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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성이 능력이다3

경제 2007.11.06 03:56 |

<도덕성이 능력이다>는 총 5부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순서대로 읽으셔야 하지만 따로 읽으셔도 무방합니다. 본문에 등장하는 A는 Amorality의 약자로서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지도자를 지칭하는 가상의 인물입니다. 대선 끝날 때까지 틈틈이 수정할 계획이니 퍼가지 말아주세요.^0^


3. 윤리경영, 부패, 신뢰


한국이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 가입한지 11년째다. 1996년부터 2005년까지의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아일랜드(7.2%), 룩셈부르크(4.9%)에 이어 4.3%로 OECD 회원국 중 3위다. 국내총생산(GDP)도 1996년 5474억달러에서 2005년 7875억달러로 41.3% 늘어나며 OECD 회원국 중 9위에 올랐다. 수출은 2005년 2844억달러를 기록해 1996년의 1297억달러에 비해 119.3%나 증가했다. 외형은 커졌지만 OECD 회원국과 비교한 순위는 크게 바뀌지 않은 것으로 보이나 경제규모가 상위권임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노동시간, 사회보장비 등 삶의 질은 최하위권이었다. 연간 근로시간도 1996년 2648시간에서 2004년 2423시간으로 줄긴 했으나 여전히 OECD에서 가장 많다. GDP 대비 사회보장비 지출은 1996년 1.8%에서 2002년 4.6%로 늘었으나 26위에 머물렀다. GDP 대비 조세부담률은 1996년 19.7%에서 2002년 19.8%로 거의 변화가 없고 27위를 유지하고 있다. 2002년 기준 공교육비 지출은 23위에 그쳤으나 사교육비 지출은 1위를 차지했다. 2005년 전체 의료비 지출은 낮은 수준이나 본인 부담률은 47%로 미국(55%), 멕시코(55%), 그리스(57%) 다음으로 4번째로 높았다. 여기에다 자살률과 저출산율은 최고 수준이다.


2003년 초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인수위원회는 최종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GDP대비 사회보장비 지출이 OECD 30개국 중 29위라며 복지후진국임 밝히며 복지, 여성, 환경, 문화, 주거 분야에 투자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부의 사회적 기능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작성한 ‘비전 2030’에 대한 다각도의 비판으로 말미암아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참여정부의 복지예산(사회복지·보건 분야) 증가율은 전체 예산 증가율보다는 높은 수준이나 국민의 정부 때에 미치지 못했다. 국민의 정부 때 복지예산은 1997년 21조원에서 2002년 37조9400억원으로 연평균 16.1% 증가했다. 이에 견주어 참여정부의 복지예산은 2002년 37조9400억원에서 2007년 61조3800억원으로 연평균 12.4% 증가했다. 결국 ‘비전 2030’으로 표상되는 대한민국 미래상을 놓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탓에 정책 표류가 이어진 셈이다.


도덕성과 능력의 상관관계를 명확히 드러내는 연구 결과는 아직 없다. 하지만 윤리적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투자수익률이 더 높다는 것을 주장하는 사회적 책임성 투자( Socially Responsible Investing, SRI)이론에서는 몇 가지 실증 연구가 있다. 미국에서 ‘다우존스 공업지수(Dow Jones Industrial Average)’는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사 중에서 선정된 30개 회사의 주가의 평균변동을 말한다. 다우존스 공업지수는 1976년~1989년의 13년 간 174% 증가하였다. 여기에 비해서 ‘윤리적인 기업’ 30개를 선정하여 조사한 ‘착한 기업 공업지수(Good Money Industrial Average)’는 같은 기간에 647% 증가하였다고 한다. 대기업 및 중소기업 1,000개 중에서 윤리수준이 높은(사회적 책임성이 있는) 400개 회사를  선정하여 작성한 평균주가지수인 ‘사회지수’와 S&P사 선정 500개 회사의 평균지수를 1983∼1988년 사이 비교한 결과, 1983년에 1,000달러를 투자하였다면 사회지수 수익률은 164.7%이었는데 비해 S&P 500개 회사의 투자수익률은 101.7%이었다고 한다(이종영, 『기업윤리』, 삼영사, 2007).


또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춘(Fortune)이 선정하는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10대 기업’들의 주가수익률은 2001년의 경우 평균 9.7%로 S&P 500의 평균치인 -11.9%를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6~2001년까지의 주가수익률의 경우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10대 기업’은 25.6%로 나타나 S&P 500의 10.7%에 비해 두 배 이상을 상회하였다(이건희 외, 『윤리경영론: 21세기 기업 생존의 핵심 키워드』, 학문사, 2004). 윤리경영이 기업성과를 크게 악화시킨다는 연구 결과는 찾아보기 힘든 점으로 볼 때 윤리경영은 장기적으로 기업의 시장가치를 높인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2001년 미국의 엔론 사태가 벌어지기 직전까지만 해도 5년 연속 포춘이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10대 기업이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개중에 이런 쭉정이가 있기는 해도 윤리경영이 모든 기업의 기본 신조가 되고 있음은 또렷하다. 요즘은 많이 나아져 가고 있다지만 한국기업의 주식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현상을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라고 부른다. 기업의 투명성 및 책임성과 관련된 기업지배구조 위험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매력 있는 기업이 되려는 노력은 시간과 돈이 남아서 하는 일이 아니다. 결국 기업의 안정과 경쟁력 확보를 위함이다.


국내에서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03년 1월 발표한 2001년 기준 국내 30대 그룹 소속기업을 대상으로 기업윤리와 기업가치 및 성과간의 관계 분석 결과가 있다. 이에 따르면 전담부서를 설치해 윤리경영을 적극 실천하는 기업의 1999년~2002년 주가상승률은 평균 46.3%를 기록했다. 윤리헌장만 제정한 기업의 16.1%, 윤리헌장 미제정 기업의 22.1%의 주가상승률을 크게 상회한다. 또 윤리경영 전담부서를 설치한 기업의 1998~2001년 매출액영업이익률은 평균 10.3%를 기록해 그렇지 않은 기업의 평균치인 7.3%보다 40% 이상 높았다. 전담부서 설치기업은 주식시장 상승할 경우 주가상승폭이 시장평균을 훨씬 웃돌았으며 하락할 경우에도 하락폭이 다른 기업군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가령 2002년에 종합주가지수는 9.5%가 빠졌으나 이들 전담부서를 설치한 기업은 오히려 10.2%가 뛰었다). 그런데 윤리경영 전담부서 없이 윤리헌장만을 제정한 기업과 윤리헌장 미제정 기업간의 주가상승률이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거의 차이가 없거나 윤리헌장을 제정하지 않은 기업이 오히려 높게 나타났다. 이는 윤리헌장 제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전담부서 등을 통해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투자자와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국제 반부패 NGO인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 TI)가 발표한 2007년 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 CPI)에 따르면 한국은 10점 만점에 5.1점으로 조사 대상 180개국 가운데 43위를 기록했다. CPI란 공무원과 정치인 등 공공 부분이 어느 정도 부패했는지에 대한 민간 부분의 인식 정도를 지수화한 수치다. 해당 국가에 거주하는 기업인이나 전문가를 대상으로 공공부문과 정치부문의 뇌물을 포함한 각종 부패 내용을 설문 조사하여 얻은 자료를 토대로 작성한다. 점수가 낮을수록 부패가 심하다는 뜻인데 한국은 OECD 30개국 평균 7.18에 훨씬 못 미치고 순위도 25위로 2계단 하락했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9.3, 4위), 홍콩(8.3, 14위), 일본(7.5, 17위), 마카오와 대만(5.7, 34위)에 이어 말레이시아와 함께 6위를 기록했다. 2006년 우리나라 교역 규모는 6349억달러로 세계 12위, 국내총생산(GDP)은 8874억달러로 세계 13위인 것에 비추어 민망한 수치다.


한국은 4.29점(1995), 5.02점(1996), 4.29점(1997), 4.2점(1998), 3.8점(1999), 4.0점(2000), 4.2점(2001), 4.5점(2002), 4.3점(2003), 4.5점(2004), 5.0점(2005), 5.1점(2006), 5.1점(2007)의 추이를 기록하고 있다. 2005년에는 조사 대상 159개국 중 40위였고, 2006년에는 163개국 중 42위였다. 2005년 5점대에 진입한 이후 답보 상태를 보이는 셈이다. TI 한국본부는 “2001년 부패방지법 제정, 2002년 부패방지위원회(현 국가청렴위원회) 설립, 2005년 투명사회협약 체결 등 하드웨어적 성과를 거뒀으나 이를 뒷받침하고 내용을 채우는 일에서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사슬의 강도는 가장 약한 부분에서 강도가 결정 나게 마련이다. 다른 부분이 아무리 굵어도 한 군데가 약하면 사슬은 툭 끊어지게 된다. 한 국가의 능력이 반드시 사슬의 법칙을 따르지는 않겠지만 경제 지표의 우수성을 바래게 하는 약한 연결고리를 강화해야 하는 건 자명한 일이다. 부정부패가 줄고 공정한 경쟁과 평가가 이루어질 때 경제성장 혹은 국민소득이 상승이 진정한 효과를 낼 것이라고 본다.


2006년 12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사회적 자본 실태 종합조사’ 보고서는 우리 사회의 불신 실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불신을 0점, 신뢰를 10점이라고 했을 때, 국회 2.95점, 정당 3.31점, 정부 3.35점, 지자체 3.89점, 검찰 4.22점, 법원 4.29점, 경찰 4.48점, 노동조합 4.61점, 대기업 4.68점, 군대 4.85점, 언론기관 4.91점, 시민단체 5.41점, 교육기관 5.44점이었다. 응답자의 70%가 ‘공직자 2명 중 1명은 부패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60%는 ‘정부 공직자들이 중요 정보를 별로 또는 전혀 공개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공직자들이 법을 거의 지킨다’고 생각한다는 사람은 5%에 불과해 공직자에 대한 불신이 심각한 수준이다.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사람에 대한 신뢰도 낮아 평균 4.8점으로 나타났다. 공식적인 조직인 직장·학교의 동료에 대한 신뢰도는 6.5점, 비공식 조직인 동호회·단체 신뢰도는 6.0점이었고 처음 만나는 사람에 대한 신뢰도는 4.0점이었다. KDI는 이 같은 수치는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놀라운 점은 국회, 정당, 정부, 지자체에 대한 신뢰도는 전혀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 신뢰도인 4.0점에도 못 미친다는 결과다. 저신뢰는 필연적으로 고비용을 유발한다. 서로 믿지 못하기 때문에 감시 및 통제 비용을 더 많이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국회의 입법과정이나 정부의 정책수행에 대한 불신은 법치에 대한 불신과 정책에 대한 반발을 낳을 공산이 크다. 요 근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더 많은 투자와 고용 창출, 복지국가를 얻기 위해 재벌에게 경영권 보호를 양보하는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자는 주장도 들린다. 아일랜드나 북유럽 등지에서 만들어낸 사회적 대타협 방식을 우리도 추진해보자는 고민은 동감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네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은 많이 부족한 상태다. 우리나라 국민이 선진국이라고 느끼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다.

Posted by 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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