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선한 인연을 많이 맺는 것이 제 삶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 인연을 위해 제 자신을 절차탁마하려는 욕심도 품어봤습니다. 오랜 기간 제가 몸담은 솔로만세당은 제 허물을 보듬어주시고, 제 성장통을 감내해주셨습니다. 솔로만세당이 지금보다 더 옹골찬 모습으로 보무당당하길 바라마지않습니다만 연인들에게 좀 더 넉넉했으면 좋겠습니다. 연인들이 솔로만세당을 특별히 미워하지 않듯이 솔로만세당 역시 연인들의 앞길을 축원하는 여유를 보여야 할 것입니다. 조직의 논리를 위한답시고 증오를 부추기는 것은 개인의 자유를 애호하는 솔로만세당의 정신에 맞지 않을 겁니다(물론 웃자고 해본 말입니다^^).


저의 탈당이 너무 전격적이라 많은 분들이 놀라셨을 줄로 압니다. 적잖이 섭섭하셨을 텐데 등을 토닥여주시며 격려를 해주시던 따뜻한 마음들에 감복했습니다. 소개팅을 흔쾌히 알아봐 주시던 동지, 때로는 추상같은 질책으로 정신을 번쩍 들게 해주시던 동지, 동병상련으로 얼싸안고 침묵의 위안을 건네던 동지... 모두 가슴 깊이 고맙습니다. 당사를 나서는 순간부터 여러분들의 뜨거운 정성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더 깊어지고 더 넓어지겠습니다.


저는 영원의 달콤함보다는 덧없음의 쌉싸름함을 더 사랑합니다. 또한 절대자의 굳건함보다는 상대주의의 허무에서 노닐기를 즐깁니다. 무상함과 적요함을 노래하는 제게 사랑이란 것이 가당키나 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럼없이 탈당을 하는 까닭은 제 지혜로움을 기대하기 때문은 아닙니다. 다만 이 시련과 생경함을 함께 나눌 사람이 있기에 소금 같은 의지를 벼려봅니다. 아무쪼록 제 비루함 앞에 억지로 인고하지 말기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제 물러납니다. 아주 가끔만 뒤돌아보고 채우기 위해 비우는 데 열중하겠습니다. 제가 편애하는 것들이 시나브로 늘어가서 두렵습니다. 죄다 책임질 수 있다며 호방하게 웃어 넘길 배짱은 없습니다. 그러나 천년을 늙어도 가락을 잃지 않는 오동나무처럼, 일생이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 매화처럼 자중자애하겠습니다. 이 세상에 한 뼘의 자유라도 더 넓히는데 일조하겠습니다. 자주 제 둘레에 연민을 품겠습니다. 더 많이 부끄러워하겠습니다.


고독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가려질 뿐입니다. 그래서 사랑합니다. 너무 즐거워서 죄송합니다. - [小鮮]


번잡한 세상사에
읽던 책 쓰던 글 미루게 하시고
나를 아니 맵살스러워하신다면
술잔 따라 나누오리라.

- 헌화가(獻花歌)의 마음을 그리며
Posted by 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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