해 4.18 기조와 구호를 논의하는 시간이 있었다. 비정규직 철폐, 파병 철회, 신자유주의 반대 같은 문구들이 줄줄이 제시되었고 일사천리로 통과가 되었다. 침묵하고 있던 나는 사실 "내수경기 진작하자"는 구호를 제안하고 싶었다. 내수라는 단어가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끝내 말하지는 않았다. 내 진솔한 고민이 그다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역시 경영학도가 생각하는 건 고작 그 수준이지 이런 경멸이나 받아 경영대 학우들께 누를 끼칠까봐 그만뒀다. 4.18이라는 행사는 너무 엄숙했고, 행사를 관장하는 학생회 일꾼들은 너무 경직됐다. 대신 나는 2005년 새해 인사 문자를 보내면서 내수경기 진작하자는 구호를 건넸고,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공식, 비공식 선거자금이 시중에 유통되게 마련인 전국적 선거를 얼마 전 치렀다. 그런데 국내 경제 규모가 원체 커졌다 보니 그 효과가 미미하다고 한다. 우리 경제가 그만큼 성장했다는 생각에 흐뭇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감이 앞선다. 이렇게 커질 대로 커진 우리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 내 자신이 좀 더 노력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사명감이 압도한다. 머잖아 내 진로에 대한 준비로 말미암아 마음껏 놀지 못하는 상황이 도래하기 전에 뭔가 내 몫을 해내야겠다는 조바심이 생겼다. 구국의 처음처럼, 불패의 참이슬이 나설 때다.


지인들이 대부분 여름방학이라는 점을 착안해 내수 경기 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캠페인을 벌이려고 한다. "책 책 책 책을 읽읍시다!"를 벤치마킹한 "술 술 술 술을 마십시다!" 프로젝트다. 앞으로 소주 한두 잔 먹고 경제를 살렸다고 뿌듯해하지 않기로 했다. 소주 한 병은 먹어야 이제 좀 내수 진작되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싶다. 이 숭고한 취지에 동감하는 이들의 정성을 모아 이 여름 우리 경제가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하겠다. 방학기간인 7, 8월 두 달 동안 지인들에게 제안할 실천강령을 다섯 가지로 정리해봤다.


1. 15번 이상의 술자리를 가진다(나흘에 한 번 꼴).
2. 안주는 남기지 않을 선에서 최대한으로 시킨다.
3. 될 수 있으면 사람을 많이 모아서 마신다.
4. 소주보다 세율이 높은 맥주도 많이 마셔준다.
5. 어떤 자리든 제 주량의 2/3 이상은 먹도록 한다.


내 자신은 이 다섯 가지를 다 지키려고 하겠지만 너무 기준이 엄격하면 중도에 포기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을 우려해 주위에는 다섯 개 중에 세 개를 실천하길 권할 생각이다. 그간 못 만났던 지인들과 약속을 잡고 주저 없이 잔을 나누리라. 우리 경제에 대한 허심탄회한 난상토론을 안주 삼아 나누면 금상첨화다. 여정님의 감동적인 멘트를 빌려와 늦은 저녁에 "지금 경제를 살리고 있어요. 함께해요!"라는 연락을 돌려봐야겠다. 문득 고개를 들어 유독 별이 빛나는 밤하늘이 보이거든 "아 익구가 어디선가 내수를 살리기 위해 애쓰고 있구나!"라고 생각해주시길.^-^ - [小鮮]


추신 - 해외로 나갔다 오는 분들은 좀 더 특별관리를 해야 한다. 그 기간 동안은 내수를 살릴 수 없으니 말이다. 오히려 그간 유출한 국부를 감안해 좀 더 가열찬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일단 떠오르는 건 중국 유학 중인 친구 섭공이다. 7월에 학기가 마치고 돌아올 그에게 나는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둘 것을 권했다.

Posted by 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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