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불법도청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 정부 시절 국정원장들이 전격 구속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항간에서는 김대중 전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고도 한다. 음모론이라느니, 모독 운운하며 설왕설래가 어지럽다. 김대중 전대통령측의 극구 부인에도 불구하고 민주화의 공덕과 인권 대통령으로서의 면모는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물론 불법도청 사건은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니 무죄추정이 옳다. 그러나 드러난 정황으로 보아 완전 사실무근으로 보기는 힘들다.


분기탱천보다는 석고대죄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 전대통령이 이런저런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지 않았으면 좋겠다. 국민의 정부가 내걸었던 가치를 거스르는 부끄러운 과거에 많은 이들이 상심했다. 미워하면서 닮는다고는 하지만 군사정권의 치부를 답습하는 모습은 여간 실망스러운 것이 아니다. 도청을 하고 싶다는 권력의 유혹을 단호히 뿌리치지 못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김 전대통령은 당시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국민에게 겸허하게 사죄하는 것이 순리다. 노 대통령이나 열린우리당에게 섭섭함을 토로하기 이전에 그를 믿고 지지한 국민들의 허탈감을 달래는 것이 우선이다. 김 전대통령 본인의 충격보다 국민들의 아픔을 헤아린다면 국가기관의 조직적 범죄가 일어날 수 없는 계기가 되는 데 일조할 수 있으리라. 인생무상을 누구보다 많이 겪었을 당신께서 세리(勢利)에 연연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DJ의 인생역정에서 한줄기 빛이 되었던 진실에 대한 열망은 그만의 것은 아니다. 두 전직 국정원장을 믿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겠지만 사필귀정(事必歸正)은 김 전대통령 뿐만 아니라 전국민이 바라마지않는 것이다. 변함없이 진실과 정의를 애호하는 그의 모습을 그려본다. 아름다운 은퇴자로 남기란 여간 힘든 일이지만 그래도 당신이기에 이런 어려운 기대를 해보는 것이다. 건승을 기원하며 충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 [憂弱]
Posted by 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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