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B반(보다 정확히는 단결飛반) 엠티를 와달라는 문자를 받고 안 갈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이제 어느 행사든 간에 초청이 없으면 참석하기 힘든 처지가 된 것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던 참이었다. 알고 지낸지 한달 정도 되는 05학번 후배의 초청 문자는 그래서 더욱 값지게 다가왔다. 조금 과장해서 콧등이 시큰했다.


엠티 당일에 잠도 거의 못자고 오전에는 창덕궁 특별관람코스를 다녀오느라 부산을 떠는 바람에 피로가 몰려왔다. 오후 3시인 출발시간에 너무 빠듯해서 후발대로 갈까 생각했으나 귀차니즘 때문에 제 때 출발하기로 했다. 막상 가보니 02 동기들과 03학번 후배들이 없어서 본의 아니게 나홀로 왕고(?)가 되어버렸다. 내가 왕림(?)하여 자리를 빛내지는 못하더라도 민폐는 끼치지 말기를 다짐했다.^^;


대성리로 향하는 기차길에서 후배들과 환담을 나누고 숙소에 도착해서 둘러앉아 음식도 나누고 게임도 즐겼다. 지난날 게임의 블랙홀 활동이 다시 재개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게임은 최소한도로 하고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싶었는데 정작 후배들 이름조차 제대로 못 물어본 것 같아 조금은 아쉬웠다. 고학번 선배의 고약한 심보인지는 모르나 내가 먼저 이름을 물어본 후배보다 먼저 이름을 알려준 후배가 훨씬 기억하기 좋은 것 같다. 제 자신의 머리 나쁨을 후배들의 열성 부족으로 치환하는 셈이다.^^;


컨디션이 저조했던 터라 내 트레이드마크인 “쉬어가며 오래가는 음주(혹은 릴렉스 롱런 음주)”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 것 같다. 사실 수줍음이 많은 성격이라 어색함을 없애자고 술을 좀 급하게 마셨던 거 같다. 그래도 이번 엠티를 계기로 05학번 후배님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 같아 즐거웠다. 05학번 후배들과는 친해질 기회가 없을 줄 알았는데 참 고맙다.


[논어] 향당편(鄕黨篇)에 보면 공자는 술을 마시는 데 한도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술에 취해 어지러워지는 데까지 이르지는 않았다(唯酒無量 不及亂)고 했다. 정해진 주량은 없으나 취하지는 않고 기분이 좋은 정도로 그친다는 말이다. 사실 유주무량과 불급난 중에 하나는 어떻게 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둘을 결합시키는 것은 여간 쉽지 않다. 나의 “쉬어가며 오래가는 음주”도 이 아름다운 결합을 지향한다. 그렇다고 기어이 고집하지는 않고 가끔은 사양하지 못할 때가 있고 기억이 지워질 때도 있을 것이다. 기왕이면 오래도록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것이 술값은 더 버는 장사임에는 분명하다.^^;


나는 사교성이 많지 않은 내향적인 녀석이다. 흥을 띄우는 각종 잡기들도 전무하다. 유머감각이란 찾을 수 없고 고리타분한 이야기만 늘어놓기 일쑤다. 그렇다고 술을 크게 잘 마시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개개인의 숨겨진 매력을 만나는 재미는 쏠쏠하다. 사실상 이제 대학생활의 낭만은 끝났다고 생각되는 시점에서 아직 아름다운 추억이 현재진행형임을 깨달았다. 이번 엠티를 계기로 나 이만하면 고대 경영대에서 행복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매일 가슴 한 구석에 자제(自制), 자제, 자제라고 세 번씩 새기고 있지만 말이다.^^; - [憂弱]
Posted by 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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