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5일 회계원리 강의시간에 있었던 ᄌ교수의 충격적인 발언이 화제가 되고 있다. ᄌ교수가 고려대학교 체육위원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의 에피소드를 늘어놓는 중에 나온 ‘쓰레기’ 발언이 그 이유였다. ᄌ교수는 야구 특기생을 6명 뽑을 때 당시 후보로 있었던 선수가 박찬호, 임선동, 조성민이 있었는데 당시는 임선동을 데려오기 위해 혈안이었다고 회고했다. 그 당시만 해도 박찬호는 별로 알려지지 않아서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 때 ᄌ교수는 “결국 박찬호는 한양대에 갔지. 그 때 한양대는 여기저기 쓰레기들을 모아 15명이나 뽑았었거든...”이라는 충격적인 발언을 한다. 그러면서 그랬던 박찬호가 지금은 가장 잘 나가고 있다는 것으로 이야기는 대략 마무리되었다.


학생들은 한바탕 웃고 말았지만 교수의 ‘쓰레기 발언’은 영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강의의 지루함을 좀 덜어보려는 이야기였다는 선의는 충분히 인정하지만, ‘쓰레기’라는 단어를 쓴 것은 좀 과한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본교의 체육특기생들이 우수했다는 자부심을 가지는 것은 좋지만, 그렇다고 타교에 진학한 이들을 일컬어 ‘쓰레기’라는 단어를 쓴 것은 농담으로 지나치기에는 은근히 깔려있는 학벌주의적 사고가 너무 선명해 보인다.


역지사지라고 했다. 고려대와 한양대에서 서울대와 고려대로 바꾸어놓고 생각해보자. 서울대의 어느 교수가 고려대 학생들에게 ‘쓰레기’라고 모욕적인 발언을 늘어놓을 때도 우스갯소리이겠거니 하며 넘어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물론 지금의 학벌주의 구조에서 가만히 기생한다면 고려대라는 존재가 2, 3등의 자리를 공고히 지키며 각종 콩고물을 편안히 뜯어먹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서울대를 정점으로 하는 학벌 피라미드에서는 서울대를 제외한 모든 대학은 결국 잠재적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고려대학교의 교훈은 ‘자유, 정의, 진리’이다. 학벌주의는 고대의 3대 이념 어느 것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이며, 그것에 기댈 것이 아니라 마땅히 없애려는 노력을 해야한다. 자기 학교를 자랑스러워하고 좋게 보려는 마음이야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그 인지상정이 지나쳐서는 안된다. 정말 학교를 사랑한다면 겸손한 마음으로 건실한 실력을 쌓아나가야지 남을 깔보면서 어부지리로 우월한 지위를 얻으려고 해서는 안 될 것이다. ᄌ교수의 쓰레기 발언을 너무 깐깐하게 본 감이 없잖아 있지만, 이를 계기로 배려할 줄 아는 고대인의 모습을 정립해야 한다. 6(^.^)9
Posted by 익구
: