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구는 11월 29일, 30일 이틀간 있었던 서울외고 6기 중국어과 마지막 엠티에 후발대로 참석했다. 오전까지 총학생회 선거 개표를 하고, 오후에는 학교에서 잠깐 일을 처리한 후 후발대로 오후 8시 기차를 타고 가평역으로 향했다. 가평역에 도착해 용추골로 향한 익구는 이제 막 폭죽을 터뜨리려고 준비 중인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 폭죽은 2년 전에 사놓은 것이지만 원체 그 규모가 크다 보니 아주 넓은 공간이 필요했던 터라 그간 고이 보관만 해두고 있던 것이었다. 결국 넓은 장소를 찾아 폭죽을 터뜨렸고 그 황홀한 폭죽의 광경에 잠시 넋을 놓고 황홀감에 젖었다. 엄청난 굉음을 내던 폭죽이 끝나자 이런 물건을 서울외고 운동장에서 터뜨릴 계획을 했던 우리의 어이없음에 한바탕 웃어야 했다.


어두운 밤길을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며 숙소로 돌아와 모두들 둥그렇게 모여 앉았다. 중국어과의 미래를 위한 회의라는 다서 거창한 논제 앞에 저마다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익구는 평소 지론대로 희망하는 친구들을 회원가입시키는 모임을 창설할 것을 주장했고, 찬반의견 끝에 표결로 전원의무가입이 아닌 희망가입제가 결정되었다. 동문회 명칭을 쓸 것인가 별도의 친목모임이 될 것인가는 지엽적인 문제라고 보고 추후에 논의하기로 했다.


다음으로는 세이클럽에 둥지를 트고 있는 현재의 누리집을 존속할 것인가, 새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그러나 이미 희망가입제가 결정된 이상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드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또한 어느 곳에 만들까에 대한 논의에서 익구는 싸이월드의 거품인기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으나 싸이족들의 열성적 지지에 힘입어 결국 싸이월드로 결정되게 되었다.


원체 친하게들 지낸다고 생각해서인지 이런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어색한 감도 없잖아 있었지만 저마다의 소견을 들어볼 수 있는 소중한 계기였다고 평가된다. 활발한 토론이 진행되는 시간과 비례하여 술과 고기에 대한 열망 또한 강렬해졌고 몇 가지 안건을 표결로 신속하게 처리하고 심야잔치가 벌어지게 된다.


이제 다들 이런 잔치에는 도사(?)가 되어서인지 흥겹게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다. 어떤 친구는 술을 달리고, 어떤 친구는 별을 보며 찬바람을 쏘이고, 어떤 친구는 열심히 몰래 촬영(도촬)을 하고, 어떤 친구는 잠을 청했다. 익구는 산소주 패트병을 이리저리 들고 다니며 여러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며 단란한 시간을 보냈으나 밤새서 개표한 후유증은 잠이 많은 익구에게는 치명타라 결국 새벽 3시 30분 경에 잠든 것으로 전해진다.


24시간짜리 엠티는 날이 밝으며 그렇게 끝이 났고, 모두들 다시 일상을 복귀했다. 논의한 대로 익구는 싸이월드에 새로운 보금자리인 我是誰(중국어로 ‘나는 누구인가?’정도의 뜻)를 개통했고, 그간 침체되었던 세이클럽 시대가 무색할 정도로 뜨거운 열기에 휩싸여 있다. 싸이월드 아시수의 부제인 ‘소중한 벗들의 이유 있는 만남으로 새롭게 알게 되는 나’의 정신이 얼마나 발현될지는 앞으로 중국어과 친구들의 애정과 참여에 달려있다.


친구 규상이는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만남을 “자주 보는 것은 아니나 낯설지 않고, 특별한 목적은 없으나, 너무나도 흥겹다”고 평했다. 익구는 이 의견에 동감을 표하며 실상 별로 새로울 것도 없으면서도 티격태격하면서 잘도 지내는 고등학교 친구들은 사교적이지 못한 익구에게는 무척이나 고마운 존재라고 말했다. 끝으로 힘들게 성사된 엠티를 준비하고 연락하느라 고생했을 친구들과 짬을 내어 참석해 30명의 친구들에게 다시금 깊은 고마움을 표한다. - [憂弱]  
Posted by 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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