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대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하다
- ‘거위의 꿈’ 선본으로 작은 학생회 포부 밝혀

익구는 11월 4일 37대 경영대학 학생회장 후보에 등록했다. 본인과 선본장의 재학증명서, 출마소견서, 으뜸 구호, 269명의 추천서명을 제출해 오후 3시 30분경 후보 등록을 완료했다. 이번 선거는 단선으로 치러지며 13, 14일 양일 간 투표가 이루어진다. 선본명은 평소 익구가 좋아하는 노래 중에 하나인 ‘거위의 꿈’으로 선정되었다. 기타 선본명 후보로는 상선약수, 연탄 한 장, 환한 뱃속, 날마다 좋은날, 열린 나래, 녹차 한잔, 열린 우리 학생회 등이 있었으나 고심 끝에 거위의 꿈으로 선택을 했다. 이는 거위가 높이 나는 꿈을 꾸는 것처럼 꿈을 꺾지 않겠다는 다짐을 표상하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진솔한 마음으로 성실하게 날개 짓을 준비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익구는 출마소견서에서 열려있고 쉽고 낮은 학생회를 제시하며, 상선약수(上善若水)의 정신으로 학생회를 꾸려나갈 것을 다짐했다. 학생회에 대한 무관심이 특히 높은 경영대의 풍토에 맞게 할 일은 다 하면서 권한은 최대한 자치 단체로 이양하는 작은 학생회를 구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익구는 지난 달 완공한 LG-POSCO 경영관을 통해 웬만한 복지시설들이 거의 다 확보된 터라 마땅히 내 걸 공약이 눈에 띄지 않아 공약 작성이 다소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고 솔직히 밝혔다. 그러나 다른 과반들의 선거 공약들도 다들 원론적인 것을 확인하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기보다는 기본적인 책무에 충실하면서 그 밖의 다른 사업들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약의 큰 줄기는 다음과 같다.


1. 사물함의 지속적인 교체와 수리를 하겠습니다.
2. 자치공간의 효율적 활용을 꾀하겠습니다.
3. 각 반에 학생회를 건설하겠습니다.
4. 다양한 자치활동을 육성, 지원하겠습니다.
5. 학생회 사업과 회의 등을 편안히 알리겠습니다.
6. 저비용 고효율 예산 활용을 추구하겠습니다.
7. 자유주의, 다원주의라는 철학만을 가지겠습니다.


익구는 단선인 점을 감안해서 선거운동도 최소화하면서, 기본적인 대자보 작업이나 유인물 제작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익구는 선거 자체의 문제보다는 앞으로 경영대 한해살이를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구상을 하고 있다. 익구는 일년간 더 학생회 일꾼으로 살게 되더라도, 깔끔하게 마무리지은 다음에는 다시 본업인 공부쟁이(?)로 돌아올 것을 다짐했다. - [憂弱]


다음은 출마소견서 전문이다.


  대학 새내기 시절부터 지난 2년 간 학생회 일꾼을 해왔고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지며 살아왔지만, 이제 제 이름을 걸고 다시 학생회 일꾼을 청하는 마음은 한없이 무겁기만 합니다. 제 능력의 부족함에 대한 자각 이전에 모종의 두려움이 저를 짓누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알 수 없는 이끌림에 의해 다시 이 떨리는 자리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통솔력 있는 사람도 아니고, 번뜩이는 재주를 지닌 사람도 아닌 소심함과 어수룩함이 철철 넘쳐흐르는 저이지만 소심함에서 우러나오는 꼼꼼함과 성실함으로, 어수룩함에서 묻어 나오는 진솔함과 편안함으로 내 사랑하는 경영대학의 일꾼이 되고자 마음먹었습니다.


  저는 어떤 새로운 일을 벌이느라 힘을 쏟기보다는 경영대 학생회가 기본적으로 해주어야 할 책무에 충실하면서 학우 여러분과의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공유감을 느끼고, 편안함을 느끼는 것에 초점을 맞추겠습니다. 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학생회에 대한 무관심, 정치적 무관심을 올바른 개인주의 문화가 건설되는 과도기적 상황이라고 비교적 낙관적으로 평가합니다. 그러나 반성하고 긴장하는 자세로 학생회가 그들만의 잔치가 되지 않기 위해 늘 한 번 더 고민해서 쥐꼬리만큼 보이는 권위나마 벗어 던지고 열려있고 쉽고 낮은 학생회를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의 학생회 운영 이념으로 도덕경 제 8장의 첫 구절인 '上善若水'를 제시하겠습니다. 상선약수는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라는 뜻입니다. 만물은 물 없이는 못 살지만 물은 그들을 이롭게만 할 뿐 그 공로를 인정 받으려거나 그들 위에서 군림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저 그들 밑에서 묵묵히 섬기는 일을 할 뿐입니다. 모두가 좋은 곳을 향해 오르려고 할 때 물은 유유자적 낮은 데로 임할 뿐입니다. 이렇게 자기를 비우고, 조용하고 성실하게, 오직 섬기는 자세로 시의 적절하게 움직이는 물, 어느 누구와도 다투는 일 없이 자기를 끝까지 낮추는 물의 자세를 배우겠습니다.  


  지금 저는 당당한 풍채에서 오는 카리스마보다 어딘지 모자란 허전함으로 이 자리에 서있습니다. 어쩌면 학생회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학우 여러분들이 웃을 때 같이 웃고 슬퍼할 때 같이 우는 무력함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무력함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음과의 동의어가 아닙니다. 부단한 고민과 노력으로 그저 밑에서 학우 여러분들을 북돋워 줄 것을 다짐해봅니다. '믿음직스러운 말은 아름답지 못하고 아름다운 말은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라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한 말은 아름답지도 않고 멋있지도 못하고, 희망이 넘쳐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다만 약간의 믿음이라도 드렸다면 고맙게 생각하겠습니다. 서둘지 말고 쉬지 말고 가슴 뛰는 날개 짓을 게을리 하지 않는 37대 경영대 학생회를 만들겠습니다. 고맙습니다.
Posted by 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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