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을 논하다

잡록 2003. 8. 1. 03:32 |
(강준만에 대한 나의 생각을 말해보라는 친구의 질문에 졸린 눈 부비며 주절거렸던 글... 큰 인물을 논하기에는 너무 모자르다. 조속한 업데이트 요망이다.^^;)

하도 컴 앞에서 노닥거리다가 이제 좀 들어가 쉬려는 찰나... 강준만 교수에 대해 물어오는 너의 글을 발견하고 다시 마음을 다잡고 자판을 두들길 수밖에 없었다.^^


글쎄... 너가 말했듯이 한 인물에 대한 평가는 결국 주관적일 수밖에 없지. 안그래도 편파적인 인간인 내가 바라보는 강준만 교수는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겠지...^^


일단 강준만 교수하면 [인물과 사상]이라는 1인 잡지로 유명하신 분이지. [인물과 사상]을 창간하며 이런 말을 남겼다네...


“우리는 기록과 평가의 문화에 인색하다. 특히 인물의 경유에 그러하다. 자신을 희생해가면서 공익을 추구한 사람도 위선과 기만과 변절을 범한 사람의 과거도 우리는 너무 쉽게 잊는다. 그래선 안 된다. 보상과 문책에 철저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공익을 생각하고 기회주의적 처신을 두렵게 여긴다.”- 강준만, [인물과 사상] 1권 표지안쪽


보상과 문책에 철저해져야 한다는 강준만의 문제 제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겠지... [인물과 사상]의 문제제기 중에서 소위 말하는 대박이 터진 것은 아무래도 ‘안티조선’일 듯... 한국사회가 침묵하던 언론의 문제를 가장 앞장서서 제기하며 불관용이 주특기인 신문인 조선일보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는 아마도 우리 언론사에 길이 남을 업적이 아닐까 생각해.


내가 그를 좋아하는 것은 나에게서는 찾기 힘든 화끈한 독설이 시원하기도 하거니와...(나란 놈은 늘 치졸한 자기검열로 말미암아 할 말 가려하기 일쑤이니깐...) 무엇보다도 중립성의 허울을 벗어 던지고 ‘실명 비판’으로 우리 사회 지도층의 봐주기 풍토를 비판하며, 토론의 마당을 펼치려고 노력한다는 점일세. 그의 말을 좀 들어보자면...


“튀는 두더지는 방망이로 찍어누르고 모난 돌은 정으로 때려야만 직성이 풀린다. 둥글게 둥글게, 그게 인간의 조건이다. 집단주의에 중독된 사람들은 홀로 된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그들은 자율적 판단능력을 발휘하려 하기보다는 연고집단에 적극 참여하거나 ‘대세’라고 판단되는 흐름에 무조건 동참하는 데에서 삶의 의미와 보람을 찾는다”


아마 강준만도 어지간히 튀는 인간인 건 사실인 것 같다네. 그래서인지 몰라도 아웃사이더와 비주류, 약자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하는 비판을 하는 모습을 많이 발견하게 되고... (이 말에 동의하지 않을 분들도 많겠지만...) 집단주의를 혐오하고 학연, 지연 같은 것들의 침묵의 카르텔을 부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고. 강준만 같은 개성적 인간이 전체주의 문화에서 살기는 이래저래 불편하겠지...^^


마당발 정신, 둥글게 둥글게 주의, 화기애애 이데올로기에 대한 강준만의 공격을 보면서 이 분의 탁월한 의제설정 능력에 감복한 점이 많지. 초심을 잃지 않고 매서운 비판의 끈을 놓지 않는 그의 모습을 보며 많은 이들의 그의 한계점을 지적한다고 해도, 여전히 그의 존재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역설하지 않을 수 없구나.


“독립은 고립이 아니다. 인간은 빵만으로 사는 게 아니다. 가치를 지향한다. 그래서 독립된 사람들끼리의 연대는 의외로 무서운 것이다. 서로 술 한 번 같이 마신 적 없고 얼굴 한 번 본 적 없고 전화 한 통 한 적 없어도 같은 뜻을 나누고 힘을 모을 수 있다. 그래서 독립은 고독도 아니다. 고독하다면 그건 책임의 고독이다. 우리는 책임을 위해선 각자 좀 더 고독해져야 한다.”- 강준만, [인물과 사상] 9권 - 12쪽


독립된 사람들끼리의 연대... 익구를 흔들었던 개념이로세...^^ 노사모가 추구한 ‘각성된 개인들의 느슨한 연대’와 비슷한 의미를 가지는 이 연대의 개념은 익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지. 하여간 강준만 교수가 던진 화두 중에서 익구가 수입한 것이 꽤 많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그 분의 글들이 익구가 ‘정치적 인간’으로 살게 된 것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지. 내가 할 말은 여기까지고... 나머지는 너가 강준만 교수의 글을 읽어가면서 느껴보시라.


끝으로 강준만 교수의 팔뚝이 더 굵어지고, 띠꺼운 생각들을 더 많이 쏟아내시기를 바란다. 6(^.^)9


추신 - 정혜신 선생이 쓰고 개마고원에서 펴 낸 [남자 VS 남자]라는 책을 읽어보시길... 강준만 교수에 대한 분석도 잘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인간들을 만나볼 수 있는 재미난 책이니까.
Posted by 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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