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구는 26일, 27일 이틀 간 열린 경영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과 새내기 수강신청 지도 업무를 무사히 종결지었다. 새내기 수강신청의 경우 시간대가 겹치거나 수강정원이 부족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속출해서 애를 먹었으나 학사지원부와의 조율 끝에 한바탕 난리를 치렀지만 무사히 마쳤다. 2004년도부터 대대적인 교과과정 개편이 추진되고 있는데 학교측이나 학생들이나 모두 혼란스러워 앞으로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익구도 지속적인 수강신청 연구를 통해 도사가 된 터라 전산실에서 이뤄진 새내기 수강신청을 이 사람 저 사람 도와주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26일 경영대 오티 오전 일정에서 학생회장 10분간 인사 시간이 있었는데 익구는 날림으로 작성한 원고를 변형해서 간단한 인사를 드렸다. 다음은 원고 전문이다.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37대 경영대 학생회장 경영학과 02학번 최익구입니다. 새터 이후에 처음 뵙는 건데 새터는 재미나게 잘 다녀오셨나요? 새터를 총괄한 저로서는 부족한 점들이 너무 많았던 것 같아 죄송한 마음뿐이지만 앞으로 펼쳐질 대학 새내기의 다양한 행사들에도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새내기 여러분, 고려대학교 그것도 우리 경영대학에 오신 것을 다시 한번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여러분들의 어려운 선택이 결코 후회되지 않으리라 확신합니다. 이는 겉멋만 든 오만이 아니라 호상인으로 살아오면서 느낀 진솔한 자부심입니다. 이제 이 자부심을 새내기 여러분들과 함께 나눌까 합니다.

저는 대학 새내기 여러분들께 네 가지 정도를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첫째로, 자유를 만끽하시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시기 바랍니다. 대학인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자유롭게 쓸 권리가 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대학은 어쩌면 고독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만큼 그에 따른 책임도 따릅니다. 우리는 그 책임 앞에서 고독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쏟아지는 자유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그에 따르는 고독을 마다하지 않는 그래서 철저히 자기 몫의 일에 자기탓을 할 수 있는 멋진 대학인이 되시기 바랍니다. 남 핑계대기 쉽고, 변명으로 떠넘기기 쉬운 세상이지만 자신이 치열하게 고민해서 한 일을 자기 책임으로 짊어지는 모습이 가장 대학인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째로, 자신만의 가치로운 일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덴마크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의 22세의 일기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고 합니다. “온 천하가 다 무너지더라도 내가 이것만은 꽉 붙들고 놓을 수 없다. 내가 이것을 위해 살고 이것을 위해 죽을 수 있는 나의 사명을 발견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다양한 생각들이 만나고 숱한 갈림길이 있는 대학생활에서 자신의 꿈을 투자하고 싶은 것이 어떤 것인지 궁리하는 시간이 되시기 바랍니다. 키에르케고르처럼 죽네 사네 할만한 큰 가치를 붙잡지는 못해도 자신이 이거다 싶은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것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자기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자신에게 가장 큰 효용을 주는 것 하나를 건져 가시기 바랍니다. 자기가 추구하는 가치를 알콩달콩 열심히 추구한다면 누구나 자기 인생의 당당한 주체로서 또한 주류로서 지낼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로, 비판적 사고를 기르시기 바랍니다. 비단 경영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문들을 접하면서 또한 다양한 사회 이슈들을 접하면서 남의 의견을 경청하면서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지 맙시다. 머리를 열심히 굴려 한 번 더 비판적으로 생각해서 취사선택하시기 바랍니다. 이런저런 다양한 정보의 원천들을 게을리 하지 않는 성실함과 더불어 자기 스스로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평가하는 새내기 여러분 되시기 바랍니다. 주자는 “큰 의심을 가지면 진보도 크고, 의심이 작으면 진보도 작다. 아무것도 의심하지 않으면 진보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세상을 욕하기는 쉽지만 티끌만큼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티끌만큼이라도 바꾸려는 노력과 더불어 우선은 세련되게 섬세하게 욕하는 법부터 배워야겠습니다. 비판적 사고는 창조적 지성인의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남과 연대할 줄 아는 개인주의자가 되시기 바랍니다. 앞서 말한 책임이나 자신만의 가치, 비판적 사고는 모두 개인주의자로 수렴됩니다. 진정한 개인주의자는 타인과 단절된 고립된 상태가 아니라 타인과의 이런저런 연대 속에서 피어납니다. 저는 큰 꿈과 높은 실력을 가진 여러분들의 연대가 우리 곁의 소수자들, 약자들, 비주류들을 향하기 바랍니다. 높이 솟아오른 정신일수록 가장 낮은 곳을 응시하는 법입니다. 우리 모두 높아질수록 낮은 곳을 볼 줄 아는 개인주의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시시콜콜한 당부의 말씀은 여기까지입니다. 저 같은 경우 새내기 시절 이런 말 들으면 감동 먹고 그런가 보다라고 했었는데, 요즘 후배님들은 원체 영특하셔서 이미 다 이런 것쯤이야 다 알고 있으시다보니 뻔한 말을 해서 괜시리 죄송스럽습니다.^^; 그래도 많은 덕담들 너무 지루하게 여기지 마시고 그러려니 하고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분명 대학생활은 기대만큼 녹록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경영학도입니다. 경영학도의 기본적인 자세 중의 하나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경영학도는 손해보는 장사를 정말 싫어합니다. 새내기 여러분 모두 경영학도답게 대학 4년을 남는 장사하시기 바랍니다. 훌륭한 교수님, 그리고 곁에 있는 동기들, 좋은 선배님들과 함께 한다면 먼훗날 자신이 일궈낸 엄청난 수익에 흐뭇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금 안암의 새끼 호랑이가 되신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지금까지 37대 경영대 학생회장 최익구였습니다. 고맙습니다.^^
Posted by 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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