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구는 여름학기 경영전략 강의를 무사히 마쳤다. 함께 듣기로 한 친구가 집에서 수강료 지급 거절이 되는 바람에 엉겁결에 혼자 듣게 되었으나 다행히 아는 선배님들이 꽤 있어서 외롭지 않은 계절학기가 될 수 있었다. 너무 짧아서 그야말로 꿈결같이 지나가 버린 듯한 여름학기였지만 나름대로 많은 것을 배우고 고민할 수 있었다. 단순히 교과서적 지식을 배웠다기 보다는 삶의 지혜들을 배울 수 있었다며 높은 평가를 내렸다.


강의를 통해서 [Built to Last], [Good to Great], [성공기업의 딜레마] 세 권의 책을 읽었는데 모두 좋은 화두를 제시해주었다. 앞의 두 권의 책은 서로 연관관계가 많은데 일독을 권할만하다. 두 책에서 특히 익구 마음에 울린 개념들 몇 개를 소개하고 약간의 코멘트를 달아봤다.


[Built to Last](‘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으로 번역)

<시간을 알려 주지 말고 시계를 만들어 주어라>
뛰어난 아이디어를 가졌거나 카리스마적인 지도자가 되는 것이 ‘시간을 알려주는 것’이라면, 한 개인의 일생이나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을 훨씬 뛰어넘어 오랫동안 번창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드는 것은 ‘시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비전 기업들은 한 가지 뛰어난 아이디어로 일시적인 시장을 노리거나 한창 성장기에 있는 제품의 흐름에 편승하기보다는 마치 영원히 시간을 가르쳐줄 수 있는 시계를 만드는 것처럼 조직을 건설하는 데 주력한다.
비전 기업들의 성공 비결이 단지 어떤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었기 때문이거나 강력한 권위를 갖고 명쾌하게 의사 결정을 내리는 카리스마적인 지도자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조직 내에 정착되어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과 그 역동성에 근거하고 있다. 따라서 경영자는 기업의 특정 제품에만 몰입하거나 개인적인 차원의 카리스마적인 지도력에 집착하지 말고, 비전 기업 자체의 개성을 건설한다는 조직적 안목과 시각을 가져야 한다.

-> 참 괜찮은 비유다. 조바심이 나서 시간을 알려주고 얼른 시간에 맞게 일을 하라고 보채기 십상이지만 진득하니 기다리며 시계를 만들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시계는 시스템과 비슷한 의미를 갖는다. 체계적이면서 유연한 시스템은 일개인의 능력의 출중함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아니면’에서 벗어나 ‘그리고’를 맞아들여라>
A 아니면 B라는 흑백논리를 버려야 한다. 가령 가치를 추구하는 이상주의 ‘아니면’ 이익을 추구하는 실리주의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둘 다 취할 수 있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의 균형은 단순한 균형이 아니다. 비전 기업들은 이상과 이익의 중간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높은 이상과 높은 이익을 동시에 추구했다.

-> 이것이냐, 저것이냐를 외쳤던 키에르케고르식 양자택일의 논리에 함몰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도올 선생 말씀대로 깊으면 깊어질수록 인간은 넓어지게 마련이고, 넓으면 넓어질수록 인간은 깊어지게 마련이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참으로 깊은 것이 아니며, 그것은 참으로 넓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다면적일 수 있고, 다면적이어야 한다.

<실용적 이상주의>
비전 기업 발전 단계의 중요한 요소인 핵심 기업 이념의 존재라는 공통점 속에서 우리는 대부분의 비전 기업에서 주요 목표나 동인으로 ‘이익의 극대화’나 ‘주주의 부의 극대화’라는 개념을 찾아볼 수 없었다. 비전 기업들은 각 기업에 따른 목표들을 추구하고 있었으며 돈은 그 목표들 중 하나였을 뿐이다. 많은 비전 기업들은 기업 자체를 경제적 활동보다 의미있게 생각했으며,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 이상의 의미를 부여했다. 대부분의 비전 기업 역사를 살펴보면 단순한 경제적 의미를 뛰어넘는 핵심 이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비전 기업이 비교 기업에 대해 상당히 강한 핵심 이념을 지녀 왔다는 사실이다.

