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 교수에게 관용을 베풀자
- 최대한의 관용을 베푸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재독학자 송두율 교수 문제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37년 만에 고국 땅을 밟은 그는 국정원 조사를 거치며 “거물간첩으로의 추락”이라는 수모까지 겪고 있다. 물론 그가 진작에 진실을 밝히지 않고 질질 끌다가 이제야 봇물 터지듯이 쏟아내서 국민들의 혼란을 초래한 점은 아쉽다. 또한 일부 거짓말을 해왔다는 점에서도 비판할 여지가 많으며, 북한 노동당원이었으며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하고, 돈까지 받아썼다는 행적에도 따가운 눈총을 받을 만하다. 논란 중인 북한 정치국 후보위원의 감투까지 썼다는 것까지 확인되면 이보다 더 난감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경계인”을 자처했지만 그 자신이 인정했듯이 한 쪽에 경도된 사고를 해왔다는 점에서도 영 찜찜하다. 그러나 그가 오랜 세월 고국을 떠나있으면서 한반도에 대한 인식과 감각을 제대로 가지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 현대사의 질곡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그가 설령 북한에 호의적이고 남한에 악감정을 갖고 있더라도 그런 의견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불편하지만 받아들이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대원칙이라고 생각한다. 사법당국은 송 교수의 사상과 신념의 자유를 존중하고, 그의 명백한 간첩행위가 입증될 경우에만 신중히 처벌을 해야할 것이다. (여기서 ‘신중히’란 표현을 쓴 것은 그가 엄연히 독일국적을 보유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보수 정치인들과 언론, 격앙된 네티즌들이 두 팔을 걷어붙이고 오버질을 하는 것이다. 자기 의지로 귀국하여 국정원에 협조하여 조사를 받은 송 교수가 대한민국에 얼마나 위험한 인물이기에 감방에 쳐 넣자고 핏발을 세우고, 그에게 과도한 욕을 퍼붓는 것인가. 이미 송 교수의 저작이 국내에서 자유롭게 유통되고 있는데도 독일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독일국적의 학자가 대한민국 흙을 함부로 밟지 못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아이러니 하다. 그가 과오를 시인했으며, 남은 의혹들은 앞으로 조사가 이루어질 만큼 끼니 거른 강아지처럼 허겁지겁 이념적, 감정적 공박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유시민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는 너무나 오랫동안 상대방의 잘못을 이유로 들어 자기의 똑같은 잘못을 정당화하는 냉전적 사고틀에 갇혀 살았다.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을 계속하되 최대한의 관용을 베푸는 것이 우리 사회의 넉넉함을 과시하는 길이다. 지난날 우리는 북한의 비정상적인 국가모습만큼이나 구질구질한 과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아픈 기억들과 많은 이들의 헌신을 먹고 이제야 북한 앞에서 어깨를 활짝 펴고 자부심을 가질만한 나라를 일구어 냈다. 과거의 실수와 실정법에 따른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송 교수를 따스하게 맞이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아닐까싶다. - [憂弱]
Posted by 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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