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둘지 말고 쉬지 말고

잡록 2003. 7. 19. 08:13 |
"글의 가치에 대한 믿음이 지나칠 때 그것은 미신이 된다. 즉 글이 세상을 바꾼다는 생각은 위험한 미신일 수 있다. 그것은 따지고 보면 행동하지 않는 지식인이나 글쟁이들이 만들어내는 미신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기본적으로 폭력의 원리가 관철되어 있으며 글로써 사회가 변할만큼 이 사회는 아직 신사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않다. … '진보적' 글쟁이들의 글이란 '금 안에서만 노는' 글이다. 이성이 폭력적 구조의 벽에 부딪치는 지점부터는 어쩔 수 없이 '입'이 아닌 '근육'이 현실의 어둠을 뚫고 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 사실을 망각하는 모든 글쓰기는 미망에 지나지 않는다."


[서준식의 생각]이라는 책의 머리말에 담긴 글입니다.
그저 잡글 정도 즐기는 일개 네티즌에 지나지 않는 저이지만...
진보를 머금은 글들에 설레는 저에게도 날카로운 이야기입니다.

두 번을 생각해봐도 저는 활동가적 기질을 갖춘 사람은 아닙니다.

쓰는 것, 말하는 것들에 비해 늘 몸이 늦게 움직이며...
움직여야할 시점에 한 번 더 생각하느라 기회를 놓치기 일쑤입니다.

사회 모순의 일선에서 투쟁하는 ‘거시 혁명’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자기 주위 사람들이나마 충실히 설득하고
자기 자신 하나 온전히 변화시키는...
‘미시 혁명’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입니다.
어제오늘의 경험이 비추어 보아도 거시 혁명을 수행할 전사보다는...
미시 혁명을 수행할 소박한 사람들이 더 많을 겁니다.

세상은 선량한 보통 사람의 소극적 도덕으로 일구어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저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에서 자신의 자유를 추구하는 마음...
자기와 다르다고 함부로 무시하거나 배척하지 않는 마음...
개인성과 더불어 사회성도 고려하는 균형 잡힌 마음...
이런 것들이 세상을 소리 없이 바꾼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 때의 진보에 대한 격정과 열정으로 불타다가
어느덧 싸늘히 식어 과거의 낭만이나 들이대며 살고 싶지 않습니다.
차갑게 타오르는 불이 쉽게 식지 않는 법이라고 했습니다.
미지근하겠지만 조그만 나아감을 품으며 평생을 꿈꾸고 싶습니다.
설령 거기까지가 제 한계라면 기꺼이 받아드리겠습니다.

저의 작은 이상, 작은 진보를 실현하기 위해
서두르지 않겠습니다.
쉬지도 않겠습니다. 6(^.^)9

--- 아침 비를 바라보며 오랜만에 이런저런 반성을 하면서 (2003/04/21)
Posted by 익구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