-> 이 책에서 이익의 극대화를 너무 경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성공한 기업들의 입에 발린 소리를 너무 띄워주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다. 기업은 주주 부의 극대화를 꾀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사회적 책임이다. 많은 좋은 핵심 이념들이 있겠지만 이윤 추구는 기업에서 빠지기 힘든 핵심 이념이다. 이걸 부인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윤 추구는 당연히 기업의 핵심 이념이고 이에 부연하여 다른 핵심 이념을 함께 추구할 수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메르크가 “의약품은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고, 이익 자체는 부수적임을 기억하는 한 이익은 저절로 따라다닌다. 이러한 점을 잘 명심할수록 이익은 더욱 커졌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네들이 성공했기 때문에 그런 말을 주절거릴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쫄딱 망했는데도 이익이 부수적이라고 외친다면 아마 비웃음만 샀을 것이다. 이것이 경영학에서 자주 발견되는 결과 위주의 사고라는 것인가.^^;
여하간 비전 기업은 메르크처럼 고귀한 경영 이념과 실용적인 자기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여 왔고 이를 실용적 이상주의라고 명명한다. 나는 이상주의자를 자처하지만 나의 이상은 현실과 타협해서 제 모습을 거의 다 깎아먹기 일쑤다. 고심 끝에 ‘이상실현주의자’라는 억지 수식어구를 만들기까지 했다. 실용적 이상주의는 작은 이상이라도 실현하기 위해 현실감각을 기르는 데 노력하는 나의 이상실현주의의 다른 이름 같았다.

<핵심을 보존하고 발전을 자극하라>
비전 기업은 핵심 이념에 철저하면서도 동시에 발전을 추구한다. 비전 기업의 핵심 이념은 핵심 이념에 해당하지 않는 다른 부분에 대해 변화와 발전을 촉진하고자 하는 진보를 향한 끝없는 열정과 함께 작동한다. 핵심 이념과 발전을 향한 열정은 마치 중국 이원론 철학의 음양같이 비전 기업 내에 동시에 존재한다. 서로가 서로를 가능하게 하고 보완하며 강화하는 것이다.
핵심 이념은 발전 자체를 가능하게 한다. 왜냐하면 비전 기업이 진화하고 실험하고 변화하는 데 기반이 되는 지속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핵심을 명확히 함으로써 기업은 좀더 쉽게 핵심이 아닌 모든 것들에 대해 변화와 발전을 추구할 수 있다. 한편, 발전을 향한 열정은 핵심 이념을 가능하게 한다. 왜냐하면 계속적인 변화와 전진이 없다면 핵심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라도 결국 변화하는 세계에 뒤처질 것이며, 활력을 잃고 사멸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핵심 이념이나 발전을 향한 열정의 뿌리는 보통 특정 개인들에서 비롯되지만, 비전 기업은 그것들을 조직의 모든 계층에 엮어 제도화한다.

-> AND의 정신을 바탕으로 한 하나의 표어이다. 너무 지당하신 말씀이라 남은 건 실천의 문제다. 지켜야할 것을 지키면서 바꿔야할 것을 바꾸는 것은 참 어려운 과제다.


[Good to Great](‘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로 번역)

<단계5의 리더>
좋은 회사에서 위대한 회사로 도약한 기업들은 중대한 전환기에 예외 없이 단계 5의 리더십을 갖추고 있었다. ‘5단계’란 경영자가 갖추고 있는 능력의 다섯 단계 계층구조를 말하는데, 그중 5단계가 맨 위다.
단계1 - 능력이 뛰어난 개인으로 재능과 지식, 기술, 좋은 작업습관으로 생산적인 기여를 한다.
단계2 - 합심하는 팀원으로 집단의 목표 달성을 위해 개인의 능력들을 바치며 구성된 집단에서 다른 사람들과 효율적으로 일한다.
단계3 - 역량 있는 관리자로 이미 결정된 목표를 효율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람과 자원을 조직한다.
단계4 - 유능한 리더로 저항할 수 없는 분명한 비전에 대한 책임의식을 촉구하고 그것을 정력적으로 추구하게 하며, 보다 높은 성취기준을 자극한다.
단계5 - 개인적 겸양과 직업적 의지를 역설적으로 융합하여 지속적인 큰 성과를 일구어 낸다.
단계5의 리더는 이중성의 연구다. 겸손하면서도 의지가 굳고, 변변찮아 보이면서도 두려움이 없는 이중성이다. 그들은 개인적인 극도의 겸양과 직업적인 강렬한 의지를 융합한 개인들이다. 단계5의 리더들은 자신의 자아 욕구를 자기 자신한테서 떼어 내 큰 회사를 세우는 보다 큰 목표를 돌린다. 그들은 분명히 야망이 있지만, 그 야망을 자기 자신이 아니라 회사에 우선적으로 바친다.  

