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조 망언을 접하고

사회 2005. 3. 11. 02:53 |
한승조 고려대 명예교수의 일제 식민지배가 축복이었다는 망언을 접한 직후의 단상을 정리해봤다.


1. 얼마 전 독립문 근처의 서대문형무소역사관 관람한 기억이 났다. 매우 한산할 때 찾아 일제의 참혹한 고문 장면들을 나 혼자 찬찬히 둘러볼 수 있었다. 사형장에 들어서니 스산한 분위기가 엄습해 어찌나 몸서리쳤는지 모른다. 최근에 읽은 책에서는 일제의 우리 문화재 파괴의 기록들을 읽으며 치를 떨었다. 갖은 분노를 겨우 잠재우고 나니 힘없는 나라의 비애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기를 다짐했다. 잊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또 그렇게 지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2. 애국과 민족을 극성스레 강조하는 것이 전세계 극우파의 특성이다. 그런데 유독 한국의 극우파는 자기 민족을 비하하고 외세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게다가 자기 말에 동조하지 않으면 죄다 빨갱이에 좌파에 공산당으로 규정해버린다. 세상 천지를 붉은 색으로 칠해 놓고 말세 타령을 하니 이런 삽질이 따로 없다. 자기들은 빨갱이 세상에서 잘만 살면서도 뭔 엄살이 그렇게 심한지 모르겠다. 이런 저질 군상들이 이 참에 제 마각을 드러내기를 바란다.


3. 식민 지배를 축복하는 이들이나 개발독재를 찬양하는 이들이 싫은 가장 큰 이유는 그들에게서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강준만 선생의 표현)”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제 부역이나 독재에 대한 아부를 통해 호사를 누렸으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 피땀 어린 부당한 고통과 희생 앞에서 불가피성을 역설하는 것을 넘어 아예 지난날을 합리화하고 확대 재생산하려고 안달이다.


4. 일본은 또 독도 가지고 시비다. 짜증나는 일이다. 그래도 일본 극우파들은 제 나라를 위해서 동분서주한다. 우리는 나라 팔아먹고, 인권 유린하고, 자식 군대 안 보내고, 집회에서 성조기를 흔들고, 세금 빼먹고, 땅 투기에 원정출산까지 서슴지 않는 이들이 애국한답시고 설친다. 비극이다.


5. 개교 100주년을 맞아 들뜬 고려대학교에 똥물을 퍼붓다니... 학교가 욕 무지하게 먹도록 애써주신 덕분에 개교 200주년도 거뜬할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식의 도움은 다시는 필요 없다. ᅳ.ᅳ; 이런 액땜 두 번 했다가는 거덜나기 좋겠다.


아 지금은 前 고려대 명예교수다. 앞 전자가 이렇게 각별하게 느껴지기는 처음이다.^^; - [憂弱]
Posted by 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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