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7일 숭례문(崇禮門) 광장이 개장했다. 숭례문은 일제 강점기 때 훼손돼 지금까지 98년 동안 찻길로 막혀 멀리서만 바라 봐야했다. 명색이 국보 1호이면서도 정작 가까이 가서 볼 수 없었던 문화유산을 조금 더 가까이서 완상할 수 있게 되었다. 숭례문은 1398년(태조 7년) 만들어진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이며, 국내에서 현존하는 성문 중에서 규모도 으뜸이다. 임진왜란 때 서울시내 궁궐을 비롯한 어지간한 목조 건축물이 화마에 휩싸였지만 천만다행으로 살아남은 참 고마운 존재다.


앞으로도 숭례문 광장 조성과 같은 문화유산 복원과 개방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오는 6월 1일부터 1일 3회 개방하는 경복궁 경회루 특별관람 신설도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보물 1호인 흥인지문(興仁之門)은 여전히 찻길로 둘러싸여 답답하다. 머지 않은 시기에 흥인지문 광장도 만들어 봄직하다. 또한 철근 콘크리트로 엉망으로 복원한 광화문(光化門)도 원형대로 복원할 계획이라는데 제 위치를 찾아 조선 정궁의 문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바란다. 광화문을 통해 정면으로 경복궁에 입장하는 그 날을 기분 좋게 상상해본다.


많은 외침과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우리의 문화유산은 어느 하나 성한 것이 없다. 목조 건축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적극적인 문화유산 복원(혹은 중건) 작업을 할 필요가 있다. 잘 지켜내지 못한 만큼 다시 세우려는 노력만은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이 마저 소홀히 한다면 볼 것 없는 나라라는 오명을 벗지 못할 것이다. 설령 옛날의 그 솜씨만큼은 못하더라도 복원한 것이 훗날에는 또 하나의 문화유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안은 다르지만 충북 단양 구인사 조사전이 "이 시대의 국보급 문화재를 짓겠다"는 사명감으로 웅혼하게 지어진 것도 좋은 사례다.


이 거대한 도시에서 보여줄 것이라고는 고층 빌딩뿐이라면 얼마나 민망한가. 이제 문화의 향기가 짙게 배어나는 아름다운 도시로 가꾸어 나가자. 육백여년의 애환을 간직한 육중한 몸매로 서울을 굽어살핀 숭례문 앞에서 우리 역사의 부침을 회상하며 영감을 얻어보면 좋겠다. 이제 곧 공익근무로 일하게 될 서울 중구에 또 하나의 명소가 생겨서 흥겹다. 얼른 숭례문 단청을 보러 가야겠다. - [憂弱]

Posted by 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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