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문제에 대해

공지 2005. 1. 30. 08:26 |
저작권법 개정으로 온라인 세상이 한바탕 난리법석입니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음악 관련 해서 실연자와 음반제작자에게도 전송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보다는 저작권 침해 단속 강화 방침이 많은 누리꾼(네티즌)들의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음악 관련 내용만 있는 줄 알고 먼 산 바라보듯 했는데 그것이 아니더군요. 문화관광부의 친절한 설명에 따르면 “온라인상에서 저작물을 함부로 업로드하거나 다운로드하는 행위, 자신의 블로그나 카페에 올려놓는 행위, 허락을 받지 않고 남의 글을 함부로 자신의 블로그 등에 옮겨 놓는 행위(펌 행위) 등도 저작권 침해행위”이고 “5년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과중한 범죄”가 됩니다.


블로그로 전환한 새 익구닷컴에 있는 게시판 중 논객열전/ 경제카페/ 녹차한잔은 펀글 전용 게시판입니다. 그간 칼럼과 시 등을 모아왔고 앞으로도 모을 예정입니다. 그냥 문서 파일로 저 혼자 보관만 해도 될 것을 굳이 이렇게 해둔 것은 좋은 글은 나눌수록 더 가치가 커진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펀글 게시판의 글 중에 맘에 드시는 것이 있으시면 마음껏 퍼다 나르시기를 바랐고요. 저작권법 개정안 시행 이전에도 이미 개인 홈페이지에 저작물 무단 인용(?)은 불법의 소지가 있을 수 있겠거니 생각은 했지만 이제 쌍심지에 불을 켜고 처벌을 하겠다니 당혹스럽습니다.


저작권법을 어긴 행위는 침해를 당한 권리자의 고소 고발이 필수적인 친고죄에 해당하니 당장은 익구닷컴을 운영한 죄로 벌금형에 징역살이를 할 걱정은 안 해도 되겠습니다. 게다가 상당수 논객들께서 자기 글 좋다고 가져간 학생에게 처벌을 요구하지 않을 것 같고요.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겠지만 업데이트는 계속 할 것입니다.


저작권법 개정이 음악 쪽에 치중되어 있다보니까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글 같은 경우에는 원래부터 위법인 셈입니다. 물론 무분별한 펌 문화가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인터넷 현실을 고려한 법 적용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행법상으로는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가 허용되는 범위가 매우 좁아 대량의 범법자만 양산할 것이 뻔합니다. 사실 국내 대학 교재들 상당수가 외국 교재를 이래저래 베낀 것이라는 것은 상식인데 이건 그냥 쉬쉬하고 넘어가고(뭐 참고문헌들 주르르 달아서 면책이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학생들이 칼럼 하나, 시 한 편 나눠보겠다는 것은 안 된다니 좀 억울합니다.


어느 한 개인이 궁리해서 내놓은 저작물은 대부분 혼자만의 노력으로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알게 모르게 많은 이들의 글과 말에서 영향을 받았을 것입니다.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고 있더라도 말입니다. 설령 100% 자기 생각과 경험으로만 이루어진 글이 있다고 합시다. 사실 그런 글이 저작권을 주장한다면 가볍게 안 읽으면 그만입니다. 남의 것을 읽고 보고 듣지도 않고 이루어진 창작이라면 어차피 별 볼일 없는 내용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방문객도 한정적인 개인 홈페이지에서 이 분의 글이 좋아서 나눠보겠다는 것이 처벌까지 받아야 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듭니다(이 부분은 명확한 유권해석이 궁금하네요). 설령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대다수 누리꾼들을 범법자로 만드는 것은 황당한 일입니다. 또 가난하고 무식한 서민들만 곤욕을 치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요. 전 국민의 지식수준이 높아져서 저마다 칼럼도 쓸 수 있고, 시도 지을 수 있지 않는 한 온라인 상에서의 지적 교류가 막혀 버릴 테니 말입니다.


앞으로 온라인 상에서 글로 교류하는 것이 자신의 창작물로만 가능하다면 매우 수준이 낮거나 아니면 교묘한 표절이 횡행할 것이 뻔합니다. 물론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으면 문제가 해결되겠지만 우리도 사느라 바쁜데 언제 일일이 허락 받고 앉아 있으며, 설령 허락을 받으려고 해도 그게 하루 이틀만에 허락을 해줄지도 모르는 일이고요. 결국 돈 없고 빽 없는 이들은 온라인 상에서 칼럼을 놓고 토론도 못하고, 시도 함께 감상하지 못하게 생겼습니다.


이래저래 울분을 토해놨지만 저작권에 대해 정확히 아는 바가 없어서 많이 틀린 부분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아니 제가 오해하고 있고 기우에 시달리고 있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식의 과도한 저작권자 보호가 문제점이 많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인용 후 그 출처를 명기한다면 그 정도는 양해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하간 쓸데없이 누리꾼들을 범법자로 만드는 현행법의 보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공짜가 없는 세상에 권리 보호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시장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익구닷컴의 글들은 원칙적으로 copyleft를 추구합니다. 남의 글 부지런히 실어다 나르는 제가 무슨 염치로 copyright를 주장하겠습니까?^^; 제가 쓴 잡글의 경우에도 원칙은 동일합니다. 제 잡글을 별도의 허락 없이 발췌해서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만 출처 정도는 밝혀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사실 이렇게 하실 일이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 됩니다만요.^^


아무쪼록 오늘도 열심히 배워서 남도 많이 나눠주는 여러분 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憂弱]
Posted by 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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