-> 나는 기껏해야 단계 3, 4나마 구축해보려고 헤매였던 것 같다. 단계5의 리더는 자신의 야망을 회사에 바친다고 하는데 과연 나의 개인주의 미감에 얼마나 맞아 들어갈 것인지 애매하다. 단계5의 리더들은 성공할 때에는 행운 같은 자기 자신 외의 요인들에 성공을 돌리며, 실패할 때에는 자책하면서 다른 사람들이나 외부 요인들, 불운을 원망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정도라면야 어떻게 해볼 자신이 있지만 그 이상은 곤란하지 않을까.^^;

<스톡데일 패러독스>
좋은 회사를 위대한 회사로 이끄는 핵심 심리는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이다. 이는 결국에는 성공할 수 있고 성공할 거라는 절대적인 믿음을 잃지 않으면서, 동시에 눈앞에 닥친 현실 속의 가장 냉혹한 사실들을 직시하라는 것이다.

-> 스톡데일 패러독스 비참한 역경 속에서도 웃어 보일 수 있는 넉넉한 영혼이 되라는 것이다. 정직하게 절망하고 냉철하게 희망할 줄 사람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설령 운이 아주 좋아서 내가 이겨봤자 피로스의 승리(Pyrrhic Victory)가 될 뿐이기 때문이다.

<고슴도치 컨셉>
고슴도치 컨셉은 다음 세 가지 원이 겹치는 부분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나온 단순 명쾌한 개념이다.
① 당신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일
② 당신의 경제 엔진을 움직이는 것(수익성을 창출하는 일)
③ 당신이 깊은 열정을 가진 일.
완전히 성숙한 고슴도치 컨셉을 가지려면 세 개의 원이 모두 있어야 한다. 어느 하나가 빠진다면 위대한 회사로 도약하지 못한다.

-> 이것은 비단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에게도 적용된다. 이 세원의 교집합을 구해서 추구한다면 유의미한 성취를 일구어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아직 장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했는데 고슴도치 컨셉을 적용해서 조금 지향점을 잡아봐야겠다.


이 밖에도 선생님께서는 주옥같은 개념들을 선사해주셨다. 익구가 가장 찔린 것은 못난 경영자가 인센티브와 패널티만 이용하려한다는 대목이다. 익구가 경영대 다섯 개 반을 통솔할 때 주로 사용하는 것이 인센티브와 패널티였기 때문이다. 익구는 가장 손쉽게 효과를 볼 수 있다보니 자기도 모르게 거기에 기댔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또한 재미나게 들은 것이 GE의 잭 웰치가 20년 재임기간 중에 퇴임 9년 전부터 후임자를 고민했다는 사실이다. 익구의 학생회장 임기는 11월 중순쯤에 끝날 텐데 가을학기 개강을 하자마자 차기 이월준비와 다음 학생회장을 후보자들을 고민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벌써부터 이런 고민한다고 어느 선배님께서는 익구를 ‘최웰치’라고 불러주시기도 했다.^^;


다음으로 축적을 하기 위해 희생을 해야 한다, 경쟁의 장점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경쟁을 회피하게 된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만든다, 납득되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움직여서 터득해야 한다, 핵심역량이 핵심경직성이 되지 않게 해야 한다, 좋은 경영자는 위기를 잘 구축해야 한다 등등이 있었다. 위기와 조직변화의 효율성 대목에서는 위기는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며, 최고경영자의 위기를 조직구성원의 위기로 하향시키지 못하면 변화에 실패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적절한 위기를 넘어서 완전 공갈협박 수준의 윽박으로 공포의 도가니로 밀어 넣는 것은 삼가야겠지만 말이다. 이러한 많은 좋은 가르침들이 익구에게 알알이 다가왔다.


학생회 일꾼 3년차로 살다보니 어떤 조직이나 시스템을 많이 겪어본 익구로서는 경영전략 강의에서 많은 유용한 개념들을 습득할 수 있었다. 또한 모든 학문이 그렇지만 경영학도는 경영 이외의 다방면의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이번 강의를 통해 깨달았다. 익구는 다른 분야에 관심이 없는 외곬이 되어서는 편협한 테크니션밖에 되지 못한다며, 교양도 열심히 쌓고 전공에도 충실하도록 노력할 것임을 밝혔다. - [憂弱]

Posted by 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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