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은 잡글이 많지만 정리를 제대로 못하고 있습니다. 무료함을 달랠 겸 그간 여기저기에 썼던 정확한 한국어 구사를 위한 노력의 일부를 긁어 모아봤습니다. 제가 매번 이렇지는 않아요.^^;

 

<바래다 VS 바라다>
‘바래다’는 빛이 변하거나 가는 사람을 배웅하는 것을 말하며 ‘바라다’는 생각대로, 소원대로 되기를 기대한다는 뜻입니다.


<-로써 VS -로서>
‘-로써’는 도구나 기구, 수단이나 방법을 나타낼 때 쓰며, ‘-로서’는 지위나 신분, 자격을 나타낼 때 쓰입니다. ‘-로써’는 ‘-을 써서’에서 온 말이므로 ‘-을 써서’ ‘-을 이용해’ ‘-을 가지고’로 바꾸어 넣어 문장에 어울리면 ‘-로써’를 씁니다.


<이에요 VS 예요>
받침이 있을 때: -이에요/-이어요  ex) 광호형님이에요/ 광호형님이어요
받침이 없을 때: -예요, -여요  ex) 혜진누나예요/혜진누나여요


<집어넣어서 VS  집어 넣어서>
‘집어넣다’를 붙여 쓰면 ‘들어가게 하다(식순에 집어넣다)’의 의미이고, 띄어 쓰면 ‘집어서 넣다(집게로 집어 넣다)’의 의미입니다. 여기서는 집어서라는 동작보다는 삽입하다, 첨부하다의 의미이므로 붙여 쓰는 게 나을 듯합니다. 사실 좀 애매하지만요.^^;


<-이 VS -히>
‘곰곰히’ -> ‘곰곰이’, 단 ‘꼼꼼이’는 틀리고 ‘꼼꼼히’가 맞다는... ‘-이’와 ‘-히’의 용법도 은근히 까다롭지만 자주 쓰는 용례를 익혀두면 좋을 듯싶구먼. ‘-이’를 쓸 자리에 ‘-히’를 써서 틀리는 경우가 많은데 대표적으로 번번이, 틈틈이, 뚜렷이, 촉촉이, 끔찍이 등이 있다네.


<되요 VS 돼요>
되요(X) -> 돼요(O)란다. ‘되다’에 ‘-어, -어라, -었-’ 등의 어미가 결합한 것을 줄여 쓰면 ‘돼, 돼라, 됐-’의 ‘돼-’ 형태가 되지. 예를 들어 안 됀다(X) -> 안 된다(O)/ 안 되요(X) -> 안 돼요(O)가 되는데 풀어쓸 수 있으면 ‘되’로 보고, 풀어쓸 수 없으면 ‘돼’로 보면 된단다. 여기서는 ‘되어요’가 줄어 ‘돼요’로 쓰는 게 맞지. 비슷한 원리로 자주 틀리는 표현에 뵈요(X) -> 봬요(O)가 있지. 자세한 건 한글맞춤법 제35항 [붙임2]와 관련 해설을 참조해주시길.^-^


<체크 VS 첵>
우리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짧은 모음 다음의 무성 파열음 [p], [t], [k]는 받침으로 적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그래서 로켓(rocket), 카펫(carpet), 도넛(doughnut), 갭(gap), 북(book), 캣(cat) 등으로 씁니다. 이 원칙에 따르면 check는 ‘첵’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체크를 비롯해 노크, 세트, 쇼크, 히트, 배트, 메리트, 티베트, 네트, 커피 포트 등은 예외로 받침을 쓰지 않습니다. ‘첵’과 ‘췍’도 좋겠지만 오륀지인가, 어륀지가 맞다고 역설하시던 어느 분의 무지몽매함에 동참하는 건 신중해야겠습니다. 외래어 표기법은 어디까지나 우리 언어생활에서 통일성을 기하고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 쓰는 것이니까요.


<우리 반 VS 우리반>

‘우리말’이라고 하면 “외래어 대신 우리말을 쓰자”처럼 한국어를 뜻하고 ‘우리 말’이라고 하면 “교수님은 우리 말을 믿어 주신다”처럼 우리가 하는 말을 뜻합니다. 표준어는 아니지만 우리반을 飛반으로 고유명사화한다면 한 단어로 봐서 “우리반밖에”라고 쓸 수도 있겠죠. 여기서는 그냥 띄어쓰는 것으로 처리했습니다. 우리반이든, 우리 반이든 간에 오직 그것뿐임을 뜻하는 “밖에”는 붙여써야합니다. 다만, ‘~이외에도/ ~바깥’을 의미할 경우에는 “이 밖에도 또 있다" "사무실 밖에 서있다”처럼 띄어씁니다.


<걸맞은 VS 걸맞는>
나는 이런저런 글을 쓸 때 맞춤법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정확한 한국어가 아름다운 한국어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믿음 때문이다. 물론 그 정확성의 기준은 선뜻 제시하기 힘든지라 명백한 비문이나 오류를 고치는 데 그치지만. 한글 문서를 사용하면 오타의 상당 부분을 손쉽게 고칠 수 있다. ‘걸맞는’에 빨간 줄이 그어지자 나는 무의식적으로 ‘걸 맞는’이라고 띄어쓰기를 했다. 빨간 줄이 없어지니까 맞게 썼다고 생각하고 넘어 갔다. 한참이 지나 한 후배가 띄어쓰기의 의문을 제기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좀 어색해 찾아봤다.


