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무지 애지중지하는 나의 온라인 보금자리 익구닷컴의 업데이트가 다시 부실해지기 시작했다. 사실 이래저래 바쁜 일이 있다보면 업데이트 신경 못쓰기는 다반사다. 경제에도 호황기와 불황기가 반복되게 마련이듯이 사람이 하는 글쓰기라고 크게 다를 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업데이트라는 것에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올릴 때 일정 길이 이상의 정돈된 글을 써야한다는 스스로의 제약이 너무 컸던 것은 아닐까. 학기가 시작되고 학과 공부와 학생회 업무 등으로 바쁘다는 핑계로 차분히 앉아있을 시간이 부족했고, 그래서 번번한 잡글을 내어놓기 어려워졌다.


조금은 정갈하게 내 생각을 보이고 싶다는 욕심이 너무나 익숙해진 잡글에 대한 결벽증이 어쩌면 자유롭고 유연한 사고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문자로 된 텍스트에 대한 사랑이 무척 큰 나로서는 알게 모르게 고집을 부렸던 것은 아닐까 싶다. 일상에서의 경험이나 교훈에 대한 꼼꼼한 분석 없이 그저 사실을 담담하게 진술해 내는 것을 나태하다고 생각하고, 내면을 여과 없이 주절주절 늘어놓는 것의 정제되지 않는 조악한 분위기라고 폄하하면서 너무 배격하려고 하지 않았나 반성한다.


요즘 싸이월드가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고, 미니홈피 간의 교류도 무척 활발하다. 나는 싸이월드가 산문정신의 쇠퇴를 가져온다고 호되게 비판해왔다(아무리 봐도 싸이월드는 일정 수준 이상의 긴 글을 쓰기에는 부적절한 구조이다). 하지만 이 정신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세태에 일촌등록으로 오가면서 꼬리라도 달아주고 짧은 방명록 남겨주는 정도의 노력으로 비교적 싼값에 사교비용을 치르는 편리한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부쩍 든다. 물론 앞으로도 싸이족들에게 투항할 일은 없겠지만, 다만 그네들을 내 잣대로 함부로 폄훼하려고 하지는 않았나 부끄럽다. 어쩌면 내 가슴속에는 “저 몇 마디 말조각들을 돌리며 희희덕거리고 있는 모양새란...” 정도로 깔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물론 내가 본받고 싶은 정말 풍성하고 맛깔스런 미니홈피들도 정말 많이 있다).


잡글을 읽고 쓰면서 내가 느낀 것은 나란 녀석이 소통의 욕구가 무척 강하다는 것이다. 나의 잡글 쓰기는 자기만족을 위한 것이면서도 그 누군가와의 끊임없는 교감을 향한 것이다. 그래서 나의 글이 혹시 나만 알아먹는 이야기가 아닐까라는 노파심에 중언부언 부연설명도 많은지 모르겠다(이것이 많은 친구들이 스크롤의 압박을 호소하는 주원인이 된다^^;). 불현듯 느껴지는 글의 무력함이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그 무력감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음과의 동의어가 아니라는 믿음이 있다. 글로써 소통하는 것을 즐기고 글로써 이룩하는 편안함을 사랑하는 잡글예찬론자로 앞으로도 살 것 같다.


자꾸 드는 생각이지만 적극적 의미의 착함이 아닌, 소극적 의미의 착함(혹은 비교적 최소주의의 입장에서 정의한 착함)을 지키기도 무척 힘들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다. 세상만사 일장일단(一長一短) 속에서 어떤 것을 선택해야만 하는 고독,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도 늘 버겁게 다가온다. 이런 무거운 짐들을 잡글로써 감시하고 독려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러한 노력이 나의 독백에서 그치지 않고, 많은 좋은 이들과의 교류에서 더욱 여물었으면 한다. 설령 이런저런 생채기가 날지라도 대화를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자. 미칠 듯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 [憂弱]
Posted by 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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