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 국사선생님의 말씀

잡록 2003. 7. 21. 01:28 |

잊힌다는 것은 때로는 홀가분하지만 대개는 슬픈 일인 것 같다.

중학교 3학년 때 국사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이 생각난다.
“아마 세월이 지나면 익구 같은 학생들은 잊히겠지만...
말썽부리고 속 썩이던 학생들은 기억이 나게 될 것 같다.” 뭐 이 비슷한 발언이었다.

당시 모범생의 대표주자였던 나를 예로 들어서
어쩌면 인간관계의 묘한 속성을 설파하신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 때는 그 말의 의미를 잘 알지 못했다.

돌아보니 나에 대한 우회적인 조언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란 존재는 기억하기보다는 잊혀지기 쉬운 존재인지도 모른다.
혹은 약간 특이했던 아이라는 희뿌연 이미지정도가 남을지도 모른다.

이제 제법 고등학교 친구들과 ‘잊어감’과 ‘잊힘’이 진행되면서 깨달았다.
누군가의 기억 한 구석을 차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가를...

이제 그토록 우정을 외치던 목소리도 거의 수그러들었다.
앞으로는 고단한 기억과의 싸움이 이어질 것 같다.

너무 아쉬워하지 말자. 자꾸 끄집어내려 하지 말자.
지난날의 한계를 바로 보고 덧칠을 하려고 하지 말자.
혀를 깨물고 눈물이 찔끔 나도 지난 것에 너무 서러워말자.

누군가의 기억 속에 실존하고 싶다는 것은...
내가 먼저 진정함과 성실함으로 대하겠다는 의지다.
딛고 있는 자리에 부끄럽지 않게 노력하고, 또 행복해야겠다.

다시금 물어보자.
그 때 국사선생님이 내게 전하려는 화두는 무엇이었을까?
답은 뻔한 것 같아도, 애써 외면해본다. 6(^.^)9 (2003/05/30)

Posted by 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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