찾아보니 ‘걸맞다’는 형용사이므로 ‘걸맞은’으로 써야 맞다. 동사의 어간에 관형사형 어미가 붙을 때는 시제가 현재이면 ‘-는’(가는 벗, 먹는 꿀), 과거이면 ‘-은(ㄴ)’(간 벗, 먹은 꿀)을 쓴다. 그런데 형용사의 어간에는 현재와 과거 시제의 구별 없이 항상 ‘-은(ㄴ)’만 붙는데, 어간에 받침이 있으면 ‘-은’, 없으면 ‘-ㄴ’이 붙는다.


형용사 ‘기쁘다’‘예쁘다’는 받침이 없으니까 ‘기쁘는 일’‘예쁘는 아이’라고 쓰지 않고 ‘기쁜 일’‘예쁜 아이’라고 쓰는 것을 생각하면 쉽다. 따라서 ‘걸맞다’도 ‘걸맞은’이 되고, ‘알맞다’ 역시 형용사이기 때문에 ‘알맞은’으로 쓴다는 것도 같이 알아두면 좋을 듯싶다. 후배 덕분에 그간 틀리게 알고 있던 표현을 고칠 수 있었다. 이런 사소한 잘못이나마 지적해주는 지인들이 있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다.


<것>1
‘것’은 의존명사이므로 앞말과 띄어 씁니다. 다만 지시 대명사인 ‘그것, 이것, 저것’과 명사 ‘날것, 들것, 탈것’ 등은 붙여 씁니다.


<것>2
스치는게 인생 -> 스치는 게 인생
'게'는 '것이'의 준말이니 띄어쓰기를 해야 한다네. 비슷한 용례로 '건(것은)'과 '걸(것을)'이 있지. '것'은 의존명사로서 앞의 어미와 띄어 쓰면 돼.


모르는∨게 없다
기쁜∨건 어쩔 수 없다
느낀∨걸 털어놓겠다


'것, 바, 줄, 수' 등과 같은 의존명사는 우리는 띄어 쓰고 있는데, 북한은 붙여 쓰고 있다고 하더군. 근데 남북 단일 어문규범 논의에서 남쪽 방식으로 띄어 쓰는 걸로 대략 합의를 봤다고 하더라고. 당분간 바뀌지 않을 모양이니 잘 띄어 쓰면 될 듯싶구먼. 되게 우습지만 전역 선물이라고 생각해주렴.^0^ 


<한잔 씩 VS 한 잔씩>
‘한잔’은 간단하게 한 차례 마시는 술이라는 의미지만 여기서는 말 그대로 1회의 의미이므로 ‘한-’과 ‘-잔’을 띄어씁니다. 아울러 수량을 나타내는 명사 또는 명사구 뒤에 쓰는 접미사 ‘-씩’은 당연히 붙여 씁니다.


한의 경우 관형사로 쓰일 경우(한 명, 한 개...) 띄어 쓰고, 하나의 명사로 쓰일 경우(한가득, 한낮, 한나절) 붙여 씁니다. 가령 한길은 넓은 길이라는 뜻으로 하나의 명사이고, 한 길은 하나의 길이라는 뜻입니다. 한번은 기회 있는 어떤 때, 잠깐/일단, 과거의 어느 때의 뜻의 단어지만(조만간 한번 봅시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한 번은 1회(回)(턱걸이를 한 번 밖에 못한다, 한 번의 슈팅찬스를 놓치다)를 뜻합니다.


‘한번/ 한 번’이 미묘한 의미 차이가 나듯이 ‘한달/ 한 달’도 차이가 나는 것인지 몰라서 국립국어원에 문의한 결과 한 달은 붙여 쓰는 경우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단위를 나타내는 명사는 띄어 쓰지만 순서를 나타내는 경우나 숫자와 어울리어 쓰이는 경우에는 붙여 쓸 수 있습니다. 예외규정의 예시로는 ‘다섯시, 삼학년’과 같이 순서를 나타내는 경우와 ‘12시, 1945년 8월 15일’과 같이 숫자와 어울리어 쓰이는 경우가 있는데 한 달’은 이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정종 VS 사케>
너는 사케를 언급하며 잘 모르는 분들을 배려해 정종이라는 용어를 썼겠지만 이제 알 만큼 알려진 만큼 청주라는 말을 써도 괜찮을 거 같단다. 정종(正宗)은 그리 바람직한 명칭이 아니라고 생각해. 정종은 일제 강점기 때 들어온 일본의 청주 상표 중 하나가 널리 쓰여 일반 명칭처럼 잘못 굳어진 것이니까. 백제 사람들이 일본에 청주 제조법을 전파했다고도 하니까 주객이 전도된 셈이야. 물론 일본은 주조 기술을 발전시켜 청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 고유의 술인 사케(Sake)가 되었기 때문에 우리가 원조라고 주장하기가 좀 머쓱하지만.


