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구 교수를 놓고 여기저기서 게거품을 물고 있다. 열린 사회의 적들이 목소리를 높인다. 최장집 교수, 송두율 교수 사건에 이어 국가보안법의 광기가 희생양을 찾기 위해 군침을 흘리고 있다. 물론 "한계 없는 관용은 관용 자체를 파괴하고, 제한 없는 자유는 자유 자체를 파괴(신중섭. "맥아더가 전쟁광이면 김일성은 뭔가." 문화일보. 2005. 07. 29.)"한다. 하지만 강 교수가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적화통일을 갈망하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일부 수구세력들의 한계 없는 불관용과, 제한 없는 반자유가 더 문제인 듯 싶다.


법무장관의 지휘권 행사에 반발해 검찰총장이 사퇴한 것도 황당한 일이다. 형식상 적법한 조처를 차마 거부하지는 못해 수용하면서도 이런 식으로 항거해야만 했나 씁쓸하다. 검찰은 이번 일을 계기로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돌아보길 바란다. 인신구속은 아무리 신중해도 지나치지 않다. 또 열린우리당은 행여나 이번 사건이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염려해서 몸 사리지 말길 바란다. 우리당은 대한민국 헌법을 수호하고,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세력들에 맞서야 한다. 자유주의를 지향하는 정당이 이 마저도 외면한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강 교수를 감옥에 넣으라고 아우성인 자들을 보니 너무 섬뜩하다. 오늘날에는 사람을 없애 그 사람의 이론과 사상을 손쉽게 정리하는 야만을 저지르기 힘든 세상이라고 넉넉히 생각하고 있던 차에 뒤통수를 한방 맞았다. 사람을 원망하기는 쉽지만 그 사람의 생각을 반박하는 것은 많은 노력이 드는 일이다. 강 교수 주장을 논리적으로 반박하여 오류를 찾아내고 수정할 수 있도록 하면 그만이다. 사람 자체를 매장하려 하지말고 그 사람이 내놓은 지식과 인식, 내뱉은 말과 글을 비판해야 한다. 강 교수를 증오하는 사람들이 죄다 게으르고 단순하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진중권의 말대로 "강 교수를 구속하라고 인민재판을 벌이는 그 분들이야말로 사상의 자유시장을 믿지 못하여 국가의 개입을 요구하는 반시장주의자들"이 너무 밉살맞다. 북한에서 탈북자 가정에게 가해진다는 연좌제가 백보라면, 강 교수 수업을 들은 학생들에게 취업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김상렬 대한상의 부회장의 연좌제는 오십보쯤 된다. 오십보와 백보는 분명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김상렬 부회장이 좀만 더 건각(健脚)이었으면 김정일을 따라잡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고방식이 피차일반이기 때문이다. 폭압적인 김정일 정권을 이기는 데 왜 그네들과 똑같은 폭력을 사용해야 하는가. 저들의 야만스런 행위를 따라하는 것이 과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인가.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하는 일에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없다.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티격태격하며 배우고, 고치는 수밖에 없다. 사상의 자유에는 웬만하면 고개 끄덕일만한 근사한 생각을 할 자유만이 아니라, 이거 아니다 싶은 조악한 생각을 할 자유가 포함된다. 표현의 자유에는 남 듣기 좋은 입 발린 소리를 늘어놓는 자유만이 아니라, 남의 속을 긁어 놓는 헛소리를 할 자유가 포함된다. 조악한 생각과 헛소리를 탓하기 전에 폭력을 휘둘러 자신의 사상을 강제하고, 다른 생각을 발본색원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자유의 적'들을 경계하자. 더군다나 사상의 자유시장에 영원한 승자는 없다.


"나는 당신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그 견해 때문에 박해를 받는다면 나는 당신 편에 서서 싸우겠다"는 볼테르의 말을 심심하면 꺼내들어야 하는 현실이 솔직히 짜증난다. 왜 굳이 편들고 싶지도 않은 사람을 위해 열을 내야 하는가. 강 교수의 언행은 내 미감을 심하게 거스른다.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을 위해 애쓰는 것만큼 흥이 안 나는 일도 없다. 하지만 이런 번거로움에도 내가 강 교수의 학문적 자유를 옹호하는 까닭은 이러한 행위가 김정일 일당의 폭력과 야만, 극우파들의 옹졸과 부박(浮薄)보다는 한결 너그럽되 굳건하고, 우아하면서도 인간적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끝으로 나라가 붉게 물들까봐 걱정이 태산인 이들이 잠을 설쳐 충혈된 눈망울로 횡설수설하는 걸 앞으로 계속 들을 생각을 하니 고역이다. 빨갱이 사냥하느라 지친 당신, 이제 잠 좀 자자.^^ 강 교수를 어떻게 하면 감옥에 집어넣을 수 있을까 고심하느라 날밤을 새기보다는 국가보안법 좀 폐지하는데 일조해주시면 어떨까. 주체사상 같은 북한의 실체를 여과 없이 만나게 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반공이 어디 있을까. 물론 아동틱한 자기자랑과 신물나는 찬양을 즐기는 독특한 취향이 있을 수 있겠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손학규 경기지사의 말대로 "사회가 다양해질수록 별의별 사람들이 많고 별의별 이론을 내놓는 사람들이 많게 마련"이다. 우국지사(?)들도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는 불면증 없는 대한민국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 [憂弱]
Posted by 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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