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2월 어느 날에 자유기업원 주최로 열린 ‘자유주의 정책 제안’ 세미나를 다녀오고 나서 쓴 글이다. 지금 보니 죄다 유시민 선생의 글조각들을 정리한 흔적이 역력하지만 최초의 세미나 후기라서 염치 무릅쓰고 올려본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제는 기업이 정부보다 우선하는 시대라고 외치고 있다. 천박한 자본주의의 때를 아직 벗지 못한 시장만능주의자들과의 대립각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그네들과 토론하기 위해서라도 경제에 대해 배우고 느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유주의 정책 제안 세미나 후기]

  지난 세미나는 여러 주제가 짤막짤막하게 이어졌지만 나름대로 유익한 내용들이었습니다. 대체적인 논조들이 국가의 권력을 낮추자는 것이었습니다. 좋은 말씀들이 많았지만.... ‘시장은 선이요, 국가는 악’이라는 식의 논리가 대체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그런 쪽으로 많이 느껴졌습니다) 저는 시장의 효율성을 믿는다고 해서 반드시 국가의 극소화를 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위적 질서’인 국가가 그런 것처럼 ‘자생적 질서’인 시장 역시 완전무결한 존재는 아니기 때문이죠.


  결국 시장과 국가는 서로 대립하면서 의존하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시장의 실패니 어쩌니 하면서 규제를 만들어 권력의 극대화를 꾀하는 것을 비판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충분히 경청할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저 시장에 맡기면 될 것이라면서 국가의 모든 시도를 비난하는 ‘광신적 시장론자’들은 사절입니다.^^; 물론 있는 제도도 잘 운영하지도 못하면서 이것저것 만드는 폐단도 분명 존재하겠지요. 그러나 있는 것을 잘 운영하는 것과 더불어 충분히 행해질 수 있는 새로운 시도들을 너무 악의적으로 해석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요즘에 재벌 개혁에 대한 논의가 참 분분한 것으로 아는데...  편법상속과 부당내부거래 근절, 책임경영과 무능총수 퇴진, 소액주주권강화 등의 개혁정책이 실질적으로 집행한다면 기존의 재벌체제가 그대로 살아남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그건 두려워해야 할 일이 아니라 환영할 일이 아닌가 생각도 됩니다. 여하간 제 개인적인 소견은 우리나라의 기업이 국민들에게 사랑 받을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맨날 국가권력만 탓할 것이 아니라 자기 내부의 문제점들을 성찰하고 고쳐나가려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국민들이 언제까지 “재벌놈들은 죄다 악한 것들이야”라고 말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자유주의자는 모든 종류의 권력 집중에 반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국가권력도 경계해야겠지만 재벌 같은 민간 경제권력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유주의자를 자처하는 분 들 중에서는 경제에 치우친 자유주의자가 참 많은 것 같습니다. 경제적 자유는 그렇게 열심히 옹호하면서도... 다른 분야의 자유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무관심해보이는 모습들을 접할 때 참 난감합니다. 하긴 진정한 자유주의자는 양쪽에서 욕먹기가 십상이겠죠. 어느 한 편도 안 드는 박쥐같은 녀석 같아서 오히려 더 얄미움을 살지도 모르겠습니다.


  얕은 지식으로 주절거려 봤습니다. 인식의 박약함에 대한 질책은 얼마든지 받겠습니다. 어수선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건 제가 늘 입버릇처럼 말하는 건데... 머리를 맞대면 지혜가 보입니다. 6(^.^)9


덧붙이며...
자유기업원은 결국 전경련을 위시한 대기업들의 이익단체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들의 이익 추구는 정당한 권리이고 자기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정치적 제스추어를 취하는 것도 그네들의 자유다. 자신들의 이론을 적극적으로 설파하려는 그들의 노력까지 폄하할 생각은 없다. 뭐 경청할 점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들이 공평한 논쟁을 하기보다는 현재 있는 기득권을 이용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데서 문제가 생긴다. 기업의 자유만을 논하고 사상의 자유나 노동자의 자유를 외면하는 이들을 진짜 자유주의자로 규정할 수 없음은, 적어도 자유에는 계급이나 구분이 있을 수 없다고 믿는 날라리 우파의 최소한의 지각이다.

Posted by 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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