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학생회 일꾼에서 물러나 유유자적 재미나게 지내고 있는 나이지만 학교를 둘러싼 이런저런 일들에 내 의견을 묻는 경우가 끊이지 않는다. 이번에도 아예 자체 의견 정리를 해봤다. 이번 탄핵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향후 탄핵 절차를 소개할 필요도 있고 말이다. 사상 초유의 일이고, 이런 파국을 맞이하게 된 것은 씁쓸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탄핵 총투표까지 가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

<고려대 총학생회 탄핵 총투표 실시해야>

지난 5월 2일 이건희 명예 철학박사 학위수여식 사건 이후 내홍에 시달리던 고려대가 결국 사상 초유의 탄핵발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16일 평화고대측은 재적인원의 10분의 1이 넘는 2300여명의 서명을 받아 총학생회 탄핵안을 발의했다. 이제 단과대 학생회장, 과반 학생회장 등의 학생 대표자들로 구성된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를 소집해 재적의원 2/3 이상의 찬성으로 총회 또는 총투표 안건으로 상정하게 된다(총학생회칙 36조 참조).


전학대회 과반수 출석으로 개회하는 것도 녹록지 않은데 2/3 이상의 출석은 더욱 힘들다. 더군다나 2/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이렇게 해서 통과시켜봐야 겨우 총투표(총회는 사실상 성립이 불가능하다고 본다) 절차를 밟는데 전체투표율 50%가 안 될 때에는 무효로 판정하기 때문에 이것도 까마득하다. 사실 탄핵안 발의가 된 것만으로도 너무나 유의미할 뿐 실제 탄핵까지는 넘어야할 산이 너무 많다. 대통령 탄핵보다도 힘든 것이 총학생회장 탄핵이다.^^;


개인적으로 지난 사건이 총학생회 탄핵까지 이어질 정도의 중죄라고 보지는 않는다. 총학생회로서는 억울한 점이 적잖을 것이다. 그러나 비단 이번 일 하나 때문이기보다 학우들이 가지고 있는 불만이 이를 계기로 터져 나온 것임은 부인하기 힘들다. 합당한 탄핵 사유라고 보기 힘들지만 학우들의 누적된 불신의 표출이라는 점에서 총학생회의 잘못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전학대회 대의원들은 지금의 이 비극적 상황에 책임을 통감하고 탄핵 총투표를 받아들이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


전학대회 대의원들이 설령 탄핵에 공감하지 못해도 이제는 학우 전체의 의사를 물을 시점이다. 이는 대의 민주주의를 거스르겠다는 뜻이 아니라 전학대회에서 무마하기에는 파장이 너무 커졌다는 냉철한 분석이다. 만약 전학대회에서 탄핵안을 압도적 부결로 마무리짓는다면 탄핵안에 찬성한 학우들은 다시 한번 열패감에 사로잡힐 공산이 크다. 전례 없는 극심한 학내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서 이번 탄핵 총투표를 재신임의 계기로 삼아야한다.


탄핵 사유는 부실하다고 비판할 수 있을지 모르나 탄핵에 대한 학우들의 의견을 묻는 것까지 봉쇄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커져버렸다. 개교 100주년을 맞이한 뜻 깊은 해에 학우들이 양분되어 반목하는 것은 너무 서글픈 일이다. 이번 탄핵 총투표는 비단 총학생회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그간 학생회 살림을 주도적으로 꾸려왔던 학생운동 세력 전반에 대한 신뢰의 문제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된 것은 가슴 아프지만 이 고름을 쉬쉬하기보다는 이제 터뜨릴 때다. 끝으로 만약 총투표가 실시될 경우 학우 여러분들께서 투표에 참여하셔서 찬반 의사를 표하기를 바라마지않는다. - [憂弱]
Posted by 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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