여하간 정종은 일본의 청주 상표 가운데 마사무네라고 불리는 사케의 한 브랜드일 뿐이지. 가령 한 때 진로가 수도권 소주 시장을 독점할 때 그냥 “진로 주세요”했듯이, 내가 버블에서 종종 즐기는 벨기에산 흑맥주 “레페 브라운 주세요”하는 것과 비슷한 셈이야. 일본 술 중에 예를 들자면 “아사히 주세요”하는 것과 비슷하고. 이처럼 상표명이 대표화된 예로 봉고, 워크맨, 레미콘, 미원 등이 있어. 술에서는 프랑스의 샹파뉴(Champagne) 지방에서만 생산되는 거품 나는 술인 샴페인이 보통명사처럼 쓰이고.


일본에서는 정종이 보통명사처럼 쓰이고, 정종이라는 술 브랜드가 많다고 하지만 우리가 그걸 따를 필요가 있을까 싶다. 정리하자면 정종은 일본말 마사무네를 우리 음으로 읽은 것이며, 소주나 맥주 같이 술의 종류를 나타내는 말이 아닌 브랜드명인지라 진짜 정종 상표를 마실 때만 한정해서 말하는 것이 비교적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그냥 청주 혹은 일본 청주라고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까.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일본 국왕의 호칭 문제도 참 난감한 문제지. 일왕(日王), 일황(日皇), 천황(天皇) 혹은 덴노까지 다양한 의견이 있는데 사실 나도 헛갈린다(요즘 일본 하는 꼴을 봐서는 확 왜왕이라고 부를까도 싶지만^^;). 야채(野菜, やさい)가 일본식 용어임을 알면서도 채소(菜蔬)를 어색해 하고, 순우리말인 푸성귀나 남새는 거의 잊어버리는 현실을 보면 이름을 바로잡는 일(正名)보다 더 중요한 건 일상의 실천인지도 모르겠다. 본의 아니게 잡설을 늘어놓았어. 너그러이 헤아리시길.^-^


<뒤풀이 VS 뒷풀이>
앞으로 ‘뒤풀이’라는 표현을 많이 쓸 텐데 ‘뒷풀이’가 아니란다. 우리말 규정 가운데 사이시옷이 참 어렵지. 참고로 북한은 사이시옷을 쓰지 않는다고 해. 사이시옷 규정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한글 맞춤법 제30항과 국립국어원 홈페이지 등을 참조하면 쉽게 알 수 있을 테고, 우선은 자주 하는 실수 위주로 정리해두면 좋을 듯싶어.


‘뒤풀이’는 순우리말 ‘뒤’+‘풀이’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합성어라 사이시옷이 필요할 것 같지만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ㄲㄸㅃㅆㅉ)나 거센소리(ㅊㅋㅌㅍ)가 날 때는 사이시옷을 받쳐 적을 필요가 없단다. 그래서 ‘갯벌’은 맞아도 ‘갯펄’은 틀려서 ‘개펄’이 옳은 표현이야. 이것만 알고 있어도 사이시옷을 좀 더 정확히 구사할 수 있어. 더 예를 들어보자면 ‘뒤쪽’,  ‘뒤처리’,  ‘뒤편’,  ‘뒤뜰’,  ‘위층’,  ‘위쪽’,  ‘아래쪽’은 사이시옷을 쓰지 않아. 무의식 중에 사이시옷을 넣어 쓰는 표현들이야.


‘첫째’, ‘셋째’, ‘넷째’ 정도가 예외라고 할 수 있겠구먼.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예외라고 할 수는 없어. 이 단어들은 ‘첫’, ‘셋’, ‘넷’에 접미사 ‘-째’가 결합한 파생어이므로 사이시옷과 관련이 없고, 여기서의 ‘ㅅ’은 사이시옷이 아니야. 사이시옷은 합성어인 경우에만 적용되기 때문이지. 이와 비슷한 사례로 ‘해님’과 ‘나라님’, ‘나무꾼’ 등이 있어. 이것들도 ‘-님’, ‘-꾼’이 접미사라 합성어가 아니고 파생어이기 때문에 사이시옷을 쓰지 않아.


익히 알다시피 단어에는 단일어와 복합어가 있고, 단일어는 하나의 어근으로 이루어진 말이지. 복합어에는 둘 이상의 어근으로 만들어진 단어인 ‘합성어’와 어근과 파생접사(위치로 분류하면 접두사와 접미사)로 이루어진 ‘파생어’가 있지. 사이시옷은 합성어에만 적용되는 규칙이야. 따라서 ‘해님’과 ‘나라님’은 파생어라 사이시옷을 쓰지 않지만, ‘햇볕’, ‘햇빛’, ‘햇살’, ‘나랏일’, ‘나랏돈’, ‘나랏빚’은 합성어이므로 사이시옷을 써야해. 사실 합성어와 파생어 구분은 헛갈리는 면도 많고 일일이 따질 수 없으니 이네들은 그냥 아름다운 예외로 기억해주렴.

Posted by 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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