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구닷컴이 블로그로 전환하면서 손님용 게시판이었던 舊 익구닷컴 자유게시판이 없어지게 되었다. 손님들의 글선물 중에 인상 깊었던 글과 나의 해명(?)과 선배님의 변호(?)를 올린다)

[경짱님아......] - C반04, 2004-04-15

여기 즐겨찾기 해놓구 자주 들어와서

많이 배우고, 많이 느낍니다.

저는 특별한 정당을 지지하거나 그렇진 않습니다.

정치에 관해서는 극히 중립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경짱님의 정치적 견해가 어떻든

개인적 홈페이지에 특정정당을 지지한다고

적어놓는 것은 이곳에 들어오는 사람에게 거부감을 주게 마련입니다.

물론 경짱님 개인의 정치적인 소견이 뚜렷하고, 미래의 자신을 그리면서 거기에

맞춰가려 한발 또 한발 앞으로 나아가며 노력하는 것 같아 저는 개인적으로 보기 좋습니다.

그러나 여기 들어오는 사람들이 다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죠

한나라당 지지자도 있을 것이고, 민주당, 노동당 지지자들도 있을 겁니다.

또 우리나라 정치판을 보고 질려서 심히 개탄하는 사람들도 있을거구요.

그런 사람들이 들어와서는 한 사람으로, 한 훌륭한 인격체로 경짱님을 보기 이전에

편견과 선입견의 색안경을 낄 것입니다.

물론 경짱님이 쓰신 글, 주옥같은 생각들도 그 안경에 가려져 곡해되고 비하 될 것입니다.

큰 정치인이 되려면 일단 여러 사람을 끌어안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고,

포용하는 힘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열린우리당 지지자 최익구님이 아니라 멋진 포부를 가지고 꿈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 최익구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내보여야 하지 않을까요?

저의 이런 짧은 생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단지 저는 사람들이 오해할까 조금 아쉬웠을 뿐입니다.

더 크고 깊은 사람으로 나라의 굳건한 재목이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꼭 그리 되실 거라 믿습니다.



(이 글에 대한 익구의 답글이다. "새우범생"은 익구의 온라인 별칭이다)

[오해받는 두려움 달게 받기] - 새우범생, 2004-04-15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04학번으로 본인을 소개하셨으니 제가 후배님으로 부르겠습니다. 우선 글선물에 굶주린 이 누추한 집구석에 글을 남겨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사실 어느 한 정당을 지지하기로 결심하면서 저 또한 정파적 이해에 자유로울 수 없는 녀석이 되어 버렸지요. 내가 지지하는 곳에서 잘못을 저지르면 적당히 덮어주고 싶고, 저 쪽이 잘못하면 버럭 화를 내며 확대 재생산하는 것은... 분명 잘하는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매도할 부당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적당히 방어할 권리가 있으니까요.^^


편견과 선입견의 색안경을 염려해주셨는데... 사실 “나는 우리당을 지지한다”고 외치는 그 순간부터 어느 정도 감수하겠다고 다짐한 일이지요. 친구들이나 혹은 주위 사람들이 저란 녀석을 보는 여러 가지 표지(標識) 중에서 “아 저 사람은 우리당 지지한데”라는 강력한 낙인이 찍히는 것을 예상치 못한 것도 아니고요.


이런 안경 혹은 낙인에 가려 곡해되었다고, 비하되었다고, 오해받는다고 섭섭해할 생각은 없습니다. 저는 단지 제가 비교적 옳다고 믿는 것, 제가 추구하는 가치를 비교적 잘 발현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선호를 밝힌 것뿐이고, 타인의 입장에서 보면 저는 편파적으로 세상을 재단하는 오류투성이에 불과할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자신의 견해를 밝혀서 어떤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은 늘 두려운 일이지만,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자유주의자로서 저는 이 두려움을 달게 받아야죠 뭘...^^;


물론 저도 단순히 우리당 지지자로서의 정체성으로 타인에게 다가갈 생각은 없습니다. 그건 제 스스로에 대한 나태함이니까요. 저란 인간의 이런저런 모습들 중의 하나로서 우리당 지지자가 있어야지, 우리당 지지자라는 표식이 저를 대표하는 것은 저도 원하지 않는 일이고요. 다만 많은 분들이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제가 저란 인간의 다른 가치를 발굴하지 못한 것이니 다시 한 번 반성해야겠지만 말입니다. (총선이 끝나면 일부 친구들이 평하는 정치색 물씬 풍기는 이 집구석도 아마 상당부분 탈색될 것 같네요^^;)


글 중에 “큰 정치인이 되려면 일단 여러 사람을 끌어안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고...”라는 구절이 있는데 사실 저와는 맞지 않은 과분한 말씀이십니다. 문득 회남자의 海不讓水라는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바다는 마음이 넓어 온갖 물을 사양하지 않는다”는 이 구절을 처음 접하고 가슴을 때렸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가진 이 무기력한 자유주의 가지고는 도랑물에서 평생 만족해야겠구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죠.^^;


저는 제가 누구보다도 열린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언제나 제 편협함과 소심함, 그리고 귀차니즘은 이런 저의 다짐을 늘 흔듭니다. 큰산이 한줌의 흙을 마다하지 않고, 바다가 시냇물을 가리지 않는다지만 저란 인간은 결벽증을 핑계로 남을 무시하고, 혼자 깨끗한 척 깔끔을 떨지 않았나 늘 돌아봐야겠습니다.


경영학도로서 손해보는 장사를 싫어하는 만큼, 제가 남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을 정도의 역량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겠지요. 아마 배우는 학생 입장에서는 이것이 가장 시급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마 제가 좋아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제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배우고 생각해야 하는데 이 게으른 몸뚱이 때문에 근심만 한가득입니다.^^;


잡소리가 길었습니다. 이 정도면 주신 글선물에 대한 고마움을 다한 것인지 걱정스럽습니다. 아무쪼록 중간고사가 코앞인데 후배님의 시험공부에 진전 있으시고, 좋은 성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憂弱]


(글 중에 ‘노동당’은 ‘민주노동당’이라고 해주세요. 민노당 지지자분들이 섭섭해하십니다.^^ 열린우리당이 ‘열우당’으로 불릴 때 늘 조금씩 섭섭해봤으니 남들이 섭섭해하는 것을 보고 싶지는 않네요. 잔소리 미안합니다^^;)



(어느 선배님께서 다음과 같은 답글을 달아주셨다)

[새우범생을 변호하며...] - mannerist, 2004-04-16

안녕하세요. C반04(이 글에서 님을 이렇게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괜찮을지요)님.

님의 글을 보고 생각나는 것 몇 자 적습니다.

...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은, 헌법 조항으로만 존재하는 레토릭만은 아닐것입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민주국가를 지탱하는 가장 큰 기둥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겠죠. 그리고 그 주권을,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통해, 또한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피력함으로서, 대한민국의 구성원들은 행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넓은 의미에서, 저 행위를 정치 과정의 범주에 넣는 것이, 그리 부자연스러워보이진 않습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자된 권리로 정치 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며, 또한 이는 민주공화국 시민으로서의 의무이기도 합니다. 이를 부정하시진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C반04님께서 생각하시는 문제는 이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정치 과정의 참여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부정하지 않으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정치 참여의 일부로 정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고, 특히나 '공적'영역에 있는 사람이 적극적으로, 대외적으로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그 정치적 지향점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는데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고 말이죠. 줄여 말하면, 민주공화국 시민으로서의 정치행위 참여와, 특정 정당의 공개지지 사이에 벌어져 있을지도 모르는 거리를 불편해하시는 것 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대한민국의 구성원이 주권을 행사하는 여러가지 방법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선거권과 피선거권입니다. 과연 이것이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와 과연 떨어져 생각할 수 있는 것일까요? 이렇게 반문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선거권과 피선거권 이외에도 정치과정에 참여하는 방법은 많이 있다고 말이죠. 하지만 저는 '가장 중요한'방법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 한정하자면, 저 물음에 대한 대답은 "둘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가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 정치과정에 참여하기 위해서 자신의 신념에 맞는 정당에 대한 지지를 피력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행위가 아닐지요.


문제는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과정이 아닐까요. 얼마나 바른 기준을 가지고 해당 정당을 지지하느냐라는 문제 말입니다.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씨의 말을 조금 빌리자면 "정치는 결국 선택의 문제다. 따라서, 어느 쪽에 편파적인가가 문제가 아니라, 그 편파성에 도달하는 과정이 문제다. 이 과정이 합리적이라면 편파성 그 자체는 문제될 게 없다"정도가 되겠지요. 특정 정당에 대한 편파성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편파성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이 문제란 것입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한달 수입 백만원도 안되는 데 상당한 불만을 품고 있는 비정규직 종사자가, 기업에 대한 노동 규제 약화와 고용의 유연성을 강조하는 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그 자신의 위치와 신념을 완전히 배반하는 것입니다. 혹은 자신이 특정 지역 출신이기 때문에 어느 정당을 지지한다면, 이 역시 합리적인 절차로 지지 정당을 선택한 것은 아닐 겁니다. 바른 기준으로, 자신의 신념에 맞는 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정치 참여라는 대의에 있어서, 나쁘게만 볼 일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런 것이겠지요. 만약 익구군이 자신의 위치를 악용하여 경영대 학생들에게 공적인 장소에서 강하게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를 강요하거나(어디까지나 가정입니다)해당 정당에 대해 이로운 일을 하기 위해 자신의 할 일을 접어놓거나 할 때, 즉 자연인 최익구가 아니라 경영대 학생회장 최익구로서 특정 정당에 이로운 행위를 할 때 말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강하게 비판해야합니다. 그렇지만, 자연인, 주권을 가진 궁극적 소수로서의 최익구군이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이성적인 판단을 거쳐 나온 결론으로 피력하는 것은 비난받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합니다. 문제는 편파성에 이르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에 지역감정/사적감정 등이 개입하였다면 그 부분의 논리적 모순을 비난해야합니다. 그렇지만 저 과정이 합리적이었다면, 그 사람의 일상적 정치 행위에 대해 왈가왈부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노파심에 조금 더 덧붙입니다. 특정 정당의 지지자라고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것을 걱정하셨는데요. 저는 어느 사람이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는 것을 표방한다고 그러한 편견을 가지는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누히 말씀드린것처럼, 편파성 자체가 아니라 그 편파성에 도달하는 과정과, 그 편파성이 일에, 대인 관계에 어떻게 작용하느냐가 문제입니다. 비판한다면 그 과정과, 편파성으로 인한 잘못을 지적하는게 옳지 편파성 자체를 문제삼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저 사람은 특정 정당의 지지자니까 이러이러할꺼야'라는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것과, 개심한 전과자에 대한 곱지 못한 시선, 장애자에 대한 비장애자들의 편견과의 거리는 그다지 멀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힘 주어 말합니다. 그 편견을 떨쳐내시라고 말입니다.


앞으로도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거리낌 없이, 당당히 드러내시는 자세, C반04님 계속 지켜나가시길 빌어마지않습니다.

정릉에서 mannerist...

넋두리) 노동당이 아니라 민.주.노.동.당. 입니다. =)
Posted by 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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