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도 헌내기다. 새내기 시절을 제대로 못 보내기는 했다만 물리적인 위치상 헌내기임에는 분명하다. 고등학교 때 교지편집부 하면서 후배들 몇 몇에게 선배소리, 오빠, 형소리 들었지만 03학번들에게 선배소리 듣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이다.^^


권력을 마다할 사람 없고, 자기 따르는 사람 생기는 거 싫어할 사람 없겠다만 그래도 내가 누군가보다 높은 위치에 선다는 것은 설레면서도 두려운 일이다. 누군가보다 물리적 위치상으로나마 우월하다는 것은 행복한 만큼의 책임감을 수반하는 일이다.


03학번들이 많이들 모여서 놀고, 재미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부러운 마음이 앞선다. 대학 새내기 시절에는 노는 것이 본업이라고들 하지만 제대로 놀아보지도 못한 헌내기의 만시지탄인지도 모른다.


좀 더 많은 후배들을 알고 싶고, 끊임없이 후배들이 어떻게 지내나 묻고 싶다. 선배 대접을 받아보기 위한 술책이라기보다는 덧없이 흘러간 새내기 시절에 대한 보상심리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앞으로 한 두 살 먹어 가면서 선배, 오빠, 형 소리를 들을 위치에 놓일 데가 더 많아질 것이다. (물론 그 역의 경우로 나의 손윗사람들도 많아지겠지만 논외로 치도록 하자) 그럴 때 나는 이른 바 ‘나이 값’을 할 수 있을까?


나이가 많은 사람이 반드시 더 지혜로운 것도 아니요, 어린 사람이 꼭 무지의 온상이 되는 것을 아니다. 나이 값은 그런 개념이 아니라, 물리적 위치상으로나마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태에서 보여주는 책임감을 말한다.


한 마디를 할 때도 더욱 진솔하고 신중하게 해내는 태도를 가질 수 있을지 두렵다. 누군가를 섬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누군가를 부린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대개의 사람들이 남을 부려먹지 못해 안달이지만, 그 일만큼 무거운 것도 없다.


여동생이 있다보니, 상대적으로 오빠 소리는 많이 들었다. 여기서도 얕은 경제학의 지식이 발동하는지, 희소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은 형 소리에 나는 더욱 기쁘고 한 편으로는 떨린다.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도 누군가에게 좋은 형이 될 수 있을까?


이 사람이라면 정말 형으로 모시고 싶다라는 진정한 마음이 우러나올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어린왕자에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고 했다. 사람의 마음을 얻고 싶다는 생각 간절하다. 6(^.^)9 (2003/05/10)
Posted by 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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