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안경을 맞추다

잡록 2004. 2. 28. 01:32 |
지난 21일 토요일에 13개월간 쓰던 은색테의 안경에서 회색의 반무테 안경으로 맞췄다. 세 번이나 압축해야 하는 특수한 경우이다 보니 역시나 안경은 수요일에서나 받을 수 있었다. 반무테를 하고 싶어서 욕심을 부렸는데 반무테를 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엄청난 두께의 렌즈 압박이 생각보다는 심한 것 같다. 테가 있을 경우 렌즈의 두께가 상쇄되는 반면 반무테의 경우는 그것이 안되기 때문이다. 눈이 나쁜 나는 한 번 해보고 싶었던 무테는 안경점의 만류로 영원히 해보지 못할 것 같다.


“사람이 천냥이면 눈이 팔백냥”이라는 속담이 있지만 눈은 인체 장기 중에 신경이 가장 많이 연결된 곳이라고 한다. 12개의 뇌신경 중 제일 굵은 다발이 시신경이며, 1백만~ 1백 20만개의 신경이 모양과 색깔을 구분하게 해준다고 한다. (1998년 11월 15일, 중앙일보 [사람이 천냥이면 눈이 팔백냥] 기사 참조) 게다가 인간이 받아들이는 정보의 90%가 눈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한다. 귀가 5~9%이고, 나머지가 촉각, 미각, 후각 등이다.


그런 면에서 지독하게 눈이 나쁜 편이 나로서는 무척 손해보는 장사를 하고 있다. 밑천의 80% 중 상당수가 날라간 셈이니 말이다.^^; 현재 내 시력은 나도 정확히 알 수가 없다. 통상 쓰는 단위인 디옵터로 -6 디옵터 이상을 고도근시라고 하는데 일단 -8을 넘어서고 있으니 고도근시에다가 짝짝이눈(부등시)에다가 난시까지 있어서 안과에서도 안경을 썼을 때의 시력인 교정시력도 1.0을 맞출 수가 없다고 할 정도니 시력 관련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다. (디옵터는 굴절력의 단위로 보이는 거리<수정체를 조절하지 않은 상태에서 망막에 상을 정확히 맺히게 할 수 있는 물체의 거리>의 역수를 말한다. 가령 -1디옵터는 1M(미터)까지 잘 보이며(1/1M), -10디옵터는 10cm(1/10M)거리까지 잘 보이게 되는 것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첫 시력 검사 때 0.2라는 판정을 받은 후 지속적으로 나빠진 눈은 이제 성장기가 멈춤에 따라 어느 정도 안정되고 있는 추세인 것 같다. 예전에 학교에서 시력검사를 할 때 안경 썼을 때의 시력이라도 높여볼 심산으로 시력 검사판을 외워봤지만, 언제부터인가는 난시의 여파로 막대기 끝이 잘 보이지 않아서 외운 보람이 없게 되어 버렸다. 요즘은 웬만한 시력검사가 기계로 이루어지다 보니 딱히 외우고 말고 할 것도 없지만 말이다.


이 나쁜 눈 덕분에 신검에서도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 사유가 ‘안과질환’이라고 나오던데, 안경만 제대로 쓰고 있으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데도 공익근무를 시키는 것을 보면, 대체 현역 군인들의 생활 중에 안경을 벗어 던지고 활동해야 하는 것이 있기는 있단 말인가? 뭐 주위에 눈 나쁜 사람이야 흔히 찾을 수 있으니 이런 호들갑 떨 것도 없지만 그래도 눈이 나쁜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다.


지난 은테 안경은 어쩌다가 백화점 안경점에서 맞춘 데다가 일제를 쓰게 된 관계로 엄청나게 비싼 값을 치렀다. 안경테도 20만원, 안경알은 20만원이 훨씬 넘어 거의 50만원에 육박하는 금액(48만원 정도로 기억)이었던 것 같다. 이번에는 안경테가 5만원, 안경알은 19만원으로 해서 24만원에 맞췄다. 보통 사람 기준에서는 엄청나게 비싼 안경 값이지만 내 입장에서는 맞추는 내내, 안경테를 괜히 싸구려 맞추는 것은 아닐까, 안경알이 이렇게 쌀 리가 없는데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싸게 맞춘 것이다.^^;


이전 안경에 비해 거의 반값에 맞춘 새 안경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은 좀 더 아름답고 재미난 일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얼마짜리 안경이냐에 신경 쓰기 보다 내 내면을 가꾸는 데 더 치중해서 좀 더 다정하고 편안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 [憂弱]


덧붙이며 - 흔히들 내가 눈이 이렇게 나쁜 것은 책을 많이 봐서라고 덕담 삼아 해준다. 하지만 나는 유전적인 영향으로 기본적으로 눈이 나쁘게 시작했고, 책을 많이 봐서라기보다는 책 읽는 자세가 많이 불량해서라는 것이 더 적절하다. 요즘도 책을 절대 책상 같은데서 못 읽고 침대에 기대어 읽는 게 대부분이니 말이다. 게다가 컴퓨터는 또 얼마나 해대는가...^^;
Posted by 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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