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주의자 익구?

사회 2003. 11. 14. 01:31 |
요즘 드는 생각이지만 나는 자꾸만 ‘의회 민주주의’에 기우는 듯하다. 내가 속한 조촐한 학회 세미나에서 박정희 향수라는 이슈가 불거져 나왔는데 나는 의회권력의 교체를 통해 그 시절 잔당들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말끔한 역사청산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권력자들에게 자기 개혁을 맡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 그 보다는 시민단체 같은 곳에서의 노력을 중시하는 입장들이 있었다.


나는 누구도 한 표 이상의 권리를 가질 수 없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가장 합당하고 뒤탈 없는 방법이 의회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선거에서의 표심으로 결판날 것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비록 지역구도나 일부 편파적 언론 같은 제약요인들이 많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선출된 권력에 일정기간 지배력을 인정하는 민주주의 사회의 효율성과 편리성을 함부로 폄하할 수 없다는 생각을 밝혔다.


물론 국민들의 여론형성이나 생활정치 측면으로 움직일 수도 있겠지만 다원주의 사회가 심화될수록 이익집단들의 난립도 필연적으로 뒤따를 텐데 과연 시민운동 같은 것들이 얼마나 그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을 저쪽에서 동의하지 않는다면, 내가 관심을 가지고 투자하는 것을 다른 쪽에서는 무심하다면... 우리는 결국 국민 개개인 의사의 총합, 결국은 숫자싸움이지만 그 원칙을 지키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이익집단 중에서도 가장 거대한 이익집단인 정당의 소굴인 국회에 의회주의의 앞날을 맡기는 것이 조금은 불안하기도 하다(아마도 모두 맡길 것 같지는 않고 제 입맛을 찾은 국민들의 꾸준한 째려보기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승복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방식인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물론 전제조건이 있다. 사상의 자유시장을 충분히 보장하고 상도덕을 준수하면서 공정히 경쟁하는 구도가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에구에구 널널할 줄 알았던 의회주의자 되기도 만만치 않다.^^; - [憂弱]
Posted by 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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