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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9.15 알쏭달쏭 남북한 국방비 6

일전에 2005년 4월에 열린 북한 최고인민회의 11기 3차 회의에서 공개된 북한의 2005년 예산은 북한 환율을 적용해봤을 때 28억7,000만 달러 정도라는 보도를 접하고 놀라워했던 적이 있었다. 북한은 국방비가 전체 예산의 15.9%인 북한 돈 618억원(한국 돈 약 4,600억원)을 배정했다고 밝혔지만 정부는 공개 된 것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05년 한국 정부 예산이 195조원었고, 국방비가 22조 5,129억원이었던 것을 따져볼 때 단순 수치로는 북한 정부 예산과 비교하기가 민망할 정도다.


그런데 두 해전 기사를 보니까 2003년 3월 열린 최고인민회의 10기 6차회의에서는 예산 지출총액이 114억9천529만달러이며, 15.4%인 17억7천28만 달러를 국방비로 책정했다고 한다. 그 당시 분석으로는 국방비를 실제로는 50억 달러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지적에 따르면 “북한이 발표하는 국방비는 인건비와 장비운영비 등 일부 경상지출만 포함한 것이고, 무기ㆍ장비 획득비나 연구개발비 등 핵심항목은 다른 예산항목으로 은폐하고 있다”고 한다. 국방비를 어느 범위로 하느냐에 따라 액수가 천차만별인지라 정확한 비용을 추산하기는 참 힘들다.


북한의 통계가 아무리 들쭉날쭉하다고 해도 이건 너무 심하다. 어떻게 이태만에 정부 예산이 3분 1 수준 이하로 축소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하기야 북한 관련 통계는 거의 다 추정치이고, 발표된 것도 곧이곧대로 믿기가 힘든 관계로 이런 비교가 무의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확실히 북한 예산이 줄어들었고, 이는 계속되는 경제난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국방비 지출은 점점 더 한계에 다다르고 있고,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도모할 수 있는 핵 개발을 들고 나온 것도 이와 연관이 있을 것 같다. 나는 남북문제에 식견이 없는 만큼 어디까지나 예상일 뿐이다. 불분명한 통계에 불투명한 전망이라니 찰떡궁합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9월 12일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한 올해 월드 팩트북 (World Factbook)에 따르면 2005년 한 해 동안 세계 각국의 군사비 지출에서 미국이 5,181억달러로 단연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이어 2위는 중국으로 814억달러였으며 3위 프랑스 450억달러, 4위 일본 443억달러, 5위 영국 428억달러로 집계됐다. 한국은 210억5천만달러로 8위에 올랐으며 2002년 추정치로 50억달러를 사용한 북한은 22위였다. 북한의 2005년 예산 자료를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을 텐데 업데이트를 안 한 것인지 아니면 보다 정확한 정보를 선별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혹시 북한의 군사 위협을 강조하기 위해 줄어든 군사비를 반영 안 한 것은 아닐까 내 멋대로 추측해본다.^^;


물론 남북한의 경제체제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남북한의 군사비 차이는 줄어들 여지가 있다. 통일연구원의 정영태 박사의 주장대로 “북한의 경우는 무기 개발 체계에 있어서 그 비용이 지불 안 해도 좋은 것이 너무 많이 있고, 모든 것이 국가 소유”이고, 인건비나 복리후생비가 남한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적게 든다. 2005년 8월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펴낸 “'05 국방예산 분석·평가 및 '06 전망”이란 자료집에 따르면 국방비 중 인력운영비 비중은 1990년 40%에서 2000년 46.5%, 2004년 49.1%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다가 2005년에는 47.9%선을 유지하고 있다. 인건비와 급식비, 피복비를 합한 군 인력운영비가 전체 국방예산의 절반 수준에 육박해 전력투자비와 경상사업비를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점에서 실질적으로 군사전력을 높이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남북한의 격차가 생각보다 작을 수 있다.


아무리 이런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우리 국방부는 너무 겸손한 게 아닐까 싶다. 내가 알기로 국방부의 공식 입장은 북한의 군 전력이 우리와 비슷하거나 조금 앞서는 것으로 되어 있다. 물론 최근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와 관련해서 국방부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전작권 환수를 반대하는 쪽에서 우려하는 군사력 열세 상황을 앞으로 군사력 증강을 통해 메우겠다며 자신감이 넘친다. 하지만 국방부의 우리 군 전력에 대한 설명은 여러모로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 대한 반성은 별로 보이지 않고 오로지 더 많은 비용을 요구하는 형국이다.


수년 간 북한을 압도하는 국방 예산을 운영하면서 고작 이런 식으로밖에 쓰지 못했는지 엄중하게 묻고 싶다. 사회경제적 측면에 바탕을 둔 종합적인 전쟁수행 능력을 구축해내지 못한 책임을 누군가는 져야 하지 않을까. 2005년 54만 사병의 1년치 봉급 총액은 2900여억원이라고 한다. 3800여명인 전국의 예비군 동대장 봉급 총합보다 조금 많은 정도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남는 그 많은 돈은 다 어디에 쓰인 걸까. 제 나라 인민을 굶주리게 만드는 초라한 나라보다 못한 국방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쉬워서 해본 소리다.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하는 건 군대도 예외일 수 없다는 생각에 괜히 쓴소리를 해봤다. 아무쪼록 우리 국방부가 들인 돈만큼의 성과를 거둘 수 있길 바란다. 끝으로 증액되는 국방비의 상당 부분은 그간 혜택을 받지 못했던 50만명이 넘는 사병들의 복무 환경 개선에 투자할 것을 촉구한다. - [無棄]

추신 - 국방비와 군사비는 좀 더 엄밀한 학술적 개념으로는 차이가 날 수 있겠으나 여기서는 그냥 동의어로 보고 혼용해서 썼음을 밝힌다.

Posted by 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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