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과 과유불급

사회 2005. 12. 5. 02:47 |
황우석 교수팀의 윤리 문제를 보도한 MBC 프로그램 PD수첩에 대한 집중 성토가 무섭다. 황우석 교수는 매매된 난자를 연구에 사용했고, 또 연구원의 난자를 기증 받아 연구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솔직히 사과하고 책임을 지려고 애쓰는 모습에 한없는 경의를 표한다. 각종 의혹들에 변명하지 않고 순순히 인정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을까를 생각하면 황 교수의 사과는 참으로 값지다. 진짜배기 학자를 만난 신선함이 기껍다.


각종 공방이 격화되는 가운데 12월 4일 MBC는 뉴스데스크를 통해 PD수첩팀이 배아줄기세포 진위논란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취재윤리를 위반한 사실을 확인하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윤리 문제를 제기했던 PD수첩팀 스스로가 취재윤리를 확보하지 못한 점은 뼈아픈 실책이다. 황 교수가 실수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려한 모습과는 판이하기에 더욱 아쉽다. PD수첩팀의 과욕은 제 눈의 들보를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게 되었으며 MBC 또한 치열한 자기검증에 실패했다.


PD수첩팀이 그간 성역처럼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받아들여지던 황우석 신화의 틈바구니에서 연구원 난자 제공 및 난자제공자에 대한 금전적 대가 지급 등을 사실을 밝힌 것은 실로 대단한 일이다. 비록 취재윤리 위배로 인해 빛이 바래기는 했지만 앞으로의 줄기세포 연구가 윤리적인 견제와 감시 속에서 해나가야 한다는 교훈을 준 공로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진중하지 못했던 연구 검증 공방에서 PD수첩팀의 과유불급(過猶不及)이 그래서 더 안타깝다.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은 흙보다도 더한 겸허를 지녀야 한다"는 간디의 말이 따갑다.


이제 더 이상의 극한 대립을 거두고 양측이 수긍할만한 공적 검증을 신속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 이런 시련을 통해 단련된 윤리의식을 토대로 다시 생명공학 발전을 위해 매진한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황 교수의 성공을 내 일처럼 기뻐하고 아꼈던 국민들도 PD수첩팀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누그러뜨리길 바란다. 여담이지만 PD수첩팀에 쏟아 부은 극렬한 분노를 포트폴리오(?) 전략을 구사해서 다른 사회문제들에도 생산적으로 분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황 교수팀에 대한 건설적인 비판은 중단 없이 이어져야 한다. 또한 우리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언론보도들도 기탄 없이 이어져야 한다. 언론은 진실과 사실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할 뿐 오지랖넓게 국익을 추구하거나 국민들의 심기를 살피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또한 언론 스스로 자아도취하여 마녀사냥을 펼치려 하거나 자신의 오류를 수긍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써서도 안 될 것이다. 다른 언론들도 PD수첩팀의 공과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지은 죄 이상의 벌을 내리는 것은 또 하나의 죄를 짓는 것이다. PD수첩팀에 대한 치죄가 너무 공포감을 유발할 정도로 끔찍하게 펼쳐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사람'과 그 사람의 '주장'을 일치시켜서 그 사람의 '주장'이 밉다며 그 '사람'을 제거하려 드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아울러 소수파에 대한 관용은 그 사회의 성숙함을 재는 척도가 되어야 한다. 모든 광신을 경계하고, 다시금 관용을 꺼내드는 것이 이번 사건의 소중한 깨달음이리라.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고 논쟁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 만한 애국이 어디 있겠는가.^^ - [憂弱]
Posted by 익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