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심 끝에 싸이 미니홈피를 별장으로 쓰기로 했다. 익구닷컴은 용량의 제한이 있기 때문에 디카를 장만했답시고 사진을 무한대로 올릴 수도 없는 노릇인지라 무언가 사진창고의 역할을 할 곳으로 싸이 미니홈피를 일단 쓰기로 했다. 외부 링크로 연결하는 방법들도 있지만 싸이족 친구들과의 교류도 할 겸 그간 폐가로 나뒀던 싸이 미니홈피의 먼지를 털어 낸 것이다.


미니홈피를 열고서 익구닷컴과의 자기잠식효과를 우려했다. 자기잠식 효과는 기존 브랜드와 확장 브랜드 사이에 대체성이 클수록 커지게 마련이다. 처음에는 대체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미니홈피 사진첩을 폐쇄했지만 최근에는 사진창고 기능을 위해 그마저도 열었다. 익구닷컴이 본디 문자 텍스트를 기반 한만큼 사진첩 열었다고 자기잠식 효과가 크다고 생각지는 않기 때문이다. 세분 시장이 다르기 때문에 굳이 염려할 필요가 없다.


여하간 이만하면 나는 싸이족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내 정이 가지 않기 때문에 그 칭호는 부적절하다. 설령 넓게 봐서 싸이족에 들어간다면 나는 동포(?)들을 위해 다음과 같은 쓴소리를 하고 싶다. 미니홈피가 아무리 긴 글을 쓰기 부적절한 구조라고 해서 게시판을 이용한 글쓰기에 아예 신경을 끄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싸이질을 하면서 긴 글이 점점 더 낯설어지고 짧은 글에 익숙해지는 경향이 심화되지 않았는지 돌아보자. 물론 말글의 길이가 짧아진다고 생각이 짧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좀 더 긴 호흡의 교류가 사라지는 것은 함께 아쉬워해야 할 일이다. 사진 이미지도 소중하지만 문자로 기록한 것도 훌륭한 자신의 역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싸이족이 아닌 사람들에게 연대의 손길을 내밀자. 싸이가 대세라느니 하면서 권유하는 것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개인 홈페이지를 꾸리거나 이런저런 블로그 생활하는 사람들과도 교류 나누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상당수 싸이족들이 미니홈피 방명록 남기는 것에만 익숙해져서 다른 홈페이지에 무언가 글을 남기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데 이는 스스로를 속박하는 일일뿐이다. 싸이성(城) 안에서 아무리 재미가 쏠쏠하더라도 성밖에도 무수한 재미난 이야기들이 오고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누추해도 자기 집은 편안하고 아늑한 법이다. 내 집구석이 사랑스러운 만큼 남의 집구석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만약 모든 이들이 싸이로 몰려가서 싸이성(城)만 북적거린다면 과연 그 때도 싸이족들이 즐거이 살 수 있을까? 자치통감에 “태산은 흙을 사양하지 않은 까닭에 그렇게 크게 되었고, 강과 바다는 시냇물을 가리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깊은 것이다(泰山不讓土壤 故能成其大 河海不擇細流 故能就其深)”라는 말이 있다. 싸이족들에게 필요한 것은 얼른 일촌들 순회하며 방명록 달아야하는 강박증이 아니라 나와 다른 것에 대한 관용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친구를 비롯한 지인들에게 흠뻑 빠질 수 있을지언정, 사람과의 관계맺음에 정신을 쏟아 부을 수 있을지언정 싸이질 자체에 중독되는 것은 늘 경계해야 한다. 싸이가 사교비용을 낮추는 데 일조 했고, 그 덕분에 시장에서 우위를 달리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싸다고 다 좋은 것이 아니듯이 몇 마디 방명록으로 돈독한 관계를 가질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백만명(!)의 지인들과 벗하고 있을 것이다. 공짜가 없는 세상에 누군가와 소통한다는 것은 자신도 진정을 다해야 하는 엄청난 비용을 요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부지런히 스스로를 절차탁마(切磋琢磨)해야 한다. 함께 해요~ - [憂弱]
Posted by 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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