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학기 조직행동론 강의를 마무리짓다
- 집단사고에 대한 토막강좌

익구는 7월 18일 조직행동론 기말고사를 치름으로써 여름학기를 마쳤다. 이번 여름학기는 그간 강의를 한 번도 같이 못 들어서 아쉬웠던 고등학교 친구 청원, 무연이와 함께 들을 수 있어서 무척 즐거웠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항간에 의하면 익구는 사학과인 청원이에게 경영학과 전공필수를 듣자고 꼬신 것에 대한 모종의 죄의식 때문에 부디 강사님께서 학점을 뿌리셔서 욕먹을 일 하나 안 만들게 되기를 비밀리에 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직행동론은 조직에서의 사람의 문제를 다루는 학문으로서 사람 자체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나 사람과 직무간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둔다. 즉, 조직에 속한 사람들의 행동과 내면적 세계, 그리고 상호간의 교류현상을 연구한다고 할 수 있다. 조직행동론은 심리학, 사회학, 인류학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경영학의 모든 분야가 사람의 문제와 관련되기 때문에 사람의 가정, 사람의 심리, 사람간의 관계, 사람의 통제 등을 연구하는 조직행동론이 경영학의 기초가 되는 학문이라고 주장할 수도 하지만 그런 말 함부로 했다가는 다른 분과에서 펄쩍 뛸 일이다.


익구는 평소 철학의 맛만 나는 것을 건드리기를 즐겨오던 터라 동기부여, 리더십 이론 같은 부분에서 무척 흥미를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경영학 과목 중에 숫자 들어가는 것에 유난히 취약한 모습을 보여야 상심이 컸던 익구는 조직행동론을 위시한 이른바 ‘말발’ 과목들을 공략해 학점 분산을 꾀하겠다는 대안을 검토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그간 잠잠했던 사회학에 대한 관심이 이번 강의를 계기로 점화될 것으로 보여 짧은 여름학기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익구는 이번 강의에서 재미나고 유용한 개념들을 제법 배웠지만, 그 중에서 하나를 소개하자면 ‘집단사고’ 개념에 대한 것이다. 이 개념은 1961년 미국의 케네디 정부가 쿠바의 카스트로 정권 전복을 시도했지만 크게 실패한 피그즈만 침공사건이 그 발단이 된다. 실패 위험이 높은 허접한 작전에도 불구하고 각료회의에서 일사천리로 처리되어 실천에 옮겨졌다가 낭패를 본 이 사건은 많은 학자들의 관심을 끌게 된다. 1971년 미국의 심리학자 Janis는 이와 더불어 몇 가지 사례의 의사결정과정을 분석하여 밝혀낸 집단의사결정에서의 집단착각 현상인 ‘집단사고(Groupthink)’라는 개념을 주창한다.


다시 말해 집단사고란 집단 구성원들간의 잘못된 의견일치 추구성향인데, 집단사고의 전제들로는 다음과 같다.

1. 집단의 응집력이 높은 경우
2. 외부로부터 고립, 비민주적 리더십, 토의절차상의 방법 부재, 구성원간의 사회적 배경 및 이념적 동질성 등의 충분한 토의가 이루어질 수 없는 구조적 결함
3. 외부위험에 의한 스트레스 급증, 일시적으로 유발된 자존감 저하 같은 촉진적 상황요건



이런 전제조건들로 말미암아 집단사고 경향, 즉 의견일치추구 경향이 발생하게 되는데 집단사고의 증상은 다음과 같다.

1. 집단역량 과대평가 - 우리는 약점이 없다는 착각, 도덕적으로 옳다는 신념...
2. 폐쇄적인 아집 - 우리가 항상 옳다는 집단적 합리화, 타집단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
3. 획일성 추구 압력 - 반대의견을 스스로 자제하는 자기검열 심리, 만장일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착각, 반대자들에 대한 압력, 반대의견 제시 못하게 설정한 규제...



이런 증상들이 발생하여 역기능적 의사결정 증상이 나타나 성공적인 결과창출의 확률이 저하된다는 것이 집단사고 모델의 대강이다. 뭐 잠깐 생각해보면 간단한 것을 했던 말 또 해가며 억지로 만든 감이 없잖아 있지만, 여하튼 집단사고는 지나친 ‘우리주의’가 조직 내부의 비판 기능을 위축시켜서 문제와 대안에 대한 평가와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에 대한 경고이다.


집단사고의 폐해를 막을 수 있는 방법들이 ‘뻔할 뻔’자로 보이지만 괜히 말만 붙여서 만든 것들이 있으나 그 요지는 간단하다. ‘반대자, 소수자의 자유에서 배우라’가 그것이다. 그러나 이 땅의 실정은 배우기는커녕 자유조차 보장을 안 해주고 있다. 그만큼 집단사고의 위험이 높다는 뜻이다. 별로 대단할 것도 없는 이론이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유효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직행동론 강의를 마무리지은 익구는 일주일간의 제주도 여행을 떠난다. 과연 익구의 제주도 구상은 무엇일지 그 향방이 주목된다.

Posted by 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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