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즐, 테러리즘 KIN

사회 2004. 6. 26. 02:12 |
▶謹弔◀ 故 김선일님의 명복을 빕니다.

결국 우려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우리가 추가 파병을 결정한 이상 민간인을 상대로 한 테러는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었다. 그러나 끝내 김선일씨는 참혹한 주검으로 돌아와 우리에게 큰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야만스런 테러집단과 외교당국의 늑장 대처가 빚어낸 참극이다. 참으로 슬프고 분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무고한 민간인에 대한 살상은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는 반평화적 폭거이다. 이런 잔혹한 테러리즘에 관대해서는 안 된다.


테러리스트들의 만행에 경악을 금치 못하지만 저들에 대한 성냄이 이라크 민중들에 대한 분노로 확산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는 무모한 테러리즘에 대해서는 단호하지만 이라크 민중을 비롯한 이슬람 세계에 대해서는 차분한 마음으로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더러운 침공을 자행한 미국의 전쟁광들에게 손가락질을 할지언정 오늘도 고된 하루를 살아가는 이라크 민중에게는 모든 손가락 활짝 펼쳐서 악수를 청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추가 파병 철회를 비롯한 이라크 철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비장하게 추가 파병을 강행하겠다고 선언하며 테러 근절을 외치는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은 실망스럽다. 만약 노무현이 대통령의 자리에 있지 않았다면 분명 파병반대의 목소리를 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은 추가 파병의 의지를 재천명해야 하는 이 누추한 모습에 서글플 따름이다.


노 대통령은 미국의 영향력을 무시 못할 경제 문제, 북핵 문제 등을 염두에 두고 국익의 개념을 빌려 파병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그 자신이 명분 없고 더러운 전쟁에 발을 담근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지를 잘 알 것이다. 그의 궁색한 변명을 접할 때 지지자로서 당혹스럽다. 변명할 가치가 없는 사안을 갖은 미사여구를 동원해서 방어하는 모습은 정말 추잡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함께 그 추잡함을 뒤집어쓰고 싶다.


물론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고뇌를 모르는 바 아니다. 그네들이 정서적으로는 파병에 반대하면서도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집권여당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기 위한 방도를 모색하려는 노력도 모르는 바 아니다. 기실 미국과의 관계 악화로 인한 후폭풍이 무엇인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경제 침체와 안보 불안 같은 상황을 감내할 만한 여력이 되지 않는다면 그것을 솔직히 시인하는 것도 그네들의 책무다.


차라리 파병철회를 했을 때의 우리가 치를 비용 혹은 손해가 대처하기 곤란할 정도로 부담스럽다고 말하라. 이라크의 평화와 재건이라는 말하는 자신도 믿지 않는 같잖은 논거를 대기보다는 그것으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국민을 진심으로 설득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고 앵무새 같이 했던 이야기나 반복하는 것은 노 대통령의 모습이 아니다. 아무리 부시 일당의 보이지 않은 협박이 강했다고 하더라도 자국민의 생명을 제대로 챙기지 못해 우리 국민들의 상처 입은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는 진심 어린 설득 과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미국에 영혼까지 갖다 바친 일부 기득권 세력들을 제외하고서 국민 중에 누가 가뿐 마음으로 파병을 찬성하겠는가. 우리의 이 고통의 열매를 가진 자들이 따먹는 광경을 왜 생각 못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병 문제에 자유롭지 못한 약소국의 설움에 다시금 몸서리를 친다. 익구는 전쟁에 반대하므로 대한민국의 파병에도 반대한다. 대통령과 우리당의 고충을 이해하지만 이미 감정적, 논리적 파산 선고를 받은 이라크 사태에 개입하는 것이 어리석은 짓이라고 본다. 국민여론을 수렴하고 국회 차원의 논의를 통해 좀 더 신중하게 추가 파병을 검토했으면 한다.


아 정말 비통하다. 불가에서 말하는 윤회를 믿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이런 비루한 인생은 딱 한 번으로 족하기 때문이다. 신이 있다면 저 전쟁에 미친놈들에게 한줄기 벼락을 내려주시라. 익구가 신을 믿지 않는 이유가 있다면 이 더러운 광경을 목도하면서도 침묵하는 자에게 어찌 내 영혼을 굽힐 수 있단 말인가. 그런 신이라면 부시나 실컷 믿으라고 해라! 끝으로 미국의 개 노릇을 해야하는 대한민국의 초라한 몰골에 다함께 슬퍼하되 서로 너무 헐뜯지 말았으면 한다. 잠시라도 서로를 위무하며 이 아픔을 함께 나눴으면 한다. - [憂弱]
Posted by 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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