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

잡록 2003. 9. 27. 03:45 |
고등학교 동호회 게시판에 한 친구가 “우리모두 어른이 되어간다”는 짤막한 글을 남겼다. 이 말에 영 기분이 찜찜한 것은 요즘 들어 부쩍 늙어간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리라. 다른 한 친구는 대학물이라는 것이 신기하게도 사람을 폭삭 늙게 만든다고 말했다. 물론 세월은 쉴새없이 가다보니 절대 느리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생각만큼 그렇게 빠르지도 않는 것 같다. 지난날만큼은 아니더라도 가슴이 뛰는 삶을 지킬 수 있다면, 함부로 늙은척하지 않는다면 적당히 늙어가며 서서히 어른이 되리라 믿는다. 곱게 그리고 멋있게 늙고 싶다. 세월만 간다고 앵앵거리지만 말고 알차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상의 바지런함으로 맞설 수 있기를.^^


익구어린이에서 좀 어른스러워졌다는 것을 느꼈을 때... 즉 ‘익구청년’으로 등급상승 되었을 때는 아마도 ‘세상 욕하기는 쉬워도 티끌만큼 바꾸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서 몸서리쳤던 순간부터였던 것 같다. (지금 목표는 일단 세련되게 욕하는 것이라도 하자는 것이다만...^^;) 대충 살기도 힘든 세상이라는데, 욕심부려가며 꿈도 이뤄가며 생각한대로 살아가기란 너무 어렵다. 어느 정도 물들고 타협해서 살다가도 마지막에 양보 못할 부분에서는 “No”라고 외치며 돌아설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을지도 늘 두려운 물음이다. 오늘도 “스스로 반성해서 정직하다면 천만인이 가로막더라도 나는 갈 것이다(自反而縮 雖千萬人 吾往矣).”는 맹자 구절을 주술처럼 외워본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확실한 감정 한가지가 “세상은 생각보다 더 더럽다”는 것이다. 이 더러운 세상에서 난 어떤 위치에서 무슨 주장을 하며 살아갈지 아직도 헤매고 있다. 이 헤맴의 끝이 없다는 것은 내 앞에 놓인 무지막지한 자유의 숙명이다. 이 자유가 설령 나를 필연적으로 고독하게 만들어 준다고 해도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할 수 없는 것은 약간의 울타리로 인해 주어지는 속박에 걸릴 때의 기분 나쁨이 더욱 싫기 때문이다. 자유가 일견 엄청난 비용을 치르는 것 같지만, 실상 가장 효율적인 길이라고 생각한다. 내 스스로가 생각 없는 똘마니가 아니라고 믿는다면, 내가 앓아가며 고민해서 선택하는 자유를 누리고 그에 대한 책임을 기꺼이 지는 외로움을 뼛속까지 스며들게 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 뼛속에 맴도는 한기를 달래기 위해 사람을 찾고, 술을 찾고들 하는 것이겠지... 6(^.^)9
Posted by 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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