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미뤄져왔던 익구방 정리가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여기저기 쌓여있는 서류 뭉치들 정리가 한창이다. 이것저것 모으기 좋아하는 익구의 수집벽을 방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뭐 하나 잘 못 버리는 성격 탓에 온갖 잡동사니가 가득해서 1박 2일 동안에 말끔히 정리가 될지 의문이다. 아마 중랑구로 이사올 때나, 쓰레기 종량제 전면 시행 하루 전날의 대규모 정리에 맞먹는 작업이 될 듯 싶다.


이번 대정리 기간에 두 번 다시 볼 일이 없는 것들은 과감하게 폐기 처분하거나 이면지 활용을 하기로 결정했다. 대학 이후의 서류들도 상당하지만 그 이전 시절의 잡동사니들도 어마어마했다. 나중에 고등학교 전과목 선생님 할 것도 아니면서 각종 과목의 수업 자료들이 즐비하게 널려 있었다.^^; 또한 대학에 들어와 무지막지하게 뽑았던 이런저런 강의 자료와 참고 자료들, 학생회 일꾼 시절의 문서들도 공해 수준이었다.


방 구석구석에 여기저기 들어서 있는 서류들을 정리하면서 이번만큼은 확실히 버릴 것을 결심했다. 따져보면 종이 한 장 어느 하나 의미 없는 것이 없지만 방안에 꼭 쳐 박아 둬야만 그것이 계속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채우려는 욕심이 지나쳐 내 자신에게 주어진 자그마한 공간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라는 반성을 해봤다.


분명 덜어낸 만큼 또 채우겠지만 과감히 버릴 줄 알아야 진실로 채울 수 있을 것이다. 미련과 집착을 덜어내고 산뜻함과 담박함으로 채워나가야 한다. 한없이 살찐 방의 기름기를 제거하는 일은 내 마음의 때를 벗겨내는 일이기도 하다. “사람을 잘 쓸 줄도 알아야 하지만 잘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마키아벨리의 말은 사람보다는 일단 서류 뭉치들에게 먼저 적용해야할 판이다.^^;


이번 정리를 하면서 고등학교 시절까지 틈틈이 해왔던 신문 스크랩 뭉치들도 대폭 정리할 것 같다. 어지간한 문서들은 거의 이면지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아마 어린 시절 레고 장난감, 초등학교 일기장이나 중학교 몇몇 공책들, 고등학교 교과서 몇 권은 이번 구조조정의 칼날을 아슬아슬하게 빗겨나가겠지만 침대 밑 어둠 속을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다. 서류 정리가 얼추 끝나면 흉물스럽게 쌓아놓은 책들도 아름다운 가게 등을 통해 처분할 예정이다.


방만했던 지난날들이 베여나가고 있다. 황량함이 느낄 정도까지 정리를 한 뒤에 깨끗이 비워진 책상 위에 앉아 그간 읽지 않고 처박힌 책들을 꺼내어 상쾌하게 읽어 내려갈 계획이다. - [憂弱]
Posted by 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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