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에는 일체 소질이 없기로 유명한 익구가 마침내 화투 놀이의 일종인 고스톱(gostop)을 배운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세 사람이 하는 놀이라는 것, 고와 스톱의 의미 같은 아주 기본적인 놀이 규칙조차 인지하고 있지 못한 익구는 갑자기 몰아닥친 고스톱 바람에 본인도 놀라 하는 분위기다. 또한 친구들도 한 때 사실의 진위여부를 가리느라 분주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익구가 처음 고스톱을 배우게 된 것은 지난 12월 26일 후배 현수와 선근이와의 조촐한 송년회를 하는 와중에 피씨방에서 그 유명한 세이클럽 고스톱을 배우게 된다. 후배의 친절한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십 수 연패를 달리던 익구는 최초로 승리를 거두면서 급속도로 화투장의 마력에 휩싸이게 된다. 이런 익구의 모습은 본 후배 현수는 괜한 것을 가르쳤다며 씁쓸한 반응을 보였다.


그 후 27일 친구 청원이네를 놀러갔을 때도 청원, 찬구, 준식으로부터 고스톱 규칙을 물어보며 ‘쌍피’, ‘비광’, ‘흔들기’, ‘고도리’, ‘총통’ 등의 용어와 의미를 익히는 열의를 보였다. 익구는 이제 ‘피박’과 ‘광박’을 피해가며 고스톱을 운영할 정도의 실력에는 다다랐으나 ‘독박(고박)’을 염려한 소심한 경기 운영으로 인해 조금 따고 왕창 잃다보니 앞으로 그다지 전망이 밝지 못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익구는 28일 새벽에 그간 배운 것을 실행해 보기 위해 기왕에 게임 머니를 잃을 바에 친구들에게 주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익구는 세이 고스톱을 함께할 친구를 모집했으나 점 100원짜리는 시시하다는 차가운 반응에 부딪쳐 결국 혼자 방을 만들어서 놀이를 하게 된다. 당초 8만원대에서 출발했던 놀이는 3시간 정도만에 잔고가 0원이 되면서 일단락 되었다.


잔고가 0원인 사람들을 위해 다시채우기(리필) 기능을 운영하고 있는 터라 5만원을 충전했지만 더 이상 하는 것은 무리라고 보고 일단 잠정 중단된 상태이다. 은근히 이런 사소한 것에 지는 것을 싫어하는 익구로서는 고스톱을 느긋하게 즐기려는 자세가 많이 부족한 편이라고 벌써부터 지적되고 있다.


그간 화투 같은 카드놀이를 노름에 불과하다며 폄하해왔던 익구는 그간의 부정적 평가를 걷어내고 하나의 유희로서 받아들이려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잡기에는 소질이 없다는 대원칙이 깨질 것 같지 않은 이상 익구의 고스톱 열기는 한순간의 유행으로 끝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익구 스스로가 이 분야에 소질이 없다는 것을 확실히 자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 파장은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憂弱]
Posted by 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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