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민주당의 공조로 마침내 국회를 통과했다. 오랜 진통 끝에 이뤄진 사학법 개정으로 인해 사학운영 전반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어 닥칠 전망이다. 그러나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마르지 않는 법이다. 인재 양성을 위한 나름의 의지와 포부로 시작한 교육사업을 무탈하게 펼쳤다면 뭐가 그리 걱정이고, 호들갑이겠는가. 제 발이 저리신 분들은 목청을 높이기 전에 발마사지부터 서두를 일이다.^^;

 

학교를 폐쇄하겠다며 게거품을 무는 일부 사학 관계자들을 보면 인간적 연민을 감출 수 없다. 학생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식의 태도에 분통이 터진다. 자신들이 애써 가꾼 학교를 내 덕분에 이만큼 일구어냈다며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그 공로 또한 일개인으로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며 설령 그렇다고 해도 그것이 학교를 좌지우지할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도덕경 2장에 生而不有 爲而不恃(생이불유 위이불시)라는 구절이 있다. 잘 이루면서도 그 결실을 가지려하지 않고, 잘 되어가도록 하면서도 그것에 기대려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生而不有 爲而不恃를 권한다. 설령 학교 폐쇄가 이뤄진다면 교육당국은 임원 승인취소와 임시이사 파견 등의 조치를 신속하게 하면 그만이다.

 

성난 표정을 짓고 있는 사학 관계자들도 사립학교가 설립되는 순간 학교는 설립자의 사유물 이전에 공익적인 학교법인의 재산이 된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립학교의 운영비가 재단 전입금보다는 학생들의 등록금과 국고로 대부분 충당된다는 것도 외면하기 힘들 것이다. 사학법인의 재정기여도는 초 12.8%, 중 1.8%, 고 1.9%, 대학 8.4%로 낮은 편으로 대다수 사립대는 등록금으로, 중등학교는 국민들이 낸 세금에 의존하고 있다. 사립학교의 자주성을 외치기 이전에 공공성에는 얼마나 충실했나를 스스로 성찰해봤으면 좋겠다. 사학법인들을 회원으로 하는 한국사립학교법인연합회가 제정한 ‘사학윤리강령’에 포함된 “사학을 위하여 제공된 재산은 국가사회에 바쳐진 공공재산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사유물 같이 다뤄져서는 안된다”는 구절에 부끄럽지 않게 말이다.

 

사립학교 법인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종교계는 특히 더 자성하길 바란다. 다른 단체들도 아니고 종교계에서 색깔론 운운하는 것처럼 볼썽사나운 것이 없다. 우습게도 졸지에 사립학교법이 종파를 초월한 종교간 화합과 단결의 장을 열어주었지만 종교를 팔아 제 뜻을 관철시키려는 꼼수를 부리지 말아야 한다. 대자대비하신 부처님도 눈물을 흘리시고, 사랑과 용서의 하나님도 콧등이 시큰해지셨으리라. 불국정토나 하나님의 왕국이 탐욕과 분노 속에서 세워지지 않는다는 것은 명백하다. 부디 우리 종교계가 그저 남들 다 지키는 상도덕이나마 준수하길 기원한다. 몸과 마음이 가난한 자들의 벗이 되는 것은 그 다음 일이다.

 

다시금 사학법 개정안 처리를 환영한다. 이제 열린우리당이 당초 제시한 4대 개혁입법 중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안 하나만을 남겨두고 있다. 남은 하나의 입법이 결코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다른 법안들에 비해 국민들의 지지도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 겸허한 자세로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간 입만 살았던 개혁의 허송세월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좀 더 부지런해져야한다. 다시, 국보법 폐지를 촉구한다. - [憂弱]

Posted by 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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