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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5.18 과잉금지원칙에 대한 음미 1

대한민국 헌법 제37조 제2항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한수웅, 「헌법 제37조 제2항의 過剩禁止原則의 意味와 適用範圍」, 『저스티스』 통권 제95호, 한국법학원, 2006, 5~28쪽
을 읽고

 

  논문의 저자는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을 자유권과 본질적으로 그 성격을 달리하는 참정권, 청구권적 기본권, 사회적 기본권 등에도 그 적용하는 것이 온당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헌법 이전에 존재하는 보호범위를 가지는 기본권만이 제한의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과잉금지원칙은 특정한 보호범위를 가진 기본권인 자유권에 적용된다는 견해이다(15쪽).


  특정한 보호범위가 없이 법률에 의하여 비로소 구체적 내용이 형성되는 기본권의 경우는 입법자가 입법형성권을 제대로 행사했는지의 문제, 입법자에 의한 구체적인 형성이 헌법상 부여된 형성권의 범위를 일탈하였는지에 대한 심사의 문제가 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16쪽). 제37조 제2항의 일반적 법률유보조항과 기본권 형성적 법률유보의 독자적인 법률유보조항의 차이에 주안점을 두는 저자의 견해는 기본권 침해에 대한 좀 더 실천적인 심사기준을 제시해준다.


  개별 기본권의 특성에 맞춘 고찰이라는 저자의 문제의식을 조세에 관한 입법의 영역으로 확장해보겠다. 헌법 제38조에서 규정하는 납세의 의무는 국가의 존속과 활동에 소요되는 경비를 충당하는 목적 외에도 각종 정책수단으로서 이용된다. 납세의 의무에서 기초한 조세의 부과와 징수는 원칙적으로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조세법률주의에 위반한 과세권 남용이 발생하는 경우 합리적 이유의 유무를 따지는 자의금지원칙으로 기본권 침해를 심사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정책수단으로서의 조세는 처음부터 정당화할 이유가 요청된다. 정당화할 이유가 결여된다면 기본권의 침해 여부를 다툴 수 있음은 분명하다. 이런 경우의 조세입법에서도 과잉금지원칙을 적용한다고 단언할 수 있을지가 문제된다.


  헌법 제23조 제1항이 규정하는 재산권은 다른 자유권과는 달리 내용과 한계를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한계뿐만 아니라 내용까지도 법률로 정하도록 한 취지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입법형성의 자유를 비교적 넓게 인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신적 자유나 신체적 자유에 비해 경제적 자유에 대한 입법을 할 때 과잉금지원칙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이유이다.


  저자의 논지를 유추적용해볼 때 정책수단으로서의 조세의 경우에도 과잉금지원칙을 적용해 침해의 최소성이나 법익의 균형성까지 심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입법자 스스로가 입법과정에서 과잉금지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권장할 만하다. 과잉금지를 할 의무는 가장 먼저 입법부에게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사법부가 입법 형성권을 지나치게 제약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기 때문에 입법과정의 감시와 통제 같은 사전적 통제를 좀 더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는 국세기본법과 관련한 결정에서 “국회의 입법활동에 있어서 재산권 기타 경제적 활동의 자유규제는 다른 정신적 자유규제의 경우에 비하여 보다 넓은 입법재량권을 갖는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재산권이라 할지라도 그 본질적인 내용이 침해될 수 없음은 물론 과잉금지원칙의 적용이 배제되는 것도 아님은 앞에서 살펴본 바이다”라고 판시하며 과잉금지원칙의 위배 여부를 검토했다(헌재 1990.9.3, 89헌가95 결정). 또한 종합부동산세와 관련한 결정에서 다수의견은 종합부동산세법의 세대별 합산과세 규정에 대하여 입법목적의 정당성은 인정하면서도 차별취급의 적합성, 필요성 및 법익의 균형성 등 과잉금지원칙 위배를 이유로 위헌결정을 내렸다(헌재 2008.11.13. 2006헌바112등 결정).


  그러나 과잉금지원칙이 재산권과 관련한 위헌심사의 기준으로서 자주 등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나 수단의 최소침해성은 매우 엄격한 심사기준이다. 헌법이 입법자에게 부여한 입법재량을 오로지 최소한의 침해가 있는 수단으로 선택하게 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이며, 사법부의 통제가 빈번해짐에 따라 입법에 부여한 재량을 사법부가 헌법적 요청을 넘어서서 제약할 수 있어 우려스럽다. 최소침해성은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사안에 따라 ‘비례적으로(!)’ 완화한 잣대를 제시할 실익이 있다. 이런 입장에서 제37조 제2항의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라는 문언을 반드시 “최소한으로”라고 해석하기보다는 경우에 따라 “상당히 필요한 경우”로 해석할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 있다.


  이와 같이 이중기준 이론 등에 입각해 완화한 과잉금지원칙을 주장하는 견해에서는 채택한 수단이 입법목적과 ‘실질적으로 연관되는’(substantially related) 정도의 기준을 제시한다(이명웅, 「비례의 원칙의 2단계 심사론」, 『헌법논총』 제15집, 헌법재판소, 2004, 509-544쪽 참조). 엄격한 의미에서의 피해의 최소성과 단순히 자의성 여부만을 따지는 자의금지원칙 사이의 중간영역을 개척하려는 시도는 좀 더 현실적이고 다양한 사법심사를 가능하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찬동한다.


  헌재는 상업광고 규제에 관한 심사에서 “‘피해의 최소성’ 원칙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달리 덜 제약적인 수단이 없을 것인지 혹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제한인지를 심사하기 보다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의 것인지’를 심사하는 정도로 완화되는 것이 상당하다(헌재 2005.10.27, 2003헌가3 결정)”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사회경제적 입법에 대해서 완화한 심사기준을 적용하는 고민은 앞으로 계속 이어져야 할 것이다.


  과잉금지원칙을 무조건 확대 적용하는 것은 입법 형성의 자유를 둔 취지를 몰각시킴으로써 기본권 실현을 오히려 요원하게 만든다. 따라서 기본권 실현을 위한 입법에 있어서는 중대한 제한인 경우와 보통의(통상적인) 제한인 경우를 나누어 심사할 필요가 있다. 이는 현행 헌법의 해석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령 언론의 자유의 내용 그 자체에 대한 규제는 엄격한 심사척도를 적용해야 한다. 반면 언론의 자유의 내용 이외의 사항에 대한 규제에 대해서는 완화된 심사척도에 의하더라도 무방하다고 할 것이다. 언론의 자유의 내용이라고 보기 힘든 언론 독과점을 막기 위한 언론기업 경영의 자유에 대한 합헌성 심사는 완화한 과잉금지원칙으로도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 미흡한 점은 입법부가 보완하도록 하는 것이 권력분립의 원리에도 부합한다. - [無棄]

Posted by 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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