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학생회장 A/S 완료

잡록 2005. 3. 13. 03:41 |
“저기... 05학번이세요?”


이런저런 반 행사 뒤풀이에서 05학번 새내기들에게 이런 질문을 몇 번 들었다. 세파에 나름대로 찌들었다고 생각했으나 그렇게 보인다니 고마운 일이다(선배를 위로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술을 줄이지는 못했지만 잠을 늘린 것이 피부에 보탬이 된 것이 아니냐며 속으로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하지만 02학번이라는 내 솔직한 정체를 밝히면 새내기들은 갑자기 정색을 하고 자세를 고쳐 앉는다. 어려워하는 05학번 새내기의 모습에서 나의 새내기 시절 99학번 선배님들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존재였음을 기억 해냈다. 사람 처음 만나는 것은 원래 힘들고 어려운 것이지만 아무래도 좀 더 까다로운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소중한 추억과 좋은 인연들과 함께 한 지난 세월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하며 후배들의 어려워하는 눈치도 달갑게 받아들이자.


지난 11일 금요일에 경영대 세 개 반이 개강총회를 마쳤다. 조만간 05학번들이 실무의 주체가 되어 한해 살림을 꾸려나가게 된다. 경영대 학생회장 시절 함께 일을 나눴던 2004년 2학기 반일꾼들도 모두 임기가 끝나는 것이다. 그간 전임 학생회장이 A/S한다는 핑계로 행사들 챙겨서 다녔지만 이제 그것도 마지막이다.^^; 2002년 12월부터 경영대 학생회 잡일을 거들기 시작한 이후 짧지 않은 여정이 끝난 거 같아서 시원섭섭하다. 이제 정말 나와 업무상으로는 무관한 후배들이 활약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 자리를 빌어 새로운 반일꾼들에게 깊은 격려를 보낸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내 자신에게 개구리 올챙이적을 생각하자며 암시를 건다. 새로 뽑힌 후배들이 나와는 큰 연관관계가 없다고 해서 괜히 모자라고 어리숙하다고 핀잔을 주지 않기를. 나도 어지간히 어리버리했고, 선배님들의 눈에 못미더운 녀석이었음을 가슴 아프게 긍정하기를. 오히려 후임자들이 잘하는 모습에 기뻐하고 축복할 수 있기를.


각종 행사들을 쫓아다니다 보니 “없으면 허전할 것 같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내 빈 곳은 누군가가 채우게 마련이다. 지난날 선배님들이 계시던 자리를 어느새 내가 꿰차고 있는 것을 느낀다. 앞으로도 세월은 내게 좀 더 높은 자리로 오르라고 할 것이다. 때가 됐으니 당연한 것이라며 냉큼 올라서기보다는 열심히 내 자신을 가꿔 멋진 선배의 모습으로 오를 수 있기를 희망한다. 헛된 세월 보내지 않은 선배처럼 매력적이고 모시고 싶은 사람도 없으니까.


이제 A/S는 끝났지만 또 다른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하시라.^^ - [憂弱]
Posted by 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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