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2일 아침에 SBS 모닝와이드라는 프로그램에서 “루브르의 친구들”을 소개했다. 전세계 주요 박물관 가운데 루브르는 유난히도 마니아가 많은 곳이라고 한다. 루브르는 관람객의 40% 이상이 두 번 이상 방문하는 반복 관람객이라고 한다.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이 개관한 이래 다섯 번 관람한 나도 어엿한 반복 관람객이자 마니아의 소질이 조금은 풍긴다.^^; 우리네 박물관은 남의 것 약탈한 흔적이 없는 평화가 깃든 곳이다. 남의 것 빼앗지 않고도 제 스스로 흘린 피와 땀의 자취를 모았기에 더 애틋하고 아름답다.


루브르 마니아로 소개된 뱅상 라파노님은 9살 때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루브르를 처음 방문한 이래 30년 동안 한 달에 두 번 정도 루브르를 방문해왔다고 한다. 얼추 따져봐도 700번이 넘게 방문했다는 것인데 정말 탄성이 나온다. 라파노님은 “루브르와 열정(http://louvre-passion.over-blog.com)”이라는 블로그를 개설해서 루브르에 대한 사랑을 온라인 상에서도 실천하고 있다. 블로그를 찾아 들어가 보니 프랑스어에는 문외한이라 거의 해독을 할 수 없었지만, 중앙박물관에서 한창 진행 중인 루브르박물관전에 대한 글(Le Louvre a Seoul)도 보였다.


“루브르의 친구들”은 평범한 시민들이 모여 만든 루브르 후원회다. 연간 30억 원이 넘는 회비로 루브르에 작품을 기증하는 등 물심양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2007년 1월 2일 문화재청이 보물로 지정했다고 밝힌 ‘김시민 선무공신교서’는 국민들의 성금을 모아 환수한 문화유산이다. 시민들의 힘을 마땅히 예찬하면서도 이것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성으로 녹아들기를 기원한다. 어머니가 아들의 손을 잡고 미술관에서 감상평을 나누고, 연인들이 데이트 비용을 아껴 문화유산 관람료를 지불하는 등의 고만고만한 생활을 그려본다.


2000년 5월 아파트 재건축 조합원들이 복원하기 힘들 정도로 훼손한 풍납토성 경당지구의 부끄러운 기억을 떠올리니 프랑스의 문화적 저력이 새삼 부럽다. 고고미술사학자 엄기표님에 따르면 지리적 장벽에 막힌 고구려와 달리 백제사는 개발 광풍에 유적지가 훼손되었다고 한다. “마구잡이 근대화의 최대 피해자”인 백제사를 아파하며 루브르의 친구들의 정신을 배워보면 어떨까. 루브르를 내 집처럼 여기며 애호하는 그들처럼 우리도 우리들 것에 대한 주인의식을 품어봤으면 좋겠다.


이런 보통 시민들의 문화적 성숙과 더불어 기업들의 적극적 투자도 병행되어야 한다. 메세나(Mecenat)는 기업의 문화예술 후원을 뜻하는 프랑스어다. 문화예술 분야 외에도 과학, 스포츠 분야 및 공익사업에 대한 지원을 통칭하는 말이다. 베르길리우스, 호라티우스 등 문화예술가들을 열성적으로 지원한 로마의 정치가 마에케나스의 이름에서 유래한 용어다. 1967년 미국에서 기업예술후원회가 발족하면서 이 용어를 처음 쓴 이후, 여러 나라의 기업인들이 메세나 협의회를 설립했고 우리나라도 한국메세나협의회 등이 활동 중이다.


김병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문화예술을 꽃피우는 것은 결국 자본가이며, 있는 사람들의 미덕”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기업에게 조건 없는 지원을 강권할 생각은 없다. 문화예술의 이미지를 이용해 기업 브랜드 이미지를 향상시키는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해도 무방하다. 내 자신도 문화경제에 투자하는 것이 이문이 남는 길이 될 수 있는 토양을 조성하는데 일조하고 싶다. 소설가 김별아님의 표현을 빌려 “끝없이 배고픈 자본주의의 논리에 밀려 배부른 소리나 지껄이는 팔자 좋은 궁도령”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 [無棄]

Posted